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Beatrice Alemagna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다른 상품
정림
정한샘의 다른 상품
하나의 다른 상품
|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라진 그들이 아직도 그곳에 있는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내가 보았던 바로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추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 내가 그들을 데리러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건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한 거죠. 사라진 건 오히려 내가 아닐까? 그들이 아니라.그래서 나는 노트 하나를 쓰기 시작했어요. 마치 학교에서 사용하던 출석부 같은 노트예요. 오늘 결석한 사람은 누구지? 만약 오지 않았다면 내가 가면 됩니다. 부재한 이들을 다시 불러내는 일, 그것만큼은 언제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들을 노트에 적어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 거예요.
--- 「프롤로그: 부재자들의 노트」 중에서 오늘은 오지 않았어. 피곤하다나. --- 「알리체」 중에서 아리아는 고양이들의 천국으로 떠났어. 나도 그곳에 가서 아리아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어. 아리아가 나를 만나면 얼마나 기뻐할지 상상해 봐. 그 천국은 정확히 어디에 있을까? 하늘? 좋아. 알겠어. 그러니까 어디? 행성들 근처라고? 어느 행성?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로 올라가면 고양이 천국을 보게 될까? 우리에게도 사진을 보내줄 수 있을까? 만약 사진 속에 아리아가 있다면, 아주 작고 흐릿하다고 해도 나는 알아볼 수 있을 텐데. --- 「아리아」 중에서 “아름다운 것들은 딱 다섯 해만 가.” 실비아가 말했어. 그녀가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어. 실비아는 티셔츠에 인쇄하거나 문신으로 새겨도 좋을 만큼 간단하고 명확한 문장들을 아는 사람이야. 나는 그렇지 않아. 나는 말로 하기에는 길고, 조금은 혼란스러운 것들만 알아. 그래서 뭐든 실비아에게 가장 먼저 물어봤어. 어떻게 생각해? 실비아는 언제나 확실한 답을 가지고 있었어. 그녀가 떠난 이후로는 그런 대답들도 다 사라져버렸지. --- 「실비아」 중에서 어느 날 나도 침대에 누워계신 엄마에게 꽃은 가져다드렸어. 정말 고맙구나. 엄마는 말했어. 그러고는 물었어. 알고 있니? 꽃다발 속에는 항상 가꾸어야 할 정원과 뽑아야 할 잡초, 그리고 생각해야 할 누군가가 있단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잡초에 대한 부분만큼은 확실해. --- 「꽃다발」 중에서 느닷없이 변해. 어느 날, 예를 들어 오후 세 시쯤에. 새로운 몸을 좋아하게 되리란 보장은 없어. (…) 나는 다시 풀잎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니면 돌고래나 다른 무언가가 되고 싶어. --- 「몸」 중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아요. 아마도 당신은 그곳에서 더 잘 지내고 있겠죠. 꼭 거기로 가야만 한다고, 당신은 그날 밤 나에게 말했으니까요. 우리가 다른 삶에서, 우리가 개구리와 나비인 곳에서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거라며 슬퍼하지 말라고 했지요. --- 「에필로그: 꿈」 중에서 |
|
“사라진 그들이 아직도 그곳에 있는 건 아닐까?”
잃어버린 것들의 이름을 부르는, 부재자들을 위한 출석부 사랑하는 존재가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라진 존재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채 떠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화자는 어쩌면 사라진 건 그들이 아니라 나일 수도 있을 거라고,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그 모습 그대로 거기에 있고 내가 거기에서 떠나온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볼 수도,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들이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오지 않았다면, 내가 가면 됩니다. 부재한 이들을 다시 불러내는 일, 그것만큼은 언제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들을 노트에 적어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 거예요.” “꽃다발 속에는 항상 가꾸어야 할 정원과 뽑아야 할 잡초, 그리고 생각해야 할 누군가가 있단다.” 빈자리의 안락의자, 화려한 부채와 귀고리, 굴뚝의 연기, 풍선의 기쁨이 나란히 놓인 첫 페이지를 시작으로 백여 쪽에 걸쳐 펼쳐지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위트 있고 몽환적인 그림들, 그 그림들 사이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서른여 개의 목록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를 떠나 다른 사랑을 찾아간 마르코, 잘려 나간 야자수, 고양이 천국에 있는 아리아, 할머니 집에서 나는 그리운 냄새, 고독, 느닷없이 변해버린 몸 같은 것들이. 그것은 단순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만이 아니라 부재함으로써 더 강렬하고 애틋하게 내 삶에 존재하게 된, 지금의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다. 섬세한 모자이크처럼 포개지면서도 어긋나는 글과 그림은 나를 이루는 그 조각들을 꽃다발처럼 묶어 우리에게 건넨다. 부재와 상실로 빚어진 기억이라는 꽃다발 속에 우리가 가꾸어야 할 정원이 있다고. 우리 모두가 품은 빈자리를 조용한 빛으로 채워주는 이 한 권의 꽃다발로부터 당신의 꽃다발이 되살아나기를. “당신을 다시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요. 당신은 행복한가요? 꿈에서 당신이 웃는 걸 보면 나는 행복해요. 참 아름답고, 참 이상한 일이에요.” 저자들의 말 오랫동안 부재의 기록을 쓰고 싶었어요. 모두 어떻게 결핍으로 가득한 이 삶을 살아가는지, 상실을 겪으면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을 수 있는지, 죽음과 제대로 직면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혹은 사랑이 끝났을 때 두 사람이 헤어지면 그 사랑은 어디로 가는지를 말예요. 부재는 아주 강한 존재예요. 부재한 사람들은 어디로도 가지 않아요. 늘 거기 있죠. 제 아버지가 지금 더 이상 이곳에 없어도, 오히려 예전보다 더 제 곁에 있는 것처럼요. -글쓴이 콘치타 데 그레고리오 제게 이 그림들은 마음과 손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아요. 순수한 자유죠. 콘치타가 오래된 제 드로잉 노트를 보고는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대화를 적어두는 노트와 비슷하다고 했어요. 우리의 두 노트가 함께 놓이면 의미를 갖게 될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 책은 부재를 다루지만 슬픔과 혼동해서는 안 돼요. 분명 사라진 것들을 향하고 있지만, 우리는 웃으며 떠올릴 수도 있죠. 미소 짓는 향수처럼, 부재를 향한 감정을 다양한 모습으로 담아냈어요. 이 책을 열기만 한다면, 누구든 곧바로 매료될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 밤엔 아홉 살인 제 막내딸에게 읽어줄 거예요. -그린이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