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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확장하고 끊임없이 만들다 보면
정진호 작가 “그림책으로 집을 짓는 작가” 조미자 작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재미있는 그림책” 박현민 작가 “비워둠으로써 채워지는 메시지 오세나 작가 “고독, 외로움, 결핍의 힘” 이수연 작가 “7년의 피땀 눈물” 이기훈 작가 “놀고 싶어 그렸는데, 그리며 놀고 있는 예술가” 에필로그 내 안의 작은 문을 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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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경험을 녹인 작품 말고, 어딘가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으로 발전한 경우도 있잖아요. 『심장 소리』나 『생각에 생각을』 같은 작품이요.
『심장 소리』는 자주 교류했던 건축과 교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에서 시작했어요. 그분이 제자들과 여행도 함께할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셨거든요. 한번은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산〉에 갔어요. 미술관을 같이 둘러보던 교수께서 “일본에 재미있는 미술관, 박물관이 있어서 갔다 왔어”라며 이야기해 주셨어요. 테시마섬에 심장 소리를 아카이브해 놓는 공간이 있다고요. 심장 소리를 모아 대지 예술처럼 건물을 지어서 하나씩 모으기 시작한 게 그 공간의 시작이었다고요. 커다란 예술 프로젝트의 하나인데, 그 섬 전체에 그와 같은 미술관이 여러 개 있다더라고요. 그중 하나가 심장 소리 보관소이고, 그곳에 전 세계에서 녹음해 보내준 심장 소리가 저장되어 있다고 하셨어요. 어떤 사람은 아버지의 심장 소리를 저장해 놓고 돌아가신 이후에도 그 소리를 들으러 주기적으로 찾아오기도 한다더라고요. --- 「정진호 : “그림책으로 집을 짓는 작가”」 중에서 『내 방에서 잘 거야』도 아이들의 경험담이죠? 저희 집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거든요. 아들이 어렸을 때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어요. 아들이 방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기껏 마련해 줬는데 결국 혼자 못 자고 자꾸 안방으로 왔어요. 아들의 행동이 귀엽고 재미있어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양육자라면 다들 공감할 것 같아요. 맞아요. 방을 독립하는 심리에 관한 내용이잖아요. 그림책에는 마음속 불안의 형상들을 덜 무섭게, 그리고 가볍게 표현했어요. 그다음에 출간된 『내가 싼 게 아니야』는 『내 방에서 잘 거야』에 등장하는 아이 캐릭터가 아까워서 이야기를 더 만들어본 거예요. 이번 주제는 걱정이었어요. 걱정이 많고 초조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신체와 정신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고도 들었어요. 정신 발달을 신체 기능이 못 따라오다 보니 아이들이 이불에 오줌을 싸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을 그림책으로 만들어 보자, 물론 현실에서 그런 엄마는 드물겠지만, 혼을 내는 엄마가 아닌, 아이의 변명이나 부끄러움을 그대로 받아주는 모습을 그려보자고 생각했죠. --- 「조미자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재미있는 그림책」 중에서 글이 있어서 친절한 부분도 있지만 또 없어서 마음껏 상상할 여지가 생기기도 해요. 각각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글이 없어서 아쉬운 장면이 있긴 해요. 『엄청난 눈』에서 아이들이 손을 벌리고 있는 장면에서 “엄청난 눈사람이에요”라는 글을 덜어냈어요. ‘눈사람’이라고 지칭하면 상상력이 제한되잖아요. ‘여기 어떻게 눈사람이 있지’, ‘이 눈사람은 얼마나 클까’ 하고요. 보통 지면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할 텐데 그다음 장면까지 임팩트가 약해지는 것 같아 글을 지웠어요. 막상 지웠지만 눈사람이라고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도 글이 없으면 독자가 주체적으로 개입하게 되니까 좋아요. 원래 일러스트레이션이 어떤 상황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건데, 글이 아예 빠지면서 명료하게 보여주는 도구뿐 아니라 그림 자체가 메인 역할을 하는 게 좋았어요. ‘그림을 더 자세히 살펴봐. 그린이의 이야기를 들어봐’라는 느낌으로 진행했어요. --- 「박현민 : “비워둠으로써 채워지는 메시지」 중에서 은유를 사용해서 그런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은유가 오히려 설득하고 강조하는 데 더 효과적이에요. 글로 설명을 더해 직접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면 불편해서 외면하거든요. 그 대신에 여백을 주어, 그 공간에서 직접 사유하는 게 제 책이 주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한번은 어떤 고등학생이 이 책을 사전 정보 전혀 없이 봤다가 “인생 이야기”라고 표현하는 걸 들었어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던 그 학생은 힘든 자신이 녹아서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떠올린 거예요. 이런 자유로운 해석은 글이 없어서 가능한, 글 없는 그림책의 매력이라고 봐요. 100명이 꼭 같은 이야기를 볼 필요는 없잖아요. 100가지 이야기로 해석해도 상관없으니까요. 자신만의 해석으로 위로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 「오세나 : “고독, 외로움, 결핍의 힘”」 중에서 이 책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어떤 기사를 봤어요. 한 중학생이 죽기 전 남긴 친필 유서가 사진으로 실려 있었는데 잊을 수 없었어요. “어른들은 거짓말만 하는 위선자이고 거짓말쟁이다”라고 써놓은 거예요. 아마 부모나 선생님에게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한 것 같아요.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때 이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이 책에 “모르는 척하는데 익숙한 세상의 모든 곰들에게”라고 편집자님이 뒤표지에 이 문장을 담아주셨어요. 곰은 자신과 제일 친한 같은 반 친구 토끼가 따돌림 당하는데도 모르는 척하거든요. 방관자 중에서도 제일 비겁한 친구죠. --- 「이수연 : “7년의 피땀 눈물”」 중에서 지금도 매일 그리시나요? 연습은 매일 해야 해요. 작업을 하루에 몇 시간씩 정해놓는 것처럼 연습하는 시간도 목표를 정해두고 해요. 그 작업물들을 쌓아두었다가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곤 하죠. 스스로 성장한 게 눈으로 보이는데,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캐릭터 육성을 좋아하잖아요. 현실에서 나를 성장시키는 건 게임보다 더 재미있어요. 습작을 보면서 1년 뒤, 5년 뒤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는 게 신나고 설레요. 저는 예술가로, 작가로 산다는 것에 감사해요. 오롯이 나로 살 수 있으니까요. 나를 위해 하루 전체를 쓰고, 나의 성장을 바라며 살고, 내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거든요. 재미있는 인생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해요. --- 「이기훈 : “놀고 싶어 그렸는데, 그리며 놀고 있는 예술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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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 그림보다 중요한 건 바로 이것!
많은 그림책 작가들이 인터뷰이 후보군으로 있었지만, 시간과 여러 제약들 속에서 총 여섯 명의 그림책 작가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정진호 작가, 조미자 작가, 박현민 작가, 오세나 작가, 이수연 작가, 이기훈 작가. 이들을 직접 만나 그동안 작업한 그림책에 관한 비하인드 이야기, 창작과 영감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작가의 작업실이나 도서관 등 작가가 원하는 곳에서 약 서너 시간 정도 진행이 되었다. ‘볼로냐의 남자’라는 별명이 있는 정진호 작가와는 그림책의 서사와 구조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림책에서 중요한 건 그림보다 바로 탄탄한 이야기 구조라는 것. 극단적으로 말해 그림은 알아볼 수 있는 선 정도면 충분하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탄탄하게 이야기를 쌓아가고 그 안에 상징과 숨은 의미들을 넣는 것, 이것이 더 어려운 일이기에 그는 책 하나를 만들 때마다 자료 조사를 철저하게 하고 이야기의 완결성을 높이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들인다고 한다. 조미자 작가는 직접 핑거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도 책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감정에 하나하나 스토리를 부여해 그림책을 만드는 그녀는 앞으로 ‘질투’라는 감정을 꼭 그림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한다. 모두가 자주 느끼는 감정이지만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 질투를 그녀만의 색으로 어떻게 그려 나갈지 기대가 된다. 박현민 작가와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가 계속해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외국에서 분홍색 노트를 보고 영감을 얻어 시작한 〈하얀 개〉의 비하인드 스토리, 출판사를 설득해서 사탕수수 종이에 인쇄를 하는 일까지… 그가 앞으로 또 어떤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독자에게 뜻밖의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가 된다. 오세나 작가는 그야말로 글 없는 그림책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글 없이 만든 그녀의 그림책 속으로 독자는 홀린 듯이 빨려 들어간다. 글이 없어서 가능한, 100명이면 100명이 모두 다르게 해석이 가능한 그림책의 매력. 인터뷰에서는 오세나 작가가 작품마다 숨겨둔 상징과 은유를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책 리뷰 중 ‘괴물의 등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이수연 작가. 그녀가 만든 그림책들은 쉽지 않은 주제들, 어렵고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누구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고 진득한 그녀이기에 그녀는 자신의 그림책이 자신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다수에게 의미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자신이 지나온 힘든 시간을 발판으로 삼아 신인 작가들에게 손을 내미는 그녀는 이미 꿈을 이룬 것 같다. 이기훈 작가는 노는 게 좋아서, 놀면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다. 이야기를 미리 설정하고 갇히기보다는 하나의 그림에서 가지를 뻗어 나가듯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는 이기훈 작가. 그래서 그의 그림책 세계관은 방대하고 또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회화라는 그림에 담긴 은유, 그 은유를 찾으며 읽다 보면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자유분방함을 이기훈 작가의 그림책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하지만 다채로운 인터뷰 속에서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다 여섯 명의 작가는 모두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때로는 씩씩하게 분야를 개척했다. 책이라는 물성을 다른 영역과 결합하여 좁은 길을 넓히고, 울퉁불퉁한 길을 반듯하게 닦기도 하고, 더 울퉁불퉁하게 만들기도 했다. 창작자의 경계를 넘어서 독자가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인쇄의 한계에도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경계를 허물며 스스로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과의 속 깊은 대화를 담아낸 이 인터뷰집이 독자들의 마음속 경계를 허물어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확장하는 자그마한 힘이 되어준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