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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구비 옛이야기’를 펴내며
주거니 받거니 은혜 이야기 엮은이의 말 한양에서 가장 큰 집 찾기 잘못을 뉘우친 도둑 나그네 덕에 살린 삼대독자 삼천 냥의 보은 개로 태어난 어머니 개와 고양이의 구슬 다툼 두꺼비의 도움으로 목숨 구한 처녀 은혜 갚은 호랑이 사람을 구해 준 사슴과 구렁이 주거니 받거니 은혜 이야기 해설 주거니 받거니 은혜 이야기 판본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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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안에서 어떤 사내가 쌀을 욕심대로 퍼내고 있었어. 그런데 그 사람이 자루를 짊어지려다가 워낙 무거우니까 못 일어나고 주저앉고, 또 주저앉고, 주저앉고 하는 거야.
그 사람이 다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쓸 때, 노인이 다가가 뒤에서 떠받쳐 주었어. 사내는 겨우 일어나 그 길로 나가려고 홱 돌아섰다가 노인을 보고 깜짝 놀라 도로 주저앉고 말았지. “걱정 말고 지고 가게. 나는 이것 없어도 먹고살 수 있네. 하지만 이번만이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게. 먹고살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더라도 도둑질을 하면 안 되지. 달리 어떻게 벌어먹고 살지 생각해 보게.” ---「잘못을 뉘우친 도둑」중에서 “아이고, 동생아! 내가 너를 찾아오는 길에 이 아이 집에 들러 이틀 동안이나 대접받고 노잣돈까지 얻었단다. 이 아이는 삼대독자 외동아들이고, 늙은 할머니와 어머니가 이 아이만 보고 살아가고 있는데 나를 봐서라도 이 아이를 살려다오.” 동생은 고개를 끄덕거렸어. “이 아이는 살려 줘야겠군요.” 동생은 소매에서 꺼낸 책을 이리저리 넘기더니 아이 이름을 지웠어. 그러고는 말했지. “어서 돌아가거라.” ---「나그네 덕에 살린 삼대독자」중에서 한편 개와 고양이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지. 가만 생각해 보니 부자로 살 적에는 날마다 고기를 잘 얻어먹다가 이제는 밥도 제대로 얻어먹을 수 없거든. 고양이가 개에게 말했어. “야, 개야. 우리 그러지 말고 저 강 건너 할아버지 친구네 집에 가서 야광 구슬을 훔쳐 오자.” “어떻게 훔친단 말이야?” “나만 따라와.” ---「개와 고양이의 구슬 다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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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가장 밑바탕에 깔린 은혜 갚는 이야기
은혜를 베풀고 갚는 이야기는 옛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는 정서이지요. 우리 선조들은 부모님이 자신을 낳아 준 것도 은혜, 어른이 될 때까지 길러 주신 것도 은혜라 생각했습니다. 심지어는 부모가 죽어서도 살아 있는 자식들을 위해 지극한 은혜를 베풀었다는 옛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식이 늙은 부모를 모시고, 죽은 부모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은 모두 은혜를 갚는 일에 속합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탄생 자체가 이미 부모로부터 큰 은혜를 받은 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는 은혜를 베푸는 마음과 되갚는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얼마나 근본이 되는 일인가를 알려 줍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어우러져 사는 가운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주게 됩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주변을 돌아보며 힘든 이를 보살피라는 것이 아마도 ‘주거니 받거니 은혜 이야기’ 편이 던지는 교훈이 될 것입니다. 가족을 넘어, 타인을 넘어, 만물에까지 은혜 베풀기 [한양에서 가장 큰 집 찾기][잘못을 뉘우친 도둑][나그네 덕에 살린 삼대독자][삼천 냥의 보은][개로 태어난 어머니]의 이야기에서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은혜 주고받기를 다룹니다. 이중에서 [개로 태어난 어머니]는 가족 구성원 간의 은혜를 주고받기가 나오는데요. 은혜를 베푸는 대상이 가족을 넘어 사회를 향해야 의미가 크겠지만, 대대로 우리 민족은 가족을 사회 축소판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가족 내 은혜 베풀기를 단순하게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지금도 선조나 부모를 잘 모시면 후손이 잘될 거라는 믿음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의 구슬 다툼][두꺼비의 도움으로 목숨 구한 처녀][은혜 갚은 호랑이][사슴을 구해 준 사슴과 구렁이]에서는 사람과 동물 간의 은혜 주고받기를 보여 줍니다. 동물도 은혜를 입으면 꼭 보답하는데, 인간의 경우에는 그 은혜를 저버리는 배은망덕한 행동이 자주 발생하고 있음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은혜를 베풀고 갚는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이것이 가족을 넘어 타인에게로, 다시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자연 생태계 만물에까지 미치게 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우선은 은혜를 저버리는 행동부터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