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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7
제1부 재생의 시간 네 머릿속 필름 영사기 · 15 세탁기에 들어간 여자 · 16 얼음 위에서 구워진 물고기 · 18 눈 내리는 바다 숲 · 19 너는 달다 · 20 너에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 21 종점의 다른 말 · 22 카페의 허밍 · 24 3인칭 관찰자 시점 · 26 드로잉 · 29 막다른 골목의 마침표, 낙엽 · 30 히비스커스 · 31 제2부 빨래의 소매에서 새살이 난다 다친 자리에 꽃과 나비가 쏟아진다 · 35 전단지 편지 · 36 진흙탕에 핀 무지개 · 37 시인은 영혼을 재생한다 · 38 새순이 돋는 무도회장 · 39 환절기는 녹화 중 · 40 따뜻한 물과 달걀 · 43 가볍고 작은 우산 · 44 이불의 춤 · 45 백색소음 파도 소리 · 46 분실보관함 · 48 빨래가 끝났다 · 49 제3부 목욕하는 꽃 변함없이 사랑한다 · 53 몸속에 피는 꽃 · 54 물이 말없이 식었다 · 56 인공호수 산책 · 58 다정한 연인들 · 60 오래된 것들은 아프다 · 61 겨울의 뒷모습 · 62 식빵이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다 · 64 독 · 66 목욕하는 여인들 · 68 칼날의 스침 · 70 죽음의 취향 · 71 허공의 꽃 · 72 파도의 춤 · 73 멈추지 않는다면 · 74 두 시간의 노을 · 76 저녁의 낙화 · 78 빨래를 개며 · 79 고등어 · 80 작은 소망 · 82 원심력 · 83 제4부 청소하는 여자 청소하는 여자 · 87 길 · 88 너라는 그리움 · 89 밑줄을 지우며 · 90 눈 · 92 식사 시간 · 93 불이 켜진다 · 94 다잉메시지 · 95 의류수거함 · 96 단잠 · 97 싫은 소리와 감정의 후퇴 · 98 손에서 나는 소리 · 99 광고 · 100 무중력의 시간 · 101 태양열 꽃밭 · 102 불침번 · 103 노포에서의 아점 · 104 떨어뜨림 · 106 끝없는 소수점 · 108 시인의 산문 새살이 나는 재생을 노래하다 · 111 |
金知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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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을 지나는
너의 눈이 가로등처럼 삶의 간격을 밝힌다. 나무뿌리가 너의 심장에 닿도록 꿈틀거릴 즈음 나는 이 눈이 녹아내기 전에 멀어진 기억의 자로 지금의 원근을 잰다. 아직은 누구하고도 헤어질 준비가 되지 못했다. 눈이 내려 내 발목의 바다를 이룬다. --- p.19 사랑은 끝났는데 마음 한구석에 어디라도 작은 사랑이 남아 있을까봐 헤어지지 못한다. --- p.25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어느 골목. 처음으로 돌아가는 버스의 종착역에 서서 너를 기다린다. --- p.30 부드러운 말로 닦으면 말끔해지는 세상. 시인은 눈물 속에서 따뜻함을 찾고 화사하게 노래할 수 있는 사람. 시인이 없는 거리는 쓸쓸하다. --- p.38 사실 나는 아무것도 포기한 적이 없다. 다만 바람을 멈추었을 뿐. --- p.44 나도 언젠가 누군가가 잃어버린 사람이 된 적이 있다. 나를 찾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내 삶이 된 적도 있었다. --- p.48 잘 세탁된 옷을 갈아입으면 기분이 좋다. 무엇이든 새출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 p.49 실내에 놓아둔 빨래건조대. 잘 마른 속옷들을 꺼내 개어둔다. 시계는 놓친 것들을 뒤돌아보는 시각을 가리키고 있다. --- p.79 바닥을 쓰는 빗자루는 손에 익어 부드럽고 한 톨의 먼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너의 말을 경청한다. 청소를 하고 나면 없어지는 물건, 다시 찾아지지 않는 물건이 생긴다. 나도 너에게 일시적으로 필요 없는 사람일 때가 있었다. 어느 날 내가 없어졌는데 그건 네가 난데없이 청소를 했기 때문이었지. 물건들의 제자리를 찾아주고 비로 쓸고 걸레로 닦는 청소.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잔털처럼 자라는 먼지를 뽑아내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을 밝힌다. 사람이 사는 집은 살아있는 집이다. 청소는 방을 매만지고 집을 쓰다듬는 일. 새살이 돋는 일. 세계를 창조하는 일. 집을 숨 쉬게 하는 매력적인 일이다. --- p.87 시를 쓰고 나서 덧칠하듯 글자를 더 보태고, 수정하는 작업은 즐겁다. 결국 모두 나를 돌아보는 일이며, 나 자신을 탐색하는 여정이다. 나의 타아들을 모두 소환하여 화합하고 조정하는 화해의 시간. 시를 쓰며 나에게 다가온 사물의 의미를 환기해 보게 되었다. 불현듯 나의 시에 나타난 버스정류장, 종착지점을 보며 삶의 행로를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삶이란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이며, 그 길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위치는 종점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자리에 있음을 시를 쓰면서 깨닫게 되었다. --- p.111 이번 시집에서는 청소, 설거지, 빨래, 목욕이라는 주제어를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재생의 미학으로 시화하였다. 이는 모두 새살이 나는 행위다. 다시 사용할 수 있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행위가 바로 재생에 있다는 사유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환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터인데, 환부가 존재론적 슬픔과 아픔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새살은 이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전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 p.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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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순이 도래하는 순환의 시학
시인은 시가 모든 글의 총체라고 제언한다. 김지연의 시에는 시간과 공간의 중첩을 통한 생에 관한 반추와 희망이 담겨 있다. 종착점이라는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시는 새순을 추구하며 인생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동하는 순환을 통해 인간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저력’을 온유하게 내포한다. 이와 같은 시적 흐름은 현대인의 고독한 삶에 아름다움을 부여하여 감동을 선사한다. 천천히 시를 음미하면서 세계를 응시하는 신선한 식견을 체득한다면, 보다 더 깊어지는 마음의 넓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