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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삼무괴가(三武魁歌)
02.누런 소와 검정 소와 무서운 이야기 03.리듬 오브 조선 04.구미호 전설 05.철마(鐵馬)는 위험해 06.토정(土亭) 이지함 07.진주성 혈전기 08.난쟁이들의 왕 09.하늘을 나는 용의 꿈 10.조선협객 백동수 11.검은 안개가 걷힐 때 12.천재가 태어나다 13.우주의 여명 14.황제를 추억하며 ~총리대신 이재황 회고록~ 15.불의 행성 16.암흑 너머로 17.에필로그 - 또 다른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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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못 들어 보셨습니까? 낮에는 구굴(求掘)이 듣고 밤에는 마소(摩小)가 듣는다……. 아 그게 진짜더라니까요?”
--- 「p.30, Ep.2 누런 소와 검정 소와 무서운 이야기」 중에서 “그럼, 음악 안에서만 한정해서 답해 보시오. 그대는 ‘우리의 혼’이 뭐라고 생각하시오?” 세자가 쉬이 도망갈 틈을 주지 않자, 박연은 처음 과거를 보던 때처럼 바짝 얼어붙어서는 애매모호하게 답하였다. “으음…… 글쎄요, 백성들과의 호흡……? 화합?” “아니,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혼’은 이거요.” --- 「p.47, Ep.3 리듬 오브 조선」 중에서 “여우라면 반드시 냄새에 반응할 것이다.” 그는 옷단 여기저기에 남들 모르게 추루(鰍漏:미꾸라지를 으깨어 만든 고양이용 간식)를 묻혀 놓고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터나 주막을 돌아다니며 거동이 수상한 이는 없는지 감시했다. --- 「p.67, Ep.4 구미호 전설」 중에서 “여기까지 이해하셨다면 사람이 죽은 이후에 육신, 즉 휴대전화로부터 분리된 전파인 영혼이 토계나락, 지구의 중심에 얽매인다는 것도 이해하셨겠지요.” “그렇다고 칩시다. 그게 어떻다는 게요?” “아시다시피 지구는 끊임없이 자전을 합니다. 그 표면의 속도는 지구 중심을 기준으로 최대 무려 한 시진 당 8천5백리에 이르지요. 그럼 스스로를 얽어맬 육신이 없는 영혼이 어떻게 지표면에 자신을 고정할까요?” --- 「p.89, Ep.5 철마는 위험해」 중에서 험상궂은 인상의 가마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앞에 섰던 자가 그를 붙잡아 만류하고는 최대한 점잖은 말투로 선비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뭐 하시는 분이신지? 우리한테 용무라도 있으신 게요?” 그러자 선비는 태연한 얼굴로 답하였다. “나요? 야깅을 하고 있었소.” --- 「p.196, Ep.10 조선협객 백동수」 중에서 어차피 조선의 남아라면 언젠가는 이 민속놀이에 통달하게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세자 저하에게 처음 성간쟁패에의 눈을 뜨게 한 이가 자신이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싶었다. 원우는 딱 한 시진만이라는 생각으로 말하였다. “저하, 남자라면 저구(猪狗)이옵니다. 흙의 종족, 저구를 고르시옵소서.” --- 「p.244, Ep.12 천재가 태어나다」 중에서 연오랑 기지를 일군 홍민의 아버지는 늘 그에게 말하였다. 살다 보면 언젠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반드시 오게 마련인데, 그때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이 둘째이고, 그 결정이 정의로울 것이 첫째라고. --- 「p.339, Ep.15 불의 행성」 중에서 그러나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매 순간 고통의 연속이었다. 희망을 꿈꾼 대가가 고통일 뿐이라면 우리는 어째서 환상을 보아야 하는가. --- 「p.357, Ep.16 암흑 너머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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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장원 작가의 참신한 일러스트가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나다
"환상조선록"은 손장원 작가가 수년간 웹에 공개해 온 일러스트들(약칭 〈사이버 조선〉 시리즈)을 모티브로 하여, 최가야 작가가 글로 완성시킨 단편 연작집이다. 각 단편은 서로 다른 시대의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작가는 그것들을 시대별로 묶고 하나의 흐름으로 배치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완성하였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기운이 엿보이는 조선 초기의 모습들부터 천지가 요동치는 왜란/호란기를 거쳐, 격변의 시대에서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조선 말기, 나아가 우주 진출의 시대까지, 이 책은 우리가 보지 못한 '환상조선'의 다채롭고 매력적인 모습들로 가득하다. 그리하여 이야기를 읽는 동안, 여러 삽화들이 마치 처음부터 각 단편들을 위해 그려진 것과도 같은 시간 역전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진중한 역사 판타지 편의상 'SF'와 '대체 역사'라는 장르로 구분되지만, "환상조선록"은 소위 '국뽕'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SF적인 소재들이 넘치는 가상의 역사 속에서, 이 작품은 시간을 거스른 '오파츠'들의 활약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과 선택에 집중한다. 그리하여 SF라기보다는 사극에 가까운 이 작품은, 실제 역사 속에서 선조들이 고뇌하였던 당시의 상황과 현실을 평행세계라는 살짝 비틀어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시 이야기한다. 그렇게 열일곱 개의 이야기들을 시대순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수백 년 조선의 연표가 머릿속에 정리되는 것을 느끼게 될것이다. 일견 어이없어 보이는 설정과 상황들 속에서, "환상조선록"은 올바른 왕의 모습이란 어떠해야 하며, 백성이란 또 어떠해야 하는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SF와 사극의 경계를 제대로 허물어뜨리다 'SF 사극'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검색해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표현이 바로 "SF에서 사극까지" 이다. 그만큼 두 장르는 서로 극과 극의 포지션에 위치해 있는데,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극은 과거를, SF는 미래를 대표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각의 장르는 이야기 하고자 하는 포인트도, 재미도, 화법도 분명히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두 장르를 서로 믹스해 보고자 하는 시도는 종종 있어 왔다. 극과 극에 있는 두 재료를 섞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독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내포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로는 영화 "외계+인"의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쳤던 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쫓는 일은 언제나 둘 다를 잃을 위험성 또한 존재함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사극과 SF의 혼합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 미래와 과거가 섞이려면 반드시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이 작중에 녹아들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만약에 'SF 사극'이라는 장르가 생긴다면 그것은 '시간여행' 장르의 하위에 배속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위에서 예로 든 "외계+인" 또한 그렇다고 하겠다. 즉, 기본 장르는 SF이고 그 배경이 (시간여행을 통한) 과거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SF 사극' 보다는 '사극 SF'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환상조선록"을 보고 있으면 이 작품은 '사극 SF'가 아닌 진짜 'SF 사극'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작품에서도 분명히 시간을 여행하는 자가 등장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변화들이 생겨나지만, 작품의 톤은 마치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담담히 기록하는 사서인 양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 시점에서 미래의 일을 다룬 에피소드에서조차 그렇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작품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평행세계 저 너머의 조선의 700여년의 이야기를 다룬 또다른 "조선왕조실록"인 셈이다. 그것이 이 작품의 제목이 "조선환상록"이 아닌 "환상조선록"인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