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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지혜
한끼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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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싸락눈 내리는 밤
1장. 폭풍 전야
2장. 구름 프로젝트
3장. 수요일에 만나요
4장. 미션, 파서블?
5장. 마지막 기회
6장. 백화점(百貨店) vs 백화점(百話店)
7장. 구름 속에 이야기가 있다
에필로그. 할아버지의 인생책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딸부잣집 둘째로 태어나 눈치 100단에 수다쟁이로 자랐다. 시트콤 PD를 꿈꾸며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으나 언론고시를 알고 난 후 과감히 포기했다. IT 회사에서 전략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코로나(COVID-19)가 대유행하던 어느 여름날 퇴사했다. 이후 번역 일을 조금씩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동네의 작은 카페에 앉아 글을 쓰면서 나를 더 사랑하게 됐다. 『책들의 부엌』을 읽은 모두가 마치 여행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는 듯 기분이 시원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주인공 유진이 그러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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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98g | 135*200*17mm
ISBN13
9791175771925

책 속으로

언제나 그렇듯, 음악은 예상치 못한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곤 한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 연주자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윤슬은 문득 신입 기획안 보고를 위해 발표장으로 들어서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묵직한 문이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열리는 듯했던 순간까지도 또렷하게.
돌이켜보면 그날을 기점으로 정말 다른 우주로 들어선 것일지도 몰랐다. 이야기라는 우주로 말이다.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트럼펫이 고음역을 오르내리며 짧고 빠르게 숨을 터뜨리는 소리가 요란한 알람음처럼 들렸다. 무대 전체에 “지금이야” 하고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그 신호에 윤슬은 과거의 문을 열어 젖혔다. 어디선가, 그날의 지하철 알림음이 아스라이 들려왔다.
--- pp.10-11

‘슈퍼루키 발표장’이라고 쓰인 입간판 배너 앞에서 대기하던 윤슬은 차례가 다가오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로비의 익숙한 디퓨저 향이 콧속으로 스며들었지만, 속이 울렁거리도록 긴장되는 건 여전했다.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회의실 문을 바라보는데, 문득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익숙한 방문을 열자 예상치 못한 모험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던 장면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 주인공의 기분을, 윤슬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20

“그래도… 겨울은 봄을 못 이기잖아요.”
“그러니까… 2월 말에 눈이 펑펑 내려도, 결국 꽃은 피고야 말잖아요. 마냥 느린 것처럼 보이고, 때론 한 걸음도 못 간 것처럼 보여도 시간은 꼬박꼬박 흐른다고요. 봐요, 윤슬 씨가 우리 회사 온 지도 벌써 10개월이나 됐네.”
기현은 윤슬의 멘토였다. 윤슬이 중고 신입으로 들어온 첫날, 기현은 노트북을 세팅해주고 사무실 안내에 근처 식당까지 소개해줬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싶었다. 어쨌든 봄은 오겠지만, 그렇게 시간은 꼬박꼬박 흐르겠지만, 그런다고 사는 게 절대로 쉬워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9

“오늘 아침에 고이연 본부장님께서 부르시더니 구름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하셨어.”
“…네? 무슨 프로젝트요?”
“구름 프로젝트. 아니, 윤슬 씨가 구름을 모티브로 해서 운화백화점 캐릭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던데?”
--- p.42

두 사람은 부대찌개를 말끔히 비웠다. 배가 차오르며 허기가 가시자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과 애써 외면했던 묵직한 생각들이 작은 여백을 틈타 서서히 떠올랐다.
“유정아, 나는 이 회사 들어오기 전에 ‘회사’라고 하면 떠올리던 이미지가 있었다? 팀이란 자고로 완벽한 조직이고, 신입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놓는 일 정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단 말이야. 가이드가 있고, 그 가이드대로 해내기만 하면 되는.”
--- p.54

윤슬은 볼펜을 집어 들고는 노트에다 ‘윤슬’, ‘콘텐츠전략팀’, ‘구름’이라고 썼다. 구름이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친 다음, 화살 표시를 넣어 ‘운화백화점 캐릭터 : 해결되지 않은 마음’에 연결했다. 단단한 볼펜 촉이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는 느낌이 꽤 근사했다. 모호한 형태로 떠다니던 생각이, 종이 위에 단단한 단어의 모양으로 선명하게 새겨졌다.
윤슬은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뱅글뱅글 돌렸다. 방금 쓴 단어를 가만히 바라보다 아래쪽에 ‘사라질지 모르는 사소한 존재에 이름 붙이기’라 덧붙였. 노트의 글씨가 한 줄, 두 줄 쌓여갈수록 윤슬은 오랜만에 자기 안쪽이 천천히 정돈되는 것만 같았다. 잔뜩 언 채로 움츠러들었던 시간이 다시 흐르는 기분이었다.
--- p.72

윤슬은 부산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제3자가 된 기분으로 떠올려봤다. 폭우가 쏟아지는 백화점 옥상에 덩그러니 놓인 대형 팝업북이 시트콤 촬영 세트장에 갖다 놓은 소품처럼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만약 폭우가 쏟아지는 그날의 우리와 옥상 정원을 소피아가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윤슬은 그제야 민성훈 작가가 말한 ‘거리 두기’의 의미를 실감했다.
--- p.156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시작할 때 차올랐던 설렘은, 이야기의 미로를 헤매며 악몽으로 바뀌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달달하면서도 쓰라린 순간들이 모여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는 사실을, 윤슬은 알 수 있었다.
끝까지 써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했다. 끝까지 달려보고서 뒤돌았을 때 그제야 보이는 것이 있다고 했다. 쓸 때는 몰랐다. 구름 마법사 소피아를 이렇게 세상에 선보이게 될 줄은. 당시의 윤슬에게는 그냥 쓰는 일 자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써보는 일이 중요했다.

--- p.266

출판사 리뷰

*전 세계 22개국 출간,
독자, 사서들이 뽑은 최고의 책*
『책들의 부엌』 김지혜 작가의 신작

10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 22개국에서 인기를 얻은 『책들의 부엌』의 김지혜 작가가 신간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로 돌아왔다. 전작 『책들의 부엌』이 ‘책 읽기’로 얻을 수 있는 위로를 담았다면, 신간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는 ‘글 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용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회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끝까지 써본 사람이 얻을 수 있는 통찰을 담아냈다. 김지혜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며 흘려보낼 기억과 되찾아야 할 추억을 가려내고, 마침내 자신만의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기를 바랐다.”라고 말한다. 독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살아낼 힘과 용기를 얻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이 소설의 바탕에 놓여있다.

치열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이야기’

전작에서 보여준 김지혜 작가 특유의 현실에 밀착한 문장과 따뜻한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 ‘중고신입’ 윤슬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회의실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 퇴근길에 겹겹이 쌓이는 피로, 문득 스치는 설렘의 순간까지 작가는 담담한 온도로 포착한다. 장면들은 빠르게 전환되지만 인물의 감정은 놓치지 않는다. 가볍게 읽히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문장, 일상의 언어로 쓰였지만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살아 있는 문장, 생활의 온도를 품으면서도 드라마틱한 서사는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넘어지고 주저앉으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윤슬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끝내 마주한다. 이 이야기가 윤슬만의 것이 아니라, 매일을 버티듯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괜찮다”라는 다정한 응원임을.

살아남기 위해 해내야만 했던 프로젝트가
사람의 마음을 담는 내일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잡지사 폐간 이후 계열사인 운화백화점 콘텐츠전략팀으로 이동한 윤슬은 이른바 ‘중고신입’이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을 보니, 2년 만에 완전히 적응한 게 틀림없었다”라는 책 속 문장처럼, 윤슬은 이미 일에 익숙한 사람이지만 여전히 증명해야 할 것이 많다. TF팀에서 맡은 첫 미션은 ‘구름’을 주제로 한 브랜드 캐릭터 개발.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획은 번번이 보류되고, 이야기는 숫자로 평가된다. “보고에서 연이어 깨지고, 이야기의 미로에서 헤맸던 기억”이 반복될수록 윤슬은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자주 잊는다.

그러던 중 백화점 옥상에서 발견된 타임캡슐은 프로젝트의 흐름을 바꾼다. 과거의 마음이 현재에 도착한 순간, 윤슬은 이야기가 사람을 움직이고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깨닫는다.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주해 내며 이야기를 끝까지 쓰는 일이 곧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일임을 배워간다.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는 직장인의 하루를 정확한 온도로 포착하는 소설이다. 살아남기 위해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어느 순간 사람의 마음을 담는 ‘이야기’가 되어가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끝까지 써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라는 윤슬의 말은 이 작품의 태도이자 방향이다. 소설은 재촉하지 않고 끝까지 써보는 사람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본다. 읽고 나면 독자는 자신의 하루 또한 하나의 이야기였음을 조용히 깨닫게 될 것이다.

추천평

“백화점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 소설을 따라가는 일은 마치 미풍이 이는 풍경 속을 걷는 것과 같다. 소설은 때로 부침을 겪고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 찾아와도,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과거의 기억이 우리의 등을 부드럽게 밀어줄 것이라 말한다. 그렇게 한 발을 떼다 보면, 의외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일상의 무게를 담담히 그려낸 따뜻한 소설이다.” - 황보름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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