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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지켜보는 사람흰 개무이모아이파도의 파형파과(破瓜) 1파과 2적산가옥복숭아가 있는 정물마고 1미당(美堂)오후 세시사랑의 순서단조(短調) 제2부늑대가지의 식감얼굴만 아는 사이안경잔두번째 전화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여름의 잔디 구장굳는다는 것새로운 사람첫눈은 내 혀에 내려앉아라당신은 나의 미래스미다강의 불꽃 축제 제3부안목에는 있고 안도에는 없는아쿠아리움홍제천을 걸었다연두부히로시마 단풍 만주한밤의 주유소서커스무고한 풀잎들무거운 말수증기 지역동물의 사육제거인생물속죄통곡의 벽심문백색광 아래 나방 제4부다리 아래틀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마고 2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탱화 1탱화 2탱화 3볏국화가 있던 자리에 국화가 사라지듯이옛터착란메콩강의 달무리콩비지가 끓는 동안론도 해설|양경언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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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美奈, 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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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다”고통을 다스리는 시인의 다정한 인사 삶의 신산한 풍경 속에도 “무른 잇몸에/처음 돋은 젖니처럼” “무구하고 환한”(「단조(短調)」) 생(生)의 미세한 떨림이 있기 마련이다.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고통과 지속되는 절망 속에서도 시인은 “눈보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티”를 구하여 “꺼져가는 숨”(「마고 1」)을 되살린다. “천수관음은/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지만 우리의 “손이 천개”라 해도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는 없는 노릇, 시인은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하게 “분수처럼 솟구쳐”(「탱화 3」) 살아 있으라 한다. “눈도 코도 입술도 문드러진/사랑”(「옛터」)의 힘으로나마 슬픔으로 가득 찬 세상에 한줄기 빛을 던지며 시인은 “어린 날의 내 영혼이/돌고래처럼 이마를 빛내며/솟구쳐 오르는”(「파도의 파형」) 지금 이곳의 삶 한가운데로 다박다박 걸어들어간다. 문학평론가 양경언은 해설에서 이를 “고통이 만연한 세상에 정직하게 귀의한” 것이라 말하면서 “신미나는 고통을 다스리는 시인”이(132면)라 이른다.신미나 시인은 고통을 다스리는 방법은 고통을 관통하는 길밖에 없음을 안다. 이 시집에는 “오래전에 죽은”(「흰 개」) 할머니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언니”(「파과 2」) 등 떠나간 사람들과 고통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시인은 현실에서 사라졌거나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존재들을 엄연한 ‘이 세상 존재’로 호명하며 그들을 향해 “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복숭아가 있는 정물」)라고 말한다. 이렇듯 타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진실한 마음이 깃든 시인의 다정다감한 고백을 읽는 동안 우리는 시의 궁극적 의미와 “시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너’와 ‘나’를 ‘우리’로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체감”(황인찬, 추천사)하게 된다. “신 없는 신앙을 모시듯이”(「복숭아가 있는 정물」) 묵묵히 삶의 고통을 이고 살아가는 외롭고 쓸쓸한 존재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목소리,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시인의 말)라는 말이 새삼 뭉클하다."맨바닥에서제 무게를 이고 있는그릇의 굽그 높이를당신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늦어도 천천히 오라고기다려준 이들에게이 노래를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2021년 3월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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