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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도네시아의 기타 등등
1장 말이 안 되는 나라: 인도네시아가 탄생하기까지 2장 하나로 묶어주는 붉은 실: 자카르타에서 수하르토식 근대화의 공과를 돌아보다 3장 끈끈한 문화: 숨바에서 아닷의 원형을 마주하다 4장 내 나라의 이방인: 플로레스에서 인도네시아인의 이주를 생각하다 5장 황제는 먼 곳에: 누사틍가라와 말루쿠에서 탈중앙화의 현실을 둘러보다 6장 행복한 가족: 방가이섬과 케이제도에서 관료제의 명암을 살펴보다 7장 풍요로운 대지: 술라웨시와 말루쿠에서 천연자원의 축복과 저주를 목격하다 8장 녹아내리는 이윤: 북술라웨시에서 인프라 문제를 지켜보다 9장 역사와 픽션: 북수마트라에서 분리주의의 과거와 현재를 추적하다 10장 부적응자들: 수마트라에서 두 세계 사이에 걸친 존재들을 만나다 11장 누가 원주민인가: 칼리만탄에서 인종 문제를 고민하다 12장 신앙이라는 치유: 자바와 롬복에서 종교적 극단주의를 들여다보다 13장 또 다른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봉건주의 청산을 낙관하다 에필로그 감사의 글 더 읽을거리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Elizabeth Pis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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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으로는 모르는 다양한 장소, 사람, 사연을 접하다2024년 2월,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네시아의 오늘날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책 여섯 권을 선정하여 발표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단 한 권을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라면 바로 이 책 엘리자베스 피사니의 『인도네시아 Etc.』를 읽으라고 추천했다. 저자는 런던대학교 위생열대의학대학원에서 감염병 역학 연구로 박사학위 소지자이다. 저자는 열아홉 살이던 1983년에 배낭여행으로 인도네시아에 처음 발을 디딘 후에, 1988년엔 로이터통신 특파원으로, 2000년대 초반 이후론 인도네시아 보건복지부에서 HIV 산업의 실태를 연구한 역학자로 일했다.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일반 관광객은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인도네시아의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이 여행을 통해 저자는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문체로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면목을 유감 없이 그려내는 데에 성공했다.저자가 이 여행에서 스스로 정한 규칙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무조건 ‘네’라고 하기”다. 이 “네”를 통해 저자는 쉽사리 인연이 닿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어려움을 해결하고 환대를 받는다. 사람들은 저자를 “코는 서양 사람처럼 큰데 행동거지는 꼭 자바 사람 같다”고 평한다. 저자는 기꺼이 죽은 지 이틀이 지난 할머니 시체 앞에서 차를 마시고, 온갖 사람들로 가득찬 화물선 여행을 마다하지 않고, 마체테 칼을 찬 남자들을 만난다. 그런가 하면 벌목으로 폐허가 된 삼림 지대를 다니고, 종교적 정치적 갈등으로 살인과 테러가 빈번한 지역으로 들어간다. 장례와 희생제의 산물인 해골로 장식된 집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닭의 배를 갈라 그 해의 운수를 점쳐보기도 한다. 주술의 현장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쫓겨나기도 하고, 성스런 산에선 낯선 남자의 노골적인 구애를 받기도 한다. 전직 장관, 군부의 실세, 폭력배, NGO 단체, 외국인 연구자, 여행가들과 대면하기도 한다.저자는 여행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만난다. 자카르타에선 수하르토식 근대화의 몸살을 고민하고 숨바에선 아닷의 원형을 체험한다. 플로레스에선 인도네시아인의 이주를, 누사퉁가라와 말루쿠에선 탈중앙화의 현실을, 술라웨시에선 천연자원의 축복과 저주를, 아체에선 분리주의의 과거와 현재를, 칼리만탄에선 종족 간의 갈등을, 자바와 롬복에선 종교적 극단주의를 들여다본다.인도네시아가 “나쁜 남자친구” 같다고? 매력덩어리 인도네시아!언뜻 보기에 무거운 주제를 다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어렵게 읽어야 할 것 같지만 저자는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고 유쾌하게 글을 써내려간다. 책은 두꺼운 편에 속하지만 각 장을 읽을 때마다 터지는 웃음과 흐뭇하게 짓는 미소 덕분에 페이지를 잘 넘길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책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어느 아마존 독자의 서평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저자는 인도네시아를 거대한 “나쁜 남자친구” 같다고 느낀다. 그는 저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사고를 유연하게 만든다. 웃게 만들고 따뜻하고 포근한 친숙함과 친밀함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제 그를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비밀이 드러나거나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그로부터 모욕을 당하기도 하고 거짓말에 넘어가기도 한다. 그 위태위태한 결말을 예감하면서도 저자는 끊임없이 인도네시아라는 나쁜 남자친구에게로 돌아간다. 흔히 인도를 “울면서 들어가고 울면서 나온다”라고 하지만, 인도네시아 또한 깊은 사랑에 빠진 나머지 도저히 정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재치와 재기가 넘치는 역학자의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저자의 유머와 재치가 이 책의 즐길거리라면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세세한 묘사는 마르셀 모스나 클리퍼드 기어츠가 쓴 인류학의 고전들을 읽는 쾌감을 느끼게 한다.저자는 가족, 종족, 마을, 섬, 지역 들을 연결하고 안정감을 제공하는 상호 의무의 그물망을 발견한다. (그것이 비록 현재 인도네시아 정치, 경제의 부패의 씨앗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지만 말이다.) 저자가 인도네시아의 보통 사람들에게 빠진 이유 중의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받게 되는 환대의 정신이다. 몇 번이나 우리가 정박한 마을 사람들이 길에 서 있던 나를 불러 욕실을 쓰게 해줘서 여행에서 쌓인 더께를 씻어낼 수 있었다. 내가 그들이 내준 간식이나 욕실, 말동무 해주기에 감사를 표하면 사람들은 손을 내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영국에 가면 자기도 똑같이 해줄 거 아니에요!”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나는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210쪽)나는 오토바이 택시 뒤에 앉아서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지난 7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고 본명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가족의 집에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환영해주기를 바라는 게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 생각했다.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아낌없는 환대에 대한 내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오호이와잇에 내리자마자 브람의 형수 오나가 나를 채어 오마의 집으로 데려갔다. (218쪽)그러나 저자는 그 환대가 단지 베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종종 마르셀 모스가 ‘독’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숨바에선 어떠한 “증여”도 진짜 순전한 선물은 아니다. 그것은 빚진 것이다. 언제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갚음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그러니까 그토록 후한 장례 선물을 “증여”해서 마마 보보는 최고급양단을 두른 넷째 올케에게 골칫거리를 안겨준 것이다. 결혼을 둘러싼 의무들과 마찬가지로 이 의례적 교환의 그물망에도 중요한 문화적 기능이 있다. (136~137쪽)그런가 하면 저자는 스스로 무대에 뛰어들어 클리퍼드 기어츠의 유명한 “닭싸움” 장면과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나는 몸 개그를 하기로 하고 남자 코미디언을 내 남편이라 치고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과장된 몸짓으로 삿대질을 해대고 삐진 척하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마지막에는 남편의 등을 차는 시늉까지 했다. 다행히 몸 개그가 통해서 사람들이 웃어주는 가운데 무사히 무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음 날 마을을 산책하다 보니 나는 이미 마을 사람 모두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 (527쪽)저자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질문에 당혹해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저자에게 결혼, 남편, 자녀, 종교의 유무를 묻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신이며 자녀가 없고 무신론자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 그것은 결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바라는 사람Person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가 꾸며대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더라면 그가 인도네시아 전역을 쉽게 여행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이렇듯 엘리자베스 피사니는 인도네시아의 당황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언어, 민족, 문화, 종교, 정치적 신념, 분쟁과 더불어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느긋함, 유머, 환대, 소박함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더 낙천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자국의 다른 지역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열심히 읽을” 필요가 있다는 『가디언 』 지의 서평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인도네시아 필독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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