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처음처럼
2. 길, 강화도 가는 3. 관계의 세상으로 4. 교육 예술이라는 것의 이미지 5. 사이에 대한 몇 가지 단상 6. 예감, 새로운 학교가 솟아나고 있다 7. 나무로부터 배우는 사랑 |
본명:오환섭
오철수의 다른 상품
|
욕심이 많았습니다. 출판일하랴 동네 작목반 일하랴 눈코 뜰 새 없이 지나버린 5, 6월. 정작 우리 앞마당 쪽 200여 평의 밭은 풀밭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는 비록 객으로 드나드는 사람이지만 강화도에 갈 때마다 그 모양이 늘 부담이어서, 그날도 도착하는 즉시 밭으로 나가 풀 뽑을 채비를 하였습니다. 이때 밖에서 황구(커다란 덩치에 출판일보다는 논밭일에 열중인 그 집주인 황덕명을 몇몇 형뻘 되는 이들은 그렇게 부른다)가 불렀습니다.
"형, 이리 와 봐-" 채비를 하고 나가 보니 돈사 옆 손바닥만한 참외밭에 그가 허리를 굽히고 있습니다. 건강한 몸짓에 아예 웃옷을 벗고 있는 그의 등은 거름 좋은 흙빛입니다. 문득 몇 주 전에 보았던 참외꽃을 떠올리며 그 쪽으로 갔습니다. 황구는 싱글벙글하며 "자, 여기 봐"하며 참외 넝쿨을 걷어 보입니다. 언뜻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어른 주먹만한 참외가 이파리 가운데 숨어 있습니다. 그 표정이 마치 기다리던 사람 만나 반가워 웃음을 짓는 것처럼 옅은 황녹빛입니다. "신기하지?" "어제 김을 매려다가 이걸 보고 너무 좋아서 형이 오면 하라고 놔뒀어."합니다. 그 밭의 처음 모습이 스칩니다. 오이 심을 때 같이 모종했다고는 하는데, 옆 오이는 넝쿨을 올리고 노란 꽃을 피우는데도 참외 모종은 꽃은 고사하고 잎사귀도 제대로 들어올리지 못하고 배들배들 말라 가고 있었습니다. ---pp.105-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