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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
악마와의 두뇌 게임, 괴링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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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 004
주요 인물 · 008

1장 집 · 010
2장 몽도르프레뱅 · 014
3장 정신과 의사 · 042
4장 폐허 속에서 · 072
5장 잉크 반점 · 104
6장 침입자 · 144
7장 정의궁 · 172
8장 나치 정신 · 212
9장 청산가리 · 246
10장 사후 진단 · 288

감사의 말 · 304
옮긴이의 글 · 308
참고문헌 · 316
찾아보기 · 333

저자 소개 2

잭 엘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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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El-Hai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미국 칼턴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베닝턴칼리지에서 문예창작 석사과정MFA을 이수했다. 스미스소니언, 더 애틀랜틱, GQ, 와이어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워싱턴 포스트 매거진 등 여러 매체에 다수의 글을 기고했다. 지은 책으로 『거울 속의 얼굴』, 『잃어버린 형제들』, 『논스톱: 북서항공의 격동의 역사』, 『로보토미스트: 독불장군 의학 천재와 그의 정신질환 제거 비극적 탐구』가 있다. 역사, 의학, 과학, 범죄 등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로스 의학 저널리즘 기념상, 미국 언론인 및 작가 협회 우수 기사상, 맥나이트 펠로십, 미네소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미국 칼턴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베닝턴칼리지에서 문예창작 석사과정MFA을 이수했다. 스미스소니언, 더 애틀랜틱, GQ, 와이어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워싱턴 포스트 매거진 등 여러 매체에 다수의 글을 기고했다. 지은 책으로 『거울 속의 얼굴』, 『잃어버린 형제들』, 『논스톱: 북서항공의 격동의 역사』, 『로보토미스트: 독불장군 의학 천재와 그의 정신질환 제거 비극적 탐구』가 있다. 역사, 의학, 과학, 범죄 등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로스 의학 저널리즘 기념상, 미국 언론인 및 작가 협회 우수 기사상, 맥나이트 펠로십, 미네소타 북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번역가이자 외서 편집자. 문장의 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번역을 지향한다. 언어가 사람의 인식과 선택을 어떻게 바꾸는지, 기록이 남기는 책임의 무게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셔우드 앤더슨의 『숲속의 죽음』, 사키의 단편선 『토버모리』 등이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46g | 145*210*20mm
ISBN13
9791193690178

책 속으로

제2차 세계대전 무렵 괴링이 가진 직함의 수는, 히틀러의 장황한 존칭들을 제외하면 나치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 그는 제국 의회 의장, 히틀러 부재 시 총통 대리, 프로이센 수상, 제국 항공 장관 겸 루프트바페 총사령관, 경제 장관, 비밀 내각 평의회 위원, 거대한 공업 콤비나트인 ‘헤르만 괴링 국가 군수품Hermann Goring Works’의 총수, 육군 원수, 제국 국방 평의회 의장, 제국 산림 및 수렵 최고 책임자 같은 직함들을 차례로 거머쥐었다. 그중 그가 가장 아꼈던 경칭은 제국 원수였다. 6성 장군에 해당하는 이 계급은 200년 전 외젠 드 사부아Eugene of Savoy 공에게 단 한 번 수여된 것이 전부였다

제국 원수는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척하면서도 켈리의 직업적 자존심을 치켜세우며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했다. 켈리는 자신이 괴링을 잘 이끌어 금단 과정을 진행시켰다고 만족했지만, 정작 누가 누구를 이끈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은 초기 몇 주 동안 켈리는 괴링이 히틀러 치하 독일에서 출세하는 동안 갈고닦은 능력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괴링은 사실을 숨기고 사람을 조종하며, 주변 사람들의 속내를 영리하게 꿰뚫어 보는 데 능했다. 그는 평범한 중독자가 아니었다.
--- 「2장, 몽도르프레뱅」 중에서

1945년 한여름 무렵, 나치 동료들이 익히 알던 그 헤르만 괴링은 수감 생활 속에서도 건강을 되찾고 있었다. 그는 다시 세상과 맞붙고 싶어 안달이 날 만큼 자신감과 카리스마를 회복했다. 그리고 마지못해 몽도르프로 끌려온 몇몇 동료 수감자들의 기백 넘치는 우두머리로 떠올랐다.

켈리는 나치 수감자들을 따라 뉘른베르크 교도소로 이동했다. 그의 새로운 임무는 다가오는 재판에 서게 될 나치 최고위 22명의 정신적 적격성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몽도르프에서의 경험, 특히 괴링과의 만남은 그의 생각을 공식 임무의 범위를 훌쩍 넘어 더 멀리로 뻗어 가게 했다. 이들에게 공통된 정신적 결함이 있을까? 이들은 제3제국의 괴물 같은 악행에 가담하게 만든 정신질환을 함께 앓고 있었던 걸까? 이 독일인들 사이에서 일하면서 켈리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절박한 물음에 답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쩌면 이들의 정신을 과학적으로 연구함으로써, 훗날 나치와 유사한 정권의 등장을 예방하는 데 유용한 단서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필요성은 시급했다. 켈리는 공식 승인도 없는 상태에서 생포된 나치 지도자들의 정신 깊숙한 곳을 탐색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 「3장, 정신과 의사」 중에서

몇몇 피고인의 입장 장면은 들어오는 순간부터 슬랩스틱 코미디 같았는데, 프리체는 실수로 자신보다 앞서 들어간 다른 피고인들 사이를 밀치고 지나가야 했다. 샤흐트는 성난 바다코끼리처럼 보였다.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몇몇 피고인들은 신문을 읽었다. 한데 모아 놓고 보니, 나치들은 생기 없고 풀이 죽은 모습이었고, 마치 바로 그 지독한 평범함이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듯했다.

기소 팀이 괴링에게 유리해진 판세를 수습하고 그의 인격에 다시금 타격을 가하는 데는 몇 주가 걸렸다. 전환점은 1944년 생포된 영국군 장교 50명의 처형을 괴링이 묵인했다는 증거가 제시되면서 찾아왔다. 명백한 전쟁 범죄였다. 괴링은 그 잔혹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증언대에서 끝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법정에 제출된 다수의 증거와는 달리 그는 유대인 말살을 겨냥한 “최종 해결책”에 대해 자신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히틀러 역시 몰랐다고까지 말해 좌중을 경악시켰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고, 괴링의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했다.
--- 「7장, 정의궁」 중에서

그들이 비교적 정상적이었다는 사실은 불길한 물음을 남겼다. 그처럼 설명할 수 없는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나치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정신병도 특정하지 못한 채, 켈리는 그저 마지못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전범들처럼 행동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성격은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닙니다. 다만 그들은 특이한 욕구를 지닌 사람들, 권력을 쥐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이들이 여기에는 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저는 미국에도 그런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들은 나머지 절반을 지배할 수만 있다면 미국인 절반의 시체를 밟고서라도 기꺼이 그 자리에 오르려는 자들입니다. 이들은 오늘도 민주주의의 권리를 반민주적으로 이용하며 떠들어 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 「8장, 나치 정신」 중에서

그는 일할 때 폭주하듯 치달았고 쌓인 좌절감을 쏟아 냈다. 더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아버지는 뭐든지 다 빨아들이는 스펀지이면서도 동시에 날뛰는 황소 같았어요. 각성제를 먹고 달리는 만능형 인간이었죠.” 뉘른베르크에서 그가 깨달은 사실, 즉 현대의 가장 악랄한 범죄자들의 행동을 그 어떤 정신의학적 유형이나 특정한 정신질환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은 계속해서 그를 뒤흔들었고, 그는 연구와 작업에 더욱 열을 올렸다. 거기에 술기운까지 더해지면 종잡을 수 없이 가족에게 분노를 퍼부었다. 아이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 「9장, 청산가리」 중에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더그 켈리가 두키와 화해할 수 있겠다고 느끼기까지는 28년이 걸렸다. 그는 오랫동안 켈리의 감정 기복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점과 자신을 키우는 과정에서 한 역할을 두고 두키를 원망해 왔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두키에게 정의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그녀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할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남편과의 삶에서 겪은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더그는 그녀가 아버지의 결점과 과오를 인정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 「10장, 사후 진단」 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나 아렌트 이전, 가장 먼저 악의 중심에 다가간 남자
미군 정신과 의사 더글러스 켈리가 발견한 악의 실체

1945년 8월 연합군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을 점령하고 전범들의 재판 준비를 시작하던 때, 한 장교가 룩셈부르크 몽도르프레뱅의 수용소로 도착한다. 미 육군에서 3년간 근무하며 수천 명의 미군 정신과 진료와 관련된 교육을 총괄했던 더글러스 맥글래션 켈리 대위였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단순했다. “수감자들이 최종 처분을 받을 때까지 재판을 치를 수 있도록, 그들의 정신 상태를 유지시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야심찬 정신과 의사였던 켈리는 한 가지 개인적 목표를 품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일을 저지른 그들의 “공통된 결함, 즉 악행을 서슴지 않는 성향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들이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치 정신”이라고 할 만한 악의 본질적 특성이 존재했을까?

러셀 크로우, 라미 말렉 주연의 영화 〈뉘른베르크〉로 영화화된 원작 논픽션인 잭 엘하이의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원제: The Nazi and the Psychiatrist: Hermann Goring, Dr. Douglas M. Kelley, and a Fatal Meeting of Minds at the End of WWII)는 악의 중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정신과 의사 더글러스 켈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의 양상에 집중한 영화와 달리 책은 켈리가 경험한 헤르만 괴링 등 22명 전범들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집요하게 뒤쫓는다. 또한 영화에서 생략된 국제군사재판 이후 켈리가 경험한 또 다른 악의 모습과 파국적 결말을 추적하며 지금 우리 시대에 다시금 되새겨야 할 악에 대한 한 관점과 그 파괴적 일상성을 인상적으로 제시한다.

저자 잭 엘하이는 스미스소니언, 더 애틀랜틱, GQ, 와이어드, 워싱턴 포스트 매거진 등 다수의 매체에 글을 기고해 왔으며 의학, 역사, 과학 등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탁월한 논픽션 글쓰기로 로스 의학 저널리즘 기념상, 미국 언론인 및 작가 협회 우수 기사상, 맥나이트 펠로우십, 미네소타 북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저자는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를 쓰기 위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뉘른베르크 재판과 켈리에 대한 다수의 새로운 자료를 활용했다. 특히 나치 피고인들의 의료 기록을 활용한 것은 이 책이 최초의 사례다. 더불어 저자는 켈리의 아들 더글러스 켈리 주니어의 개인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재판 이후 유명한 정신과 의사로서 켈리의 끔찍한 삶, 뉘른베르크에 흘렀던 광기와 죽음의 전조를 독자가 그 공기까지 느낄 수 있도록 생생하게 되살린다.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의 완벽한 재현,
압도적인 현장감과 사실적 묘사로 되살아난 나치 전범들의 초상

더글러스 켈리의 뉘른베르크 전범 연구를 다룬 것은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수많은 정신의학·뇌과학·심리학 전문가들과 저작들이 켈리가 발견한 악의 일면에 대해 탐구했다. 켈리의 보좌관을 맡았던 심리학자 구스타브 길버트 그리고 후임으로 복무한 의사 레온 골든손의 당시 자료들도 수없이 많이 검토되었다. 하지만 어떤 연구자나 책도 20세기 최악의 전범들을 이토록 철저히 현장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못했다.

잭 엘하이의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는 역사적 자료와 추가로 입수한 문서들을 바탕으로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뉘른베르크의 전범들과 켈리의 삶에서 결정적 장면들을 서술한다. 엄밀한 역사적 사실을 집요할 정도로 빈틈없이 인용하면서도 장면마다 적재적소에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이야기 흐름을 살렸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압도적인 현장감과 사실성으로 한 세기 전 끔찍한 악의 정신을 목도할 수 있게 된다. 책의 장점이 가장 빛을 발하는 대목은 바로 나치 전범들의 묘사일 것이다. 데칼코마니 형태의 잉크 반점을 활용해 심리를 진단하는 로르샤흐 검사부터 국제군사재판 전개 과정까지, 나치 전범들의 인간상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루프트바페 창설자이자 나치 독일의 이인자였던 헤르만 괴링은 뉘른베르크라는 역사적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드러내고 켈리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친 존재로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헤르만 괴링을 무능력한 히틀러의 예스맨이나 약물 중독에 시달리며 허영심에 가득 찬 자기 과시적 인물로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책은 켈리가 마주한 전혀 다른 모습의 괴링에 주목한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준비하던 괴링은 중추신경 억제제인 파라코데인 복용을 중단하고, 불어난 체중을 감량하면서 과거 나치 독일의 영웅적 면모를 회복한다. 그래서 전범들에게 공통된 나치 정신을 확인하려 한 켈리에게 괴링은 가장 큰 난제가 된다. 뉘른베르크의 괴링은 비록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었지만 악마적 존재가 아닌 “최고 수준에 달하는 뛰어난 지능”을 갖춘 인물이자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책은 켈리가 바라본 괴링과 주요 전범들의 모습을 지금 여기로 구현해 냄으로써 그가 마주한 딜레마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결과적으로 읽는 이는 켈리의 결론 “히틀러가 없으면 이 사람들은 비정상도 아니고 변태도 아니며, 그렇다고 천재도 아닙니다. 이들은 공격적이고 영리하고 야심 차고 냉혹한, 여느 사업가와 다를 바 없죠.”를 깊이 숙고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책은 독자들이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라는 표본을 확장해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악의 모습과 자기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체를 밟고서라도 오르려는 자”
악은 누구인가, 어디에 존재하는가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는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 이후 더글러스 켈리의 악에 대한 이론과 주장도 상세히 소개한다. 켈리가 발견한 악의 실체는 유대인 학살의 책임자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분석한 후,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악의 평범성은 상부의 명령에 기계적으로 따르는 인간의 사유 부재와 수동성을 악의 근원으로 보았다. 켈리는 전범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기 환경을 만들어 낸 존재였다”라고 주장했다. 즉 권력을 쥐고 싶어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붓고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이용하는 존재라면 모두가 나치 전범과 다름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켈리는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수많은 강연에서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고위 나치들이 끔찍한 행위를 자행하고 묵인하도록 이끈 자질은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책은 켈리의 주장에 전적으로 수긍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그 대신 뉘른베르크 이후 범죄학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정력적으로 활동한 켈리의 마지막 삶의 아이러니를 통해 그의 주장을 다시 한번 되새기도록 이끈다. 저자 잭 엘하이는 켈리의 아들 더글러스 켈리 주니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켈리의 뉘른베르크 이후의 행보를 집요하게 뒤쫓았다. 이 과정에서 괴링과 켈리의 삶은 일종의 데칼코마니 한 쌍처럼 그려진다. 괴링이 뉘른베르크에서 집행을 앞두고 숨겨둔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하자 켈리는 괴링이 연합국을 속인 것이라 말하며 “그의 자살은 노련하면서도 심지어 눈부시다고까지 할 만한 마무리로서 훗날 독일인들이 숭배할 법한 일종의 기념비를 완성한 것”이라는 평을 남긴다.

어쩌면 짧은 만남 동안 괴링에 매료된 것처럼 보이는 켈리의 반응들에서 저자는 두 사람 정신 안에 자리하고 있는 유사성을 발견한다. 괴링이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왔던 것처럼, 켈리의 삶 그리고 그의 외가인 맥글래션 가문의 역사 속에서도 흐르는 야심과 과도한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은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수많은 업무에 집중한 켈리의 가혹할 정도의 야망과 노력을 조명하면서 폭주하는 켈리의 성취 지향이 어떻게 그 가족에게 폭력적 영향을 끼쳤는지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밝혀지는 괴링의 마지막을 상기시키는 켈리의 파국적인 선택은 켈리 자신이 주장했던 악의 실체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준다.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는 1946년 뉘른베르크의 시공간을 넘어 독자들에게 여전히 퇴색하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책의 저자가 강조하듯이 “권위는 언제나 사악”하다. 그리고 그 악은 적에게서든 우리 자신에게서든 그리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악을 경계해야 할까? 책은 켈리의 강연 내용 중 다음과 같은 장문의 글을 인용한다. “여러분은 그런 이들이 여기에는 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저는 미국에도 그런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들은 나머지 절반을 지배할 수만 있다면 미국인 절반의 시체를 밟고서라도 기꺼이 그 자리에 오르려는 자들입니다. 이들은 오늘도 민주주의의 권리를 반민주적으로 이용하며 떠들어 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타인을 짓밟고 끝없이 위를 향하는 악은 누구일까? 우리 자신일까? 이 역사적인 질문의 답은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추천평

실로 많은 사람들이 악해야 성공한다는 말을 하면서 악을 마치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질문을 조금만 바꿔보자. 악한 자들과 그들이 모인 집단이 왜 성공적으로 어떤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악함의 끝,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들을 미친 자의 범주에 넣으면서 우리와 완전히 다른 자들로 취급하면 문제는 해결될까? 아니다. 결국 우리의 허점만 더 키울 뿐이다. 악은 결코 특별하거나 정신이상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하면서도 보편적인 얼굴과 방법으로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 안에 늘 존재하는 매우 사소한 욕심과 콤플렉스, 그리고 공포와 불안을 건드려 우리를 장악한다. 그러니 악을 방어하고 막기 위해서는 그 방식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아직도 역사 속에서 기억하고 있는 나치 전범들의 모습은 그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의 삶과 관계에 대한 더없이 중요한 공부가 될 것이다. - 김경일 (인지심리학자,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진료실에서는 가장 내밀한 마음들을 듣는다. 진료실 밖 그 누구에게도 꺼내놓을 수 없던 그 이야기들을 계속 들으며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모두의 마음속엔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선과 악이 섞여 있는 존재들이며 악인에게도 선한 면이, 평범한 이에게도 악한 면이 있다. 그렇기에 악은 특수한 인간들만의 질병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들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후계자였던 괴링은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동물에게 정서적 애착을 느끼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겐 더없이 차갑다. 나치 수뇌부들과 매일 대화하며 심리를 분석한 정신과 의사 켈리는 다방면에서 완벽함을 보여주지만 가정에선 독재자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 둘처럼 모든 인간은 모순적이고, 이 사회 역시 모순적이다. 세상을 그저 선과 악으로 나누어 단순하게 바라보면 마음이 더 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호함을 견뎌내며 진실을 직시하는 이가 더 성숙한 삶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괴링과 켈리의 만남을 다룬 이 책을 통해 독자들 모두 그 불편함을 정면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각자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불편한 여정을 통해 결국은 더 성숙해진 자신을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 김지용 (유튜브 〈뇌부자들〉 크리에이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번 펼치면 멈출 수 없는 책이다.” - NPR
“국가에 헌신한 인물인 한 사람과 악의 화신인 또 한 사람, 서로 교차하는 두 거대한 인물을 친밀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그려낸 초상이다. 오싹한 심리적 비밀을 축으로 전개되는 고전 히치콕 영화만큼이나 서스펜스가 넘친다.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의 독자들은 선과 악이 한순간의 극한 상황에서, 그리고 한 인간의 삶 전체에 걸쳐 어떻게 맞닿을 수 있는지를 추적한 잭 엘하이의 감동적인 탐구에 시선을 떼지 못할 것이다.” - 앤드루 솔로몬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 작가, 『한낮의 우울』, 『부모와 다른 아이들』 저자)
“젊은 미 육군 정신과 의사 더글러스 켈리 박사와, 나치 지도자 헤르만 괴링에 대한 그의 비밀 평가를 다룬 이 섬뜩한 이야기에서 잭 엘하이는 악의 심연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가혹한 서사를 빼어나게 엮어낸다. 완전히 매혹적인 책이다.” - 길버트 킹 (퓰리처상 수상 작가, 『숲속의 악마』 저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좋아했다면, 잭 엘하이의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를 읽어보라.” - Psychology Today
“악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 세부까지 촘촘하고, 조사 또한 대단히 치밀하다.” - The Independent (UK)
“몰입감 있고 강렬하다.” - Daily Mail
“켈리가 남긴 나치 심리학 노트에 전면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엘하이는, 사람들의 삶에 얽힌 복잡하고도 매혹적인 디테일로 이야기에 생생함을 불어넣는다. 그 디테일은 독자를 켈리의 머릿속으로 끌어당겨 인간 본성, 정신의 정상성과 광기, 그리고 절망을 깊이 파고드는 몰입의 탐구로 이끈다.” - Science News
“첫 페이지부터 독자를 붙잡고, 스릴러처럼 단숨에 읽히는 매혹적인 이야기.” - Must Read(UK)
“교도소 의사와 제3제국 최고위 인사 중 한 명 사이의 독특한 관계를 포착한 뛰어난 르포. 엘하이의 압도적인 기록은 미국 역사 속 섬뜩한 한 페이지를 넘기게 하며, 악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불편한 성찰을 남긴다.” - Kirkus Reviews 별점 리뷰
“기자 잭 엘하이의 서늘한 역사 기록은 인간이 타인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유쾌한 얼굴의 전범 주범과, 집요하며 자기 인식이 강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끝까지 흡입력 있게 풀어내며, 엘하이는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을 허락하지 않는다.” - Publishers Weekly 별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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