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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산파 제나 열넷 인생의 행방 환상의 레드카펫 협약 인생 아홉 살 세호, 교장 세호 마지막 탈출 개발자 G 러브 시그널 카르마 제나의 오토바이오그래피 작가의 말 |
YANG SOO RYON,梁秀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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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나노봇 제나. 그랬다. 2059년의 고덕에 있어야 할 자신이 어쩌다 과거의 서울로 오게 되었는지 설명해 줄 인간은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고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태운 그가 제나의 주인님은 아닐까. 주인님은 나를 이곳으로 보낼 생각이었나? 12구역 9번지로 가자고 하고는? 그게 아니면 주행 시스템 에러? 처음부터 불량품?
--- p.19 “내리라고요? 여기가 어딘데요?” “그건, 손님이 더 잘 아시겠죠? 손님이 원하던 바로 그곳이니까.” 내가 원하던 곳이라고? 어디가 됐든 우원은 내려야 했다. --- p.44 “한웅 씨 말 대로야. 못 접었지. 접을 수가 없었어.” “왜요?” “백사십팔 번째 낙방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 사건이 그날에 일어났거든. 내 운명이 십자가에 못 박혀서 벗어날 수 없는 그 사건이.” 한웅은 그게 뭐냐는 듯 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생각해도 황홀하고 기묘한 일이었지.” --- p.79 완희는 삐딱했다. 연인의 목적지가 반드시 결혼은 아닐 것이다. 완희는 이미 헤어지는 쪽을 선택했다. 더 들을 말도 할 말도 없다는 듯이 돌아섰다.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고 지켜봐 주는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완희는 찬바람만 남기고 지영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뿐이다. --- p.135 귀일의 타임루프는 공교로운 면이 있었다. 제나가 동행할 수 있는 타임루프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귀일은 비를 타고 홀로 그만의 세상으로 갔다. 과거의 어느 시간에 머물렀다가 비가 그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 p.161 “한석이 너, 고민수가 어디 사는지는 알지?” 손목시계를 보던 기정이 물었다. 아직 민수가 투신하기 전이다. 시간 여유도 있었다. 기정은 재빨리 새로운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 자식 집은 왜요? 그 녀석 죽고 이사 갔댔는데…….” “아직 살아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민수가 썼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유서 말이야. 우리가 먼저 손에 넣어야 해. 앞장서, 어서!” 기정의 설명을 듣고서야 한석은 자신이 중학생이던 때로 시간을 거슬러 왔음을 실감했다. --- p.222 “가장 인간다운, 최초의 인공지능 나노봇 라온제나를요.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인간의 제1 능력을 얻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라온제나는 가장 이상적인 나노봇 인간이 될 겁니다.” 개발자 G는 비밀 얘기를 하듯 제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라온제나가 인간의 제1 능력을 얻지 못하면요? 아니, 그보다 인간의 제1 능력이란 게 대체 뭡니까?” --- p.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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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의 손님이 되면
잃어버렸던 인생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 2059년 고덕시. 사람들은 최초의 인공지능 나노봇 제나의 첫선을 기다리고 있다. 카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인간의 안락하고 편리한 삶을 도와줄 존재다. 하지만 시험운행에 나선 제나는 돌연 빅뱅을 뚫고 2025년 서울에 홀로 떨어지고 만다. 말하는 자동차도, 인간과 구분이 안 가는 외형을 지닌 로봇도 없는 곳이다. 제나는 낯선 시공간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우연히 출산이 임박한 산모를 도와준 일을 계기로 서울에서 ‘인간이 최우선’이라는 로봇 지침을 지키며 살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을 택시로 오해하거나 혹은 같은 인간으로 여긴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씩 이곳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사람들에게도 제나는 특별한 존재다. “손님의 행복을 위한 제나의 타임루프 서비스라고 여겨 주세요.”(60쪽) 제나에 탑승하면 자신의 무의식이 원하는 지점으로 타임루프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냉랭한 가족 때문에 자꾸 엇나가던 우원은 자신의 돌잔치를 보고는 부모가 아닌 내가 원하는 꿈을 찾을 것을 결심한다. 마흔둘이 될 때까지 수백 번 오디션에 떨어지고도 꿋꿋이 다음 오디션을 준비하는 대환의 비밀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청받은 장년의 자신을 목격한 경험이다. 사고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아홉 살 세호는 제나를 통해 자신처럼 고아가 된 아이들의 아빠가 된 중년의 세호를 만난다. 타임루프 대신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기로 한 지영, 제나가 동행할 수 없는 시간의 숲을 끝없이 배회하는 귀일, 신의 영역으로 향한 한석과 기정의 타임루프는 이야기는 또 다르다. 제나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경험한 이들은 차에 탈 때와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며 새로운 삶을 다짐한다. 한편 점점 인간과 가까워진 제나는 더욱 궁금해진다. 대체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인간의 제1 능력은 무엇일까? 나답게 산다는 것, 인간답게 산다는 것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 주는 힐링 판타지 『제나의 오토바이오그래피』는 여느 타임루프물과는 다른 지점이 많다. 먼저 ‘제나’라는 인간과 기계의 중간쯤 되는 존재가 타임루프를 주관한다. 그렇다고 제나가 전지전능한 캐릭터는 아니다. 영문도 모른 채 2059년에서 2025년으로 떨어졌을뿐더러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시험운행에 실패한 자신이 여전히 효용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자신을 만든 개발자 G가 탑재했다는 인간의 제1 능력은 무엇인지 등 여러 고민을 안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명에 최선을 다한다. 그런 제나가 만나는 여러 인물은 저마다의 사연과 애환을 지녔는데, 쭉 펼쳐 놓으면 보편타당한 우리의 인생이 완성된다. 결국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인간다움에 관한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나답게 산다는 것, 인간답게 산다는 것, 후회를 남기지 않는 인생을 만든다는 것,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들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를 궁금해하면서 소설을 완성했다”고 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공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오늘날, 이 질문은 어느 때보다 묵직하고 날카롭다.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인간다움을 유쾌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