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한자의 기분 1부 살아 있다는 기분名[명] 이름朝[조] 아침尖[첨] 뾰족하다嵌[감] 산골짜기坐[좌] 앉다梢[초] 나무의 끝看[간] 보다學[학] 배우다生[생] 태어나다來[래] 오다2부 색깔의 기분綠[록] 나뭇잎의 색黃[황] 땅의 색霜[상] 서리虹[홍] 무지개灰[회] 회색夜[야] 밤素[소] 하양晝[주] 낮墨[묵] 먹軟[연] 연하다3부 얼룩을 닦는 기분文[문] 무늬蓋[개] 덮다洗[세] 씻다捨[사] 버리다明[명] 밝다痕[흔] 흔적泡[포] 거품眉[미] 눈썹染[염] 물들다點[점] 점4부 떠나는 기분散[산] 흩어지다行[행] 다니다睡[수] 잠緖[서] 실마리老[로] 늙다髮[발] 머리카락別[별] 나누다向[향] 향하다海[해] 바다初[초] 시작5부 잊고 싶은 기분雪[설] 눈?[위] 한숨 쉬다忘[망] 잊다哭[곡] 우는 소리痛[통] 아프다怨[원] 원망하다?[염] 불꽃石[석] 돌旬[순] 열흘溶[용] 녹다6부 집에 온 기분至[지] 이르다物[물] 만물適[적] 가다困[곤] 곤란하다休[휴] 쉬다閉[폐] 닫다鳴[명] 울다果[과] 열매窓[창] 창家[가] 집7부 계절의 기분靄[애] 안개雨[우] 비稀[희] 성기다濕[습] 물에 젖다鬱[울] 울창하다暴[폭] 햇볕에 말리다立[입] 멈추어 서다?[시] 감나무霰[산] 싸라기눈凝[응] 얼어붙다8부 쓰는 기분煙[연] 연기奏[주] 연주하다論[논] 논하다蕩[탕] 씻어버리다獺[달] 수달淸[청] 맑다多[다] 많다責[책] 꾸짖다字[자] 문자銘[명] 새기다9부 옮기는 기분層[층] 층運[운] 옮기다人[인] 사람問[문] 묻다愛[애] 사랑晶[정] 밝다古[고] 옛날集[집] 모이다貝[패] 조개毫[호] 가느다란 털10부 읽는 기분前[전] 앞螢[형] 반딧불回[회] 돌다蝕[식] 좀먹다紙[지] 종이餘[여] 남다習[습] 익히다冊[책] 책印[인] 도장箴[잠] 바늘11부 헤아리는 기분一[일] 하나二[이] 둘三[삼] 셋四[사] 넷五[오] 다섯六[육] 여섯七[칠] 일곱八[팔] 여덟九[구] 아홉十[십] 열12부 살고 싶다는 기분改[개] 고치다甘[감] 달다倦[권] 게으르다相[상] 서로消[소] 사라지다美[미] 아름답다笑[소] 웃음里[리] 마을又[우] 또智[지] 지혜에필로그-기분의 뿌리
|
최다정의 다른 상품
|
“막연하게 두려워 외면하던 대상의 뿌리를 자세히 보고 나면 덜 두려울 수 있다고 믿는다”한자의 자원(字源)을 따라 빚어낸 한 글자 마음사전 작가는 열두 가지 기분에 따라 한 글자 한자들을 사전 형식으로 섬세하게 직조하며 마음의 근원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1부 ‘살아 있다는 기분’에서는 ‘嵌’(산골짜기 감) 자를 길어 올린다. 해가 막 떨어지기 시작한 여름의 초저녁 두 사람이 동네 뒷산을 산책하러 갔다가 생각보다 깊고 캄캄한 산길을 마주한다. 길 양쪽 끝에는 헝클어진 나무와 나뭇가지들이 빼곡했는데, 그 순간 둘뿐이었던 산골짜기[嵌]는 더 공활하게 느껴졌다. 이 커다랗고 어두운 동굴 속에 둘만이 빠져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작가는 일상과 다른 장소에서 우리도 모르게 계속 존재하던 세계를 발견한 기분이 드는 순간, 불쑥 삶은 오래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샘솟았다고 말한다.2부 ‘색깔의 기분’에서는 ‘灰’(회색 회) 자를 두고 활활 타오르던 불이 꺼지고 난 뒤의 잿빛 불을 떠올린다. 작가는 인간이란 무언가를 해낸 뒤 느끼는 성취감이나 안도감보다 아슬아슬한 과정의 시간 동안 느끼는 불확실한 희망에 기대어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불사르고 난 의 재로 남은 시간을 만지고 되새김질하며 또다시 시도와 굴곡을 거듭해 자신이 가장 편안해지는 곳을 찾아가고 있다고 믿는다.7부 ‘계절의 기분’에서는 ‘靄’(안개 애) 자를 꺼내어 보여주는데, 봄으로 한참 걸어왔다고 생각했던 어느 이른 아침 들판에 서리가 내려앉은 모습을 보고 작가는 생각에 빠진다. 열띤 봄기운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던 시간을 빠져나와 모든 게 천천히 식어버린 기분. 기척 없이 피어올랐다가 금세 또 흩어지는 이 봄날의 안개가 끼는 새로운 상황에 놓인 그때, 작가는 내일의 날씨를 예견하는 감각이 자신을 구하고, 살게 했음을 위안으로 삼는다.10부 ‘읽는 기분’에서는 ‘餘’(남을 여) 자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옛글에선 겨울·밤·장마의 시간을 아울러 ‘삼여(三餘)’라고 썼다는데, 이 세 종류의 시간에는 여유롭게 독서에만 몰두하기 좋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눈 내리는 겨울, 세상이 잠시 멈춘 밤, 비가 쏟아지는 여름은 모두 소란한 세상의 반대편에 마련된 비밀기지와 같고, 불완전한 시공간의 방에서 잠시 불을 꺼두고 웅크리며 숨어 있다 보면 완전히 안온하다는 기분이 찾아와주기도 한다는 것이다.“‘箴’ 자의 본래 뜻은 바늘이다. 흐트러져 갈피 잃은 나를 따끔하게 찔러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해주는 바늘 같은 글이 곧 ‘箴’인 것이다. 스스로 지어둔 엄격한 ‘箴’은, 길고 짧은 방황 끝에도 결국에는 다시 나를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로 되돌려 놓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의 ‘箴’ 제목은 평정잠(平靜箴)이다. 쉽게 초조해지는 마음을 단속해 평정심을 불러주는 나만의 잠언.”“애초에 달다는 뜻의 ‘甘’ 자는 입[口] 속에 맛있는 음식[一]을 머금고 있는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날이 밝고 좋아하는 카페에 찾아가 앉아 달콤한 레몬 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면 마음은 금세 또 밝은 자리를 찾아가리라고, 풀죽은 밤의 기분을 다독인다.”“기분이 엉망인 순간에 숨어 들어가 웅크리고 울 수 있는 곳이이 작은, 하나의 한자(漢字) 안이었으면 좋겠다”마음에 획을 긋는 한문학자의 언어 세계20세기 초, 미국의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와 벤저민 리 워프는 인간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고방식의 체계가 달라진다고 이야기했다.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사용자의 세계관과 인지적·정서적 영역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라는 문자는 고유의 언어 체계이지만, 많은 단어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아시아의 문자 체계와 한자문화권의 철학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작가가 마르고 찢겨 얼룩진 글자들의 오랜 흔적을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한자의 세계는 방대하고 유서 깊다. 저마다의 한자들은 수천 년 세월을 거듭하는 동안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생활한 긴 서사를 그 안에 응집하고 있다. 그래서 설명할 수 없는 아득한 기분이 들 때 한자 자전(字典)을 펼치면 반드시 어떤 글자 하나는 나를 언어화해줄 수 있다. (…) 한자문화권에 뿌리내린 우리는 한자를 통해 자신의 오래된 성정과 조우하며 자신이 존재하는 양상을 충분히 이해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온기 어린 옛글에 기대어 지나온 날들을 끈질기게 기억하고 과거와 현재를 정갈하게 연결 짓는 일은 작가가 현실에 발붙인 채 살아내기 위한 시도였으며, 한자에 기대어 마음을 나누며 형성해온 하나의 세계였다. 스스로의 상태를 인지하고 단어로 규정할 때 비로소 자신의 심리를 정확하게 깨닫게 되는 것처럼, 작가는 “기분을 맡길 한자를 고르고 그 뿌리를 찾아 한자의 기분을 빌려 자신의 기분을 말해보는 일의 반가움과 기쁨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평소에 자신이 즐겨 썼던 단어들이 어떤 의미를 품었는지 그 근원을 쫓아 한자의 표정을 한 획 한 획 읽어 나가다 보면 막연하게 두려워 외면하던 대상의 뿌리를 마주하게 되고 자신도 몰랐던 마음이 명료해질 것이다. 일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한자를 붙잡아 기분을 말해보는 일만으로도 삶이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