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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부터 진짜 나의 고통이 시작됐다. 나는 내 머리를 쥐어짜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봤으며, 가능한 한 눈치채지 못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지나이다의 일거일동을 지켜보았다. 그녀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녀는 이전과는 달리 혼자 산책을 나갔고, 혹은 몇 시간씩이나 자기 방에 틀어박혀 꼼짝 않고 있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 나는 갑자기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통찰력이 생겼다. 아니, 적어도 생긴 것 같았다.
'저 사람일까? 아냐, 아닐지도 몰라.'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사내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그려 보면서 나는 이렇게 자문하곤 했다. 그 중에서도 마레프스키 백작이-이것은 지나이다에게 수치스런 일이지만-다른 어떤 사내들보다 가장 유력한 상대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통찰력이란 것은 내 코끝에서만 맴도는 정도였으며, 게다가 나의 정탐은 모든 사람을 속일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적어도 의사 루신은 내 속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자신 역시 요사이 뭔가 달라져 있었다. 그는 점점 수척해져 갔고, 예전처럼 자주 웃긴 했지만 그 웃음소리는 공허하고 악의에 찬 느낌을 주었다. 또한 이전의 가벼운 풍자나 짐짓 꾸며 낸 냉소는 어느새 참을 수 없는 신경질로 나타나곤 했다. "이봐, 자넨 대체 무엇 때문에 허구한 날 이런 곳에 드나드나?" 언젠가 공작 부인 댁의 응접실에서 단 둘이 마주 앉게 되었을 때 그가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 때 지나이다는 산책을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공작 부인은 2층 방에서 째지는 듯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녀를 야단치는 모양이었다. ---pp.80-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