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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세상을 움직이는 5가지 연결
김일룡
동아시아 2026.01.08.
베스트
과학 73위 자연과학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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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0장 세 가지 생각 도구: 원인, 전환, 예측

원인과 결과 | 원인-결과 연쇄 | 피드백 | 네트워크 |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 | 통계적 원인 | 양질 전환 | 물리적 창발 | 정보의 창발 | 소멸과 대체 | 예측

1장 물질: 기본 블록과 그 연결 원리

뉴턴의 세계관 | 뉴턴 역학 | 오메가 | 결정론 | 물리계의 진화 | 볼츠만의 세계관 | 볼츠만 이전의 열역학 | 확률과 통계

2장 컴퓨터: 트랜지스터로 짜인 작은 우주

실리콘에서 트랜지스터로 | 트랜지스터에서 셀로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 셀에서 기능으로 | CPU | 소프트웨어 | 반도체 환원주의 | 하드웨어의 진화 | 기술 낙관론

3장 생명: 자기 조직화 네트워크

탄생 메커니즘 | 정보 | 세포 | 생명체의 정의 | 네트워크로서의 생명체 | 생명 출현의 필연성 | 비선형성 | 생명의 고리 | 슈퍼프로그램 | 수정란 분화의 미스터리 | 진화 | 다윈의 계몽 | 유전자 중심주의 | 근사 이론의 계층 | 자연선택 | 어려운 동역학 | 디지털 진화 | 유성생식 | 복잡성, 비가역성, 진보 | 슈퍼프로그램의 유전 | 결정론과 결정론적 진화 | 무능한 신 | 순수 확률 | 여러 수준의 결정론 | 인공적인 비결정론 | 자기 예측 | 결정론적 진화

4장 뇌: 자연 혹은 인공 신경망

뇌라는 하드웨어 | 뇌와 컴퓨터 | 추상화, 일반화, 그리고 지능 | 연결주의와 신경다윈주의 | 의식 | 첫 번째 가설: 자기 모니터링 | 두 번째 가설: 조율 장치 | 의식의 어려운 문제 | 인공지능과 중국어 방 | 인간 본성 | 계산되는 마음 | 선택되는 마음 | 본능주의 대 행동주의 | 진화심리학 | 마음의 모순 | 튜링 테스트 | 유전자 경계

5장 사회: 이기적 노드들의 생존 게임

게임 이론 |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 정보의 비대칭성 | 슈퍼슈퍼슈퍼프로그램 | 사회 진화 | 사회 네트워크의 오메가, 생산력 | 생산관계의 진화 | 경제 시스템 | 시장 선택의 원리 | 한계 이론 | 거시경제학 | 경제 시스템의 상부구조 | 과학기술 | 사회 현상의 경제학 | 환경의 경제화 | 최적화 과정 | 국소적 최적화와 전역적 최적화 | 부분 최적화와 전체 최적화 | 비선형 사회 네트워크 | 합리적 기대 가설 | 이기적 게임 | 초연결 사회의 비극

나가며

저자 소개1

삼성전자 부사장. KAIST에서 물리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20여 년간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정 개발과 평가를 수행하며 반도체 연구 전반에 참여해 왔다. 과학자는 세상의 지도, 이론을 그린다. 하지만 매번 가장 높은 해상도로 그리지는 않는다. 우리가 여행할 때 산의 높이, 계곡의 깊이, 도로의 자동차를 무시한 지도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과학자도 자주 어떤 정보를 적극적으로 무시하며 이론을 만든다. 예컨대 미시적인 입자들의 복잡한 움직임을 평균해 압력, 부피, 온도, 엔트로피 같은 거시적인 ‘핵심 변수’로 기술되는 열역학 법칙이라는 ‘유효 모형’을
삼성전자 부사장. KAIST에서 물리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20여 년간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정 개발과 평가를 수행하며 반도체 연구 전반에 참여해 왔다.

과학자는 세상의 지도, 이론을 그린다. 하지만 매번 가장 높은 해상도로 그리지는 않는다. 우리가 여행할 때 산의 높이, 계곡의 깊이, 도로의 자동차를 무시한 지도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과학자도 자주 어떤 정보를 적극적으로 무시하며 이론을 만든다. 예컨대 미시적인 입자들의 복잡한 움직임을 평균해 압력, 부피, 온도, 엔트로피 같은 거시적인 ‘핵심 변수’로 기술되는 열역학 법칙이라는 ‘유효 모형’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일부 잃지만, 불필요한 정보가 제거된 지도는 오히려 우리에게 더 유용하다. 그 지도를 높은 해상도의 지도와 비교하는 규칙만 있다면 말이다.

저자는 컴퓨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보며, 그것의 연결 특성과 규모에 따라 물질, 생명, 마음, 사회로 나눈다. 그러고 나서 물질을 움직이는 물리 법칙에서 시작해 생명, 마음, 사회 각각을 기술하는 과학의 핵심 변수들과 유효 모형들을 다루며, 단순히 과학이 무엇을 설명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예측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850g | 150*225*30mm
ISBN13
9788962626841

책 속으로

하지만 이러한 결론이 모든 종류의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앞뒤가 동일한 동전 하나를 던지면 앞이 나올지 뒤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지만, 100만 번 던지면 앞이나 뒤나 50만 번쯤 나오리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다. 수소 분자 100개와 산소 분자 100개가 들어 있는 방을 가만히 두면 두 분자가 골고루 섞이리라는 점도 예측 가능하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동역학적 법칙을 따르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양자역학에 따라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지구 중력장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거시적 운동은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가 ‘예측’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상위 계층에서의 집단적 예측, 통계적 예측을 뜻한다.
---pp.54-55

어떻게 실리콘이라는 돌덩어리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탄생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양질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뒤에서 세포와 뇌, 사회를 이해하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 과정을 따라가며 단순한 물질에서 어떻게 지능이 탄생하고 인간 사회까지 만들어질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컴퓨터는 한마디로 세계를 이해하는 작은 모형이다. 그러나 그저 하나의 작은 모형에 불과한 것은 아닌데, 컴퓨터 분야에서는 원자부터 인공지능까지, 그 모든 구성 단계들이 속속들이 연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단계가 환원주의적 관점에서 완전히 이해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의 결정을 실리콘 수준까지 내려가 분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원자에서 인간의 뇌로 이어지는 단계를 아직 모두 이해하고 있지 못함에도 우리 뇌가 어떤 결론에 이르렀을 때 이를 뉴런, 심지어 원자의 수준에서 해석하지 못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적어도 원리적으로는 말이다.
---pp.99-100

(1) 무어의 법칙은 끝났다. 기술 낙관론자들은 아직도 무어의 법칙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법칙’이었던 시기는 막을 내렸다. 현재 실리콘의게이트 길이는 대략 15nm다. 실리콘 원자로 치면, 약 30개 정도다. 더 줄이면 양자역학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게이트 길이를 유지하면서도 트랜지스터 전체 사이즈를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에도 한계가 있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트랜지스터 크기 감소에 따른 원가 감소보다 작고 빠른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돈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것이다. 즉, 무어의 법칙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끝이 났다. 수많은 낙관론자들은 경제를 간과하거나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 ... (3) 실리콘 기반 기술을 제외한 어떤 기술도 과거 30년간 5,000배의 성능 향상을 보이지 않았다. 건전지는 30년 전에도 “100만 스물하나, 100만 스물둘”을 외쳤는데 지금도 그렇다. 자동차 연료 효율, 자동차 최대 스피드, 로켓의 속도, 그 어떤 것도 그만큼 성능이 좋아진 것은 없다. 달에 도착한 인류는 60년간 제자리다. 30년 전과 비교해 놀라울 만큼 발전한 것은 컴퓨터의 계산 속도, 반도체의 속도와 용량뿐이다. 하지만 이마저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문제이기에 이를 해결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예컨대 태양에서 에너지를 수집하는 다이슨 구(Dyson sphere)를 들먹이기도 하는데, 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다. 다이슨 구 같은 기술이 가능한지가 문제가 아니라, 다이슨 구를 만드는 데 전 인류가 굶어 죽을 만큼 돈이 든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이제 기술 발전 속도가 둔화되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된다. 기술 발전이 느려지더라도, 기술의 다양성은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pp.150-151

환경 변화가 매우 느리면, 생태계는 각각 국소적 최적점에 갇혀 안정적인 특성을 보인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진화가 멈춘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느린 환경 변화는 느린 국소적 최적점의 위치 변화를 야기하고, 생태계의 진화는 그 속도를 따라 변한다. 이 경우 진화의 원동력은 느린 환경 변화다. 환경 변화만이 생태계의 진화 방향과 속도를 결정한다. 하지만 환경 변화 속도가 진화의 속도만큼 빠르다면 진화의 방향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유전자는 최적점에서 다른 최적점으로 계속 이동하며 움직인다. 또한 생태계에 다른 종이 유입되면 역시 유전자 탐색 공간을 바꾸고, 환경 변화와 상관없이 생태계는 진화하며 그 진화는 국소적 최적점을 찾을 때까지 계속된다. 새로운 종의 유입에 따른 유전자 탐색 공간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지기에, 이 경우 진화는 비가역적으로 진행된다.
---p.239

이러한 관점에서 진화의 2종 예측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다양화다. 이는 생태계의 비어 있는 곳을 빠짐없이, 천천히 메운다는 뜻이며, 마르코비언적 과정에서 영점 근방이든 영점으로부터 먼 곳이든, 어느 곳에서나 생명체를 발견할 확률이 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유전자 탐색 공간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국소적 최적점마다 생명체가 들어설 확률이 있다. 진화는 생명체 혹은 종으로 채워진 지점 근방의 비어 있는 또 다른 지점을 찾아 생명체로 채워 넣는 것이다. 물론 최적점도 시간에 따라 바뀐다. 둘째는 복잡화다. 하지만 이는 다양화의 결과일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록 그 속도는 점차 느려지더라도, 더 복잡한 형태로 더 멀리까지 퍼져 나간다. 다양화와 복잡화는 마르코비언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p.253

에너지 소모 관점에서도 분석할 수 있다. 디지털 컴퓨터에서 곱하기를 한 번 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라면, 은닉층의 뉴런이 1억 개씩 연결된 경우 대략 1억×1억×??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때 ??는 칩에 공급되는 전압의 제곱(실리콘 특성에 의해 약 1V), 그리고 연산에 관여하는 트랜지스터의 용량(축전기 역할을 하는 소자 크기)에 비례한다. 디지털 컴퓨터는 오로지 더하기와 곱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곱하기를 한 번 하는 데 필요한 트랜지스터 수가 칩 안에 들어 있는 트랜지스터의 전체 합에 육박한다. 약간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더하기나 곱하기를 한 번 하려고 칩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반면 뇌에서는 앞서 설명한 대로 신호 전달이 시냅스에서 전기 신호가 화학 신호로 바뀌고, 다시 전기 신호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뉴런 하나가 수상돌기 1만 개로부터 신호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신호 처리는 뉴런 단위에서 이루어지기에 전체 에너지 소모는 뉴런 수에 대체로 비례한다. 정리하면, 패턴 인식에 필요한 연산 비용은 디지털 컴퓨터에서는 대략 뉴런 수의 제곱에 비례하고, 뇌에서는 뉴런 수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닉층 하나에 뉴런이 100만 개인 상황에서는 에너지 효율 면에서 두 시스템 간에 대략 100만 배 차이 난다. 게다가 뇌는 동작 전압이 반도체 소자보다 훨씬 낮다. 뇌와 엑사스케일 컴퓨터의 전력 소모가 100만 배 차이 나는 이유가 이것이다.
---pp.292-293

요즘 아이들은 알지도 못하고, 어른들의 향수 젖은 추억에만 존재하는 이 ‘공동체’라는 단어는 주로 마을 단위의 공동체를 말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혈족과 거주지 중심의 집단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예전에는 경제 활동의 무대가 가족, 혈족, 마을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직장으로 옮겨 갔다. 직장만큼 확실한 공동체도 없다. 공동체를 복원하자는 운동은 직장을 넘어 거주지에서도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인데, 공동체는 생존에 이득이 없으면 에너지만 소모하는 조직일 뿐이다. 그래서 서울에도 골목길을 만들고 공동체를 복원하자는 주장은 직장에서 에너지를 쓰고 집으로 돌아가 에너지를 또 쓰자는 주장이다. 직장은 생존에 필요한 이득을 제공하지만, 마을은 더 이상 우리에게 그러한 이득을 제공하지 않는다. ‘마을 공동체’나 ‘골목 공동체’ 같은 말들로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좋지만, 과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주장이다. 인간의 마음은 마을 공동체, 골목 공동체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 집과 마을은 모든 공동체에서 해방되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휴식 공간이어야 한다. 우리 마음은 이러한 공간을 바란다.
---pp.354-355

하지만 아직 이러한 인공지능이 개발되었다는 이야기는커녕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아직 때가 아닐 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3차 연합 장치를 탑재한 인공지능이 개발되었다고 하더라도 2차 연합 장치를 흉내 내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질지는 미지수다. AI 산업은 이미 반도체만큼 거대 산업화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산업을 움직이려면 2차 연합 장치를 흉내 내는 인공지능의 개발이 확실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답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배고프면 공부를 미루고 밥부터 먹는다. 졸음이 쏟아지면 이성 활동을 멈추고 잠부터 잘 것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기계의 몸과 마음을 닮은 인공지능이 어떤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반면 인간보다 훨씬 강력한 3차 연합 시스템을 가진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이득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pp.359-360

첫째, 각 노드의 자원 확보 극대화가 게임의 목표라는 관점에서 보면, 협력은 협력하지 않은 경우보다 이득일 때만 발생한다. 설령 배신당하더라도, 역선택이 일어나더라도, 혼자 참여하는 것보다 이득일 때 발생한다. 즉, 연결과 그 동역학은 연결이 없는 경우보다 더 많은 생존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발생한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연결 없는 노드들의 총생산력보다 네트워크의 총생산력이 높기에 네트워크는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둘째, 연결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같이 네트워크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생산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연결 없는 노드들의 생산력보다 높기만 하면, 네트워크는 출현한다. 셋째, 목표는 본능에 의해 주어지지만 목표 달성은 자주 지능에 의존한다. 본능의 목표인 생존 효율성 증대와 자원 확보 극대화를 달성하려는 노드의 작동 방식은 본능을 넘어서 지능과 지능 간의 게임으로 확장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능은 본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사회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2종 법칙 또한 본능의 목표에 지배받는다. 지능은 수단에 불과하며, 본능이 우리에게 각인한 목표를 바꾸지는 못한다.
---pp.383-384

첫째, 이러한 최적화 방식은 자연 진화의 원리와 동일하며, 시장 원리에 대한 신뢰를 의미한다.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 각각의 생산력뿐 아니라 전체 생산력을 높이려면 둘을 동시에 컨트롤하려고 하지 말고 각자의 시장 원리에 맡기라는 것이다. 회사의 조직 운영 방식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조직이 커질수록 권한의 집중보다 분권화가 필요함을 암시한다. 둘째, 이러한 방식은 결국 해체로 이어진다. 네트워크가 복잡하지 않고 한두 개로 쪼개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에는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연결과 비선형성이 갈수록 증가하는 현대 사회의 경우에는 계속되는 분산과 연결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이 생산력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분산과 연결의 가속화, 그로 인한 엔트로피의 증가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이러한 경제적 다양성 추구와 해체 과정은 현대 경제의 분명한 거시적 방향이다.

---pp.445-446

출판사 리뷰

물리 법칙부터 인간/집단 본성,
기술 생태계, 자본주의 경제까지
세상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먼저 0장 「세 가지 생각 도구: 원인, 전환, 예측」에서 저자는 세상의 꼴을 그리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도구들을 소개한다. 원인, 전환, 예측이 바로 그것이다. 인과관계는 상관관계와 어떻게 다른지, 확률과 통계가 개입하거나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는 무엇을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연결이 많아지면 개별 요소로 분석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난다는 양질 전환 혹은 창발은 무엇인지, 동역학적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통계적 예측은 왜 가능한지 등을 짚는다.

1장 「물질: 기본 블록과 그 연결 원리」에서는 물리학을 다룬다. 모든 과학의 기초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물리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론의 몇 가지 큰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는 대상의 핵심 인자를 기술하는 변수인 ‘오메가’다. 예컨대 뉴턴 물리학은 ‘점입자(길이와 부피가 없고 시간과 공간에서의 위치와 질량만 가진 입자)’의 모임을 대상으로 삼는데, 이러한 점입자는 ‘질량’과 ‘시간에 따른 위치’라는 변수만으로 속도와 가속도를 비롯한 모든 속성이 결정된다. 한편 열역학에서는 ‘압력’, ‘부피’, ‘온도’, ‘질량’을 알면, 물리계를 완전히 기술할 수 있다. 둘째는 ‘연결 원리’다. 열역학에서 다루는 온도나 엔트로피 같은 거시적인 변수는 미시적인 입자들의 복잡한 움직임을 평균함으로써 얻는다. 유효 모형, 말하자면, 해상도가 낮은 지도를 그리는 셈이다. 그럼에도 뉴턴 역학을 열역학으로, 열역학을 뉴턴 역학으로 번역해 주며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단단히 이어주는 연결 원리가 있으니, 바로 ‘볼츠만 공식’이다. 셋째는 ‘진화 원리’다. 뉴턴 역학을 ‘해밀턴 역학’으로 다시 쓰면, 물리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알려준다. 열역학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열역학 제2법칙’은 물리계가 전체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말한다.

물질, 모든 것의 기본 블록과 그들을 지배하는 법칙
컴퓨터, 트랜지스터로 쌓아 올린 세상의 작은 모형
생명, 자기 조직화하는 대사, 인지, 면역 네트워크
뇌, 세포들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거대 신경망
사회, 이기적 본능들의 협력/배신 네트워크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넘어 인간의 마음과 사회에서까지 우주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연결을 통해 상호작용한다. 하나의 전문 분야에 갇히지 않고 본질을 묻는 매우 중요한 책.”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저자

뉴턴 역학에 상호작용하는 점입자들의 모임이 있었다면, 생물학에는 서로 생존 동맹을 맺은 유전자들의 집합인 개체가 있다. 어떻게 트랜지스터를 연결해 셀을, 셀을 연결해 기능 블록을, 기능 블록을 연결해 CPU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보인 2장 「컴퓨터, 트랜지스터로 짜인 작은 우주」의 내용을 바탕으로, 3장 「생명: 자기 조직화 네트워크」와 4장 「뇌: 자연 혹은 인공 신경망」에서 저자는 그 하나하나가 DNA를 중심으로 조직된 네트워크인 세포들이 모여 어떻게 대사 시스템, 인지-반응 시스템, 면역 시스템이라는 더 큰 네트워크들을 구성하는지, 이러한 연결들이 모여 어떻게 다시 자기 조직화하는 네트워크인 생명체를 구성하는지를 밝힌다.

또한 질량과 시간에 따른 위치라는 점입자의 오메가에 대응하는 생명체의 ‘오메가’로서 개체의 ‘번식률’을 소개하며, 그것의 ‘진화 원리’로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구체적으로 (개체 자신의 번식 성공과 자신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의 번식 성공을 함께 고려하는) ‘포괄 적합도 이론’을 비롯한 신다윈주의의 기본 명제들을 살핀다. 생명 현상의 물리학적 경계 조건을 규명한 1977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일리야 프리고진과 196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라르스 온사거의 비평형 열역학, 그리고 이를 보완하는 스튜어트 카우프먼의 자기 조직화 이론도 빠뜨리지 않는다.

마지막 5장 「사회: 이기적 노드들의 생존 게임」에서는 뇌와 뇌의 네트워크, 정확히는 포괄 적합도에 따라 유전자를 공유하는 범위인 ‘유전자 경계’를 노드로 가지는 네트워크를 다룬다. 저자는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이기적 노드들로 구성된 이웃, 기업, 국가와 같은 사회 네트워크가 ‘생산력’으로 특징지어진다는 점을 보이고, 이러한 네트워크의 연결이 ‘생산력 증대’에 따라 강화되거나 해체된다는 이른바 ‘시장 선택 원리’를 따른다는 점을 게임 이론을 통해 이야기한다. 특히 생산력과 경제 시스템의 밀접한 관계에 주목하며, 신고전주의 경제학 이론과 ‘국소적·전역적 최적화 과정’, ‘부분·전체 최적화 과정’에 근거해 자본주의 경제 체제와 정치, 문화, 과학기술과 같은 그 상부구조의 진화 경로를 추적한다.

기술 발전, 소비 행태, 지역 개발 사업 …
예측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의 예측 가능성
“원리 없는 예측은 맹목적이고, 예측 없는 원리는 공허하다”

“예측은 어렵다. 특히 미래에 관한 것이라면.” 뉴욕 양키스 야구 감독 요기 베라도 인정했다. 하지만 어려운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르다. 동전을 한 번 던지고 앞이 나올지 뒤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을지라도, 1만 번 던지면 절반이 앞이 나오리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다. 통계학에서 말하는 ‘큰 수의 법칙’ 때문이다. 원리 없이 예측하려는 것은 신의 계시를 기다리는 일과 다르지 않지만, 올바른 ‘진화 원리’를 가지고 있다면 통계적으로 예측 가능한 것을 찾을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머지않아 좋은 성능의 컴퓨터를 사려면 무조건 돈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할 것이다. 무어의 법칙이 끝났기 때문이다. 반도체 크기는 더 이상 매년 30퍼센트씩 줄어들지 않는다. 데너드 스케일링 법칙도 끝났다. 반도체 성능은 더 이상 매년 20퍼센트씩 증가하지 않는다. 『특이점이 온다』의 레이 커즈와일이나 MIT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 같은 기술 낙관론자들이 앞으로도 기술이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할 때면 그 근거에는 언제나 무어의 법칙과 데너드 스케일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반도체 기술 발전의 법칙들은 이미 무너졌다. 반도체 CPR(비용 대비 성능)의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구매자들도 새 컴퓨터의 성능이 이전처럼 확연하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CPR 값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1원으로 살 수 있는 계산 능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텐데, 이는 CPR 값을 올리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 기업이 반도체 축소 비용이 더 클 때 반도체를 더 이상 줄이지 않을 이기적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느려짐에 따라, 기술의 다양성은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과거 반도체 분야에서는 CPU 클럭 속도를 높이고자 하는 경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CPU 기술 발전이 둔화되자, 산업은 GPU, NPU와 같은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2000년대 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 50만, 100만, 200만 화소까지 화소 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다 1억 화소가 넘어서자, 화소 수가 아닌 AI 보정 기능, 센서 성능 등 다양한 기술에 눈을 돌리는 것과 정확히 같은 양상이다. 물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몇몇 산업에서는 앞으로도 소수의 기업들이 산업을 주도하겠지만, 모든 산업은 일정 수준이 지나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는 기본적으로 기술 발전이 유전자 탐색 공간에서의 진화 원리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비단 기술만이 아니다. 저자는 생산과 소비 흐름, 개인 혹은 집단의 행동, 생태계나 물리계의 거동 역시 한계 이론, 효용 극대화 원리,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포괄 적합도 최대화 원리, 최소 작용 원리와 같은 진화 원리에 근거해 정확한 상태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에서조차 그것의 미래를 통계적으로 예측하는 일이 언제나 가능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근본 원리에서 시작해 계층을 오르다 보면 인간 사회를 결정하는 원리도 찾아낼 수 있을까? 또한 이것이 가능하다면, 도대체 얼마나 올라야 그 복잡성을 모두 파악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이 책이 답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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