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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詩
1952 -슬픔 9│이십억 광년의 고독 10│네로?사랑받은 작은 개에게 13 1955 -빌리 더 키드 16 1962 -포임 아이 18│오늘의 애드리브 20 1968 -도바1 21│도바3 22│이것이 제 상냥함입니다 23 아침 릴레이 24 1971 -살다 26 1972 -오찬 29│헛들림?Vietnam1969 30 1974 -아버지는 32 1975 -잔디밭 33│사과에 대한 고집 34 1980 -(어디)2?교합 36 1981 -방귀 노래 39 1982 -평범한 남자 40 1984 -12월 15일 41 1985 -민들레꽃이 필 때마다 42│해질녘 43 1988 -안녕히 계세요 44 1990 -당신이 거기에 46│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48 11월의 노래 50 1991 -…… 51│탄생 52│장딴지 54 1993 -웃다 55│울 거야 57 1995 -지구의 손님 58 1999 -해골 60 2000 -현세에서의 마지막 한 걸음 62 2003 -밤의 미키마우스 64 2005 -부탁 66│책 69 2007 -자기소개 70│안녕 72│어머니를 만나다?소년4 74 2009 -나 태어났어요 76│임사선 78 2013 -시간 88│2페이지 둘째 줄부터 90│강가의 돌멩이 92 미래의아이 94 산문 散文 1968 -자서전적 단편 99 1979 -시인문답 104 1985 -연애는 야단스럽다 111 1994 -장례식에 대하여 116│노망든 어머니의 편지 120 2001 -이십일 세기 첫째 날 125│바람구멍을 뚫다 126 2010 -《혼자 살기》 문고판 후기 130 2015 -한국 독자에게?다니카와 슌타로 136│요시카와 나기 139 |
Shuntaro Tanikawa,たにかわ しゅんたろう,谷川 俊太郞
다니카와 슌타로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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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색이 아니라 사과다. 동그라미라고 말할 수는 없다, 모양이 아니라 사과다. 신맛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맛이 아니라 사과다. 비싼 가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값이 아니라 사과다.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미가 아니라 사과다. 분류할 수는 없다, 식물이 아니라, 사과니까.
꽃피는 사과다. 열리는 사과, 가지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사과다. 비를 맞는 사과, 쪼아먹히는 사과, 잡아떼이는 사과, 땅에 떨어지는 사과다. 썩는 사과다. 씨앗의 사과, 싹트는 사과. 사과라 부를 필요도 없는 사과다. 사과가 아니어도 되는 사과, 사과이어도 되는 사과, 사과이어도 사과가 아니어도 상관없이 단 하나의 사과는 모든 사과. --- p.34 2페이지 둘째 줄부터 시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먼저 고유명사가 물에 잠기고 형용사가 썩고 조사가 흐슬부슬 떨어지고 접속사에는 곰팡이가 많이 피었다 사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시인에게까지 미쳤다 느닷없이 의자 다리가 부러졌으며 이어서 키보드가 녹아버린 데다 머리칼도 타올랐다 아내는 그것을 보자마자 집을 나가고 맏아들의 야뇨증이 재발했다 맏딸은 입을 다물고 이름이 다로太郞인 개가 에스페란토로 짖기 시작했다 애마 ‘라이프’의 내비게이션도 고장났다 --- p.90 이십일 세기 첫번째 날 아침, 하늘을 나는 소리개를 향해 소뼈를 던져주었다. 뼈는 헛되이 떨어져 내 왼쪽 발등을 때렸다. 아팠다. 푸른 하늘에 태양이 눈부셨다. 과학자는 진공도 비어 있지는 않다고 한다. 동시에 시간도 공간도 없는 ‘무’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런 것에 신경을 써봤자 소용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게 재미있어죽겠다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에게 있어 이십 세기 최대의 사건은 내가 이 세상에 왔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이십일 세기 최대의 사건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 되지 않을까. 밤에 해양심층수로 잘못 알고 냉장고에 있던 워커를 병째 마셔버렸다. 덕택에 꿈도 꾸지 않고 잘 잤다. --- p.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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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현재진행형의 노래
[우주소년 아톰][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작사가로도 친근한 거장 다니카와 슌타로! 긴 시력을 망라하는 기념비적 작품집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구덩이뿐인 한겨울’ 같은 어둠침침한 사회 분위기와 함께 맵고 날카로운 현실주의 시가 주류를 이루던 일본 시문단에 청년 다니카와 슌타로의 등장은 한 줄기 새로운 바람이었다. 1952년 데뷔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발표한 이래 시인 다니카와는 섬세한 감수성과 담박하고 분명한 어휘로, [방귀 노래](p.39)와 같이 맑은 동심을 그린 시에서부터 [(어디)2?교합](p.36-8) [미래의아이](p.94-5) 등 철학적 고뇌 혹은 실험적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시정을 아낌없이 선보였다. 목욕하며 뽀 남 몰래 스 당황해서 뿌 둘이 같이 뽕 _[방귀 노래]에서 침엽수와의 교합은 몇 번 경험해봤지만 양치식물과의 교합은 처음이었다. 이름은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습한 땅 위에서 희미한 바람을 받아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봤을 때 나는 언어를 가지지 않는 생물에게도 어떤 자기표현이 있음을 깨달았다. _[(어디)2?교합]에서 다니카와 슌타로 ≠ ‘근면’형 혹은 ‘노력’형 시인 ≠ ‘단명’형 시인 ≠ ‘조로’형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 = (천재 + 근면) × 시인 문학평론가이자 중국 대륙에 다니카와를 처음 알린 번역가이기도 한 티안유안은 시인을 가리켜 다시없을 찬사를 연발한 바 있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창작활동은 작품 수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근면’형 혹은 ‘노력’형 시인이 아닌 것이다. 또 순간의 재기가 반짝하자 이내 사그라지는 ‘단명’형 시인도 아니다. 쓰면 쓸수록 문재文才가 닳아없어지는 ‘소진’형 시인도 아니다. 다니카와 슌타로가 십대 후반에 동인지 등 잡지에 작품을 게재하고 스무 살에는 정식으로 단행본 시집을 출간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조금은 신비주의적 해석일지 모르지만, 그가 시인이 된 것은 어쩌면 지난 생애에 이미 정해진 일인지도 모르겠다.” 1931년 출생, 1952년 첫 시집 출간. 시인의 나이는 차치하고 시력으로만 따져도 환갑이 넘었다. 돌아보면 그간 백여 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포함해 수천 편의 시를 썼다. 그림책, 번역서까지 포함하면 저서는 이백 여권에 이른다. 하지만 시인 다니카와는 오늘도 온종일 지척에 그리고 잠자리 머리맡에까지 시상이 떠오를 때를 대비해 메모지를 준비해둔다. 즉 천생시인이 근면의 미덕까지 갖춘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노래를 여전한 현재진행형으로 누리고 있다. 그의 시는 어렵지 않다. 지극히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언어를 선호한다. 어쩌면 시를 ‘짓기’보다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는 깊은 철학성과 가없는 시적 상상력을 선사한다. 특히 방부처리라도 한 듯 시인만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생명력은 일본현대시사詩史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한국 독자 여러분, 이웃 시인으로 맞아주시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_다니카와 슌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어깨에 힘을 주기는커녕 늘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향해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것이 바로 여든이 훌쩍 넘어서도 변함없는 감수성을 가진, ‘젊은 시인’으로서 싱그러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원천이 아닌가 한다. 저는 키 작은 대머리 노인입니다 벌써 반세기 이상 명사 동사 조사 형용사 물음표 등 말들에 시달리면서 살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는 공구 같은 게 싫지 않습니다 또 작은 것도 포함해서 나무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것들의 명칭을 외우는 일은 서투릅니다 저는 지나간 날짜에 별로 관심이 없으며 권위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_[자기소개]에서 《사과에 대한 고집》은 예순 해가 넘는 긴 시력을 망라해 시인의 깊은 문학적 성취와 높은 열의를 밀도 있게 압축하여 한데 엮은 매혹적인 작품집이다. 방대한 양의 작품을 검토하고 선별하는 데에는 평소 다니카와 슌타로의 오랜 팬이자 한일/일한 번역가인 요시카와 나기의 공이 컸다. 가식 없이 소박한 언어의 조합이 얼마나 진한 여운을 남기는지, 그리고 “장소는 다 지구 위의 어느 한 점이고 사람은 다 인류 중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세계가 시대에 따라 우주와 지구를 넘나들며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좇아가보는 것도 이 책을 만나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