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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작가의 말 8 작가의 탄생 10 가장 좋아하는 걸 물으신다면 12 ADHD라서 다행이다 18 큰 그림 28 시인예찬 30 에세이 32 제2의 삶 48 학위와 자존심 사이 50 인생은 실전 52 역설 70 노후 계획 72 자기 객관화 74 넌 도대체 뭘 하니? 76 2장 증언 86 타이밍 88 이해하려면 관심이 필요하다 90 소설 같은 이야기 104 다정한 우정1: 나의 선경 110 손절당할 각오 122 사랑과 재즈 124 아무튼 언니 126 어떻게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 134 동거 프로포즈 146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154 과도기 164 3장 다정한 우정2: 이게 우정이면 나는 친구 없어 168 가족애 판타지: 178 연휴 잘 보내세요: 186 한 지붕 아래 살고 한 밥상에서 밥 먹는 사이 192 악의는 없어 198 데미안 204 아보하 206 선의 평범성 212 사랑의 종말론 218 마치며 못말리는 사랑꾼으로부터 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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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을 평생의 친구로 삼고 싶어진 지금, 문득 궁금했다. 에세이가 뭐길래 누군가는 읽지 않는다고 말하고 나는 지난 몇 년간 써온 것일까? 앞서 말한 ‘에세이는 읽지 않는다’는 말에는 일정 부분 에세이 장르를 향한 폄하의 시선도 담겨 있는 듯하다(당연히 장르마다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소설은 읽지 않아, 시는 읽지 않아, 희곡은 읽지 않아 등의 말보다는 당당하고 거침없어 보인달까? 에세이를 써온 작가로서의 자격지심일 수도 막연한 서운함일 수도 있다. 그게 뭐든 나는 이 감정을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만 했다. 계속 찝찝하게 에세이를 쓸 수는 없었다. 장르에 위계가 있는 거라면 알고 싶었다. 알고 나면 인정할 수 있으니까.
--- p.33 「에세이」 중에서 석사 논문을 아직 안 썼다. 쓰고 있지만 쓰고 있는 게 아니다. 교수님은 급기야 꼭 논문을 써야 하냐고 물었다. 논문 이외에도 졸업할 방법은 있다. “교수님, 그래도 석사 졸업인데 가오가 있죠.” 가오가 중요한 사람이 왜 이러냐고 했다. 역시 교수님은 맞는 말씀만 하신다. --- p.51 「학위와 자존심 사이」 중에서 소설 수업을 들었던 건 나를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어머니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내가 쓴 두 편의 단편소설에 모두 어머니 캐릭터가 등장하니 말이다. 설정이 과장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만 소설 속의 어머니가 하는 대사, 행동은 그대로 빌려온 것도 많았다. 내 첫 소설을 읽어본 어머니는 이건 소설이 아니라고 하기도 했다. 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것도 소설이라며 구조주의적인 사고로만 판단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 p.107 「소설 같은 이야기」 중에서 부정교합 때문에 사료를 다 흘리고 먹던, 물을 마시면 꼭 목까지 다 젖어버리던, 어릴 땐 검었던 등이 점점 하얗게 변하던 우저를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는 거라면 사후세계를 믿을 수밖에 없다. 마중 나올 찰스, 복실이, 슈나, 우저에게 뭐라고 사과해야 할지, 어떻게 내 사랑을 다 표현할 수 있을지 아직 고민한다. --- p.145 「어떻게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 중에서 『아주 보통의 행복』에서는 알 필요 없는 것들은 모르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정보들도 매우 많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필요한 무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신과 마음의 에너지를 잘 지켜야만 비축된 힘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내 마음이 연약하듯 많은 이들의 마음도 그리 단단하지 않다고 본다. 나도 모르게 소모되고 다친 마음은 금방 회복되지 않는다. 진짜 강함은 약할 때를 아는 것이고 힘을 낭비하지 않는 것 아닐까. 우리는 함께 아파하고 위로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시 살아갈 힘을 서로에게 나눠야 한다. --- p.210 「아보하」 중에서 사랑은 표현한다고 해서 닳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여기는 편이거든요. 쉴 틈 없이 빽빽하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 상대에게 내 사랑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제 안의 애정 결핍이 한몫합니다. 제 애정 결핍은 밑 빠진 독 같아요. 누가 채워준다고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수년 동안 확인했습니다. 밑 빠진 독을 바가지로 채우려 애쓰는 대신, 그 독을 맑고 깊은 호수에 던져 넣어야 하더라고요. 사랑 표현은 제게 호수를 마르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 p.230 「못말리는 사랑꾼으로부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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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나의 세계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볼 때 새롭게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분명 같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시절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우리가 제각기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다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게 있기 마련이다. 『구의 증명』에서는 뭐든 그 자리에서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주인공을 두고 이런 문장이 나온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 문장은 우리 삶에 필연적으로 뒤늦게 깨닫고 마는 사실이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어떻게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는 이처럼 유년기부터 삼십 대까지 허휘수가 한 시절을 보내고 또 다른 시절들로 들어설 때마다 새로이 발견하고, 기억해 낸 지난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 통해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었던 일, 자신의 잦은 내적 방황,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와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시간은 나도 모르게 하나둘 쌓여 결국 저마다의 성장에 풍족한 밑거름이 된다는 메세지를 책에서 전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라던가, 혹은 내 삶을 사랑하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한 문장으로 제안하기는 쉽지만 당장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현실은 자주 모호하고, 그 안에는 늘 감정의 동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연약할 수밖에 없는 이 세계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단계를 건너와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매 순간 생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