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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 부 꽃들은 세상을 버리고_풍자가 아니라 자살이다 오감도들_21세기 송과선 외계인 인터뷰_시적 윤리와 질문의 형식 단 하나의 장미_사랑의 문법 상상의 지리학_시적 오리엔탈리즘 프랑켄쉬타인을 위하여_괴물의 딜레마 2 부 아이들, 여자들, 귀신들_김행숙 시집 『사춘기』 체셔 고양이의 붉은 웃음과 함께하는 무한전쟁 연대기_황병승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 잔혹극 시대_김민정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만상의 교우록_유종인 시집 『교우록』 부뉴엘의 극장_정익진 시집 『구멍의 크기』 이성복과 돼지머리 우주_이성복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김영승과 풍차 태양의 언어_장석원의 시들 3 부 구름과 장미의 나날_김춘수 「구름과 장미」 해부의 풍경_이수명 「해부」 적막에 대한 메모_김언희 「정각」 유령 시인_조말선 「싹튼 양파들」 워터멜론 슈가에 부는 바람, 그리고 체 게바라_박정대 「열두 개의 촛불과 하나의 달 이야기」 여름, 한없이 지루한 음악과 함께_이경임 「여름」 로뜨레아몽 백작의 근황_남진우 「유리병에 담긴 소식」 |
Lee, Jang-wook,李章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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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장욱이 우리 현대시의 맥락을 차근차근 짚어낸 산문집이다. 최근 우리 시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세계를 날카로운 감각과 독특한 미학으로 바라본 이 책에서 저자는 해석을 뛰어넘는 포괄적 안목, 텍스트를 횡단하는 참신한 읽기로 우리 현대시의 현재와 미래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등장한 일군의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다보면 그 난해함과 감각적인 언어들에 놀라게 된다. 이들은 이전까지 전개된 우리 현대시의 맥락을 벗어던진 과감한 감수성과 기법으로 큰 충격을 던져주었는데, 이장욱은 이러한 충격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새로운 미학’이 탄생하는 자리를 정밀하게 그려낸다. 이 책의 제1부에는 이들 젊은 시인들의 시를 총체적으로 바라본 글들이 실려 있다. 「꽃들은 세상을 버리고」는 우리 현대시에서 ‘서정’의 의미를 되묻고, ‘다른 서정’의 도래를 알리는 문제적인 글이다. 이 글에서 저자는 모든 대상을 “자기의 느낌과 깨달음과 전언으로 귀속시키는” 권위를 ‘서정적 권위’로 진단하고 언어의 서정적 규율 안에서 ‘진리’를 기술하고자 하는 이러한 권위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이 권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다른 서정’을 일궈낸 문태준 이원 이근화 같은 시인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오감도들」은 이들 젊은 시인들이 이룬 지형도를 살피면서도 하나의 단일한 비평적 개념에서 벗어나 각각의 성취들에 집중한 글이다. 이 글에서 저자는 ‘언어의 열림’(손택수), ‘노골적인 속어의 사용’(김민정), ‘하나의 느낌으로서의 시’(김행숙) ‘번역불가능한 문장’(김언) 같은 특징들을 이끌어내면서 감각과 관찰에 집중하되 하나의 의미로 환원되지 않은 이들의 시세계를 높이 평가한다. 「외계인 인터뷰」는 저자의 정밀하고 독창적인 분석이 돋보이는 글이다. 저자는 이기인의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을 ‘죄악을 누설하면서 그 죄악과 동거하는 시집’으로 파악함으로써 쓸쓸하고 황폐한 분위기를 해독하고, 황병승의 『여장남자 시코쿠』를 ‘지극히 이기적으로 세계를 갱신하는 감각’으로 정리함으로써 이 시집이 던져준 미학적 탁월함을 설명한다. 저자의 이러한 반체계적인 미학은 관념과 언어의 보편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사랑의 언어를 지지하고(「단 하나의 장미」), 하나의 의미체계나 고정된 이미지로 환원되는 모든 예술 행위를 부정하는(「상상의 지리학」) 것으로 나아가며 근대 속에서 자기 모습을 회의하는 시인들의 세계를 비극적으로 분석해내기도 한다(「프랑켄쉬타인을 위하여」). 제2부에서는 하나 하나의 시집을 언급한 글을 실었다. 저자는 이들 시집에서 화자의 내부를 통과하는 시적 화자가 빚어내는 낯선 서정(김행숙 『사춘기』), 내러티브 없는 이야기 속에서 흩날리는 무수한 감각들(황병승 『여장남자 시코쿠』) 같은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또한 김민정의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에서는 노골적인 불경(不敬)의 세계를, 유종인의 시집 『교우록』에서는 성과 속의 격렬한 전투를 읽어내기도 한다. 또한 저자는 「이성복과 돼지머리 우주」에서 비평적이고 분석적인 언어를 버리고 마치 단장 같은 형식으로 주관과 텍스트가 부딪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저자는 이성복의 『아, 입이 없는 것들』을 비평적 분석에 의한 해석이 아닌, 풍부한 울림의 텍스트로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부뉴엘의 극장」 「김영승과 풍차」는 텍스트 밖의 여러 문화적 기호들을 시읽기에 끌어들이는 저자의 솜씨를 보여주는 글이다. 저자는 정익진과 김영승의 시집을 부뉴엘의 영화와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떼에 빗대어 분석함으로써 시의 언어를 더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제3부에서는 한편의 시에 대한 글들로 묶었다. 이 글들에서는 시 한편을 대상으로 삼아 시와 말의 관계에 대해 탐색하는 저자의 독특한 관점이 돋보인다. 여기서는 김춘수 이수명 김언희 조말선 박정대 이경임 남진우의 시가 소개돼 있다. 저자의 말에서 언급돼 있듯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시들을 읽되 그것을 “나의 거울상들”에 되비쳐 읽는다는 점이다. 이렇듯 주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두려워하지 않는 글쓰기로 인해 이 책은 차가운 분석을 넘어 우리에게 따듯하면서도 진지한 시읽기의 한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