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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시
생활 세계에서 춘천 가기 경복궁 비반영 추천사 세계의 우울 우울증에 걸린 액션 스타 독심 주거지에서의 죽음과 행정적 처리들 판교 미해결의 장 의상 도봉구의 대립 카프카는 먼 곳 옮긴이의 말 긍정적인 공기 속에서 밤의 귀가 무인 세계 중력의 소모 클리셰만으로 봄날은, 사후의 일요일 에세이 : 동물원의 시 |
Lee, Jang-wook,李章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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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혼자 동물원을 거니는 오후라고 하자.
내가 원숭이였다고 하자. 나는 꽥꽥거리며 먹이를 요구했다. 길고 털이 많은 팔을 철창 밖으로 내밀었다. 원숭이의 팔이란 그런 것 철창 안과 철창 밖을 구분하는 것 한쪽에 속해 있다가 저 바깥을 향해 집요하게 나아가는 것 ---「원숭이의 시」중에서 너의 마음을 읽었는데 그랬기 때문에 너와 멀어졌다. 나의 잘못인가. 오늘은 나의 의지가 아닌 것들과 화해하려고 했다. 일기예보, 먼 도시의 우연한 사고, 잘못 걸린 전화 너는 이상한 옷을 입고 낯선 발음으로 부정하는 말을 했다. 심지어 우리는 국적도 인종도 달라진 것 같았는데, 나의 잘못인가. ---「독심」중에서 생활 세계에서 춘천을 갔네. 진리와 형이상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생활 세계에서 춘천을 갔네. 초중등학교 때는 우주의 신비와 시를 배웠지. 공부도 열심히 했고 연애도 했는데 또 독재자를 뽑았구나. 춘천에는 호수가 있고 산이 있고 깨끗한 길이 있지. 여자와 남자와 개들과 소풍이 있고 할머니도. 인사를 하고 밥도 먹었네. 나는 춘천에 들렀다가 그리스와 신라시대를 거쳐 서울로 돌아왔다. ---「생활 세계에서 춘천 가기」중에서 |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두 번째 시집은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로서 활동하며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장욱의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다. 전작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서 작가는 (세계라는) “수수께끼들 앞에서 충실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번 시집 역시 그러한 수수께끼와도 같은 제목으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돌려주면서 한국 시를 미지의 영역으로 확대’했다고 평가받는 시인 이장욱은 따라서 해설이나 해석을 요구하기보다 시를 있는 그대로 읽어달라고 주문한다. “내가 동물원의 철창 밖을/밤의 저편을/당신을/끈질기게 바라보고 있다고 하자.”(「원숭이의 시」) 그의 시가 자아내는 우울한 감수성과 멜랑콜리와 냉소는 눈물을 흘린다거나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그저 무표정으로 바닥을 응시하는 느낌이다. “무표정은 이장욱의 모든 시가 짓는 표정이기도 하다”는 시인 김상혁의 말은, 그의 시가 모든 감정을 결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오히려 “끈질기게” 무감한 포즈를 취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문학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기 때문에 낙관적이며, 문학만이 할 수 있는 느리고 깊고 그래서 잘 안보이고 천천히 가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인 이장욱의 세계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스무 편의 시가 담긴 이 한 권의 시집으로 충분할 것이다.
핀 시리즈 공통 테마 에세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에 붙인 에세이는, 시인의 내면 읽기와 다름없는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 출발한다. 이로써 독자들이 시를 통해서만 느꼈던 시인의 내밀한 세계를 좀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나아가 이 에세이가 ‘공통 테마’라는 특별한 연결고리로 시인들의 자유로운 사유공간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자신만의 고유한 정서를 서로 다른 색채로, 서로 다른 개성으로 보여주는, 깊숙한 내면으로의 초대라는 점은 핀 시인선에서만 볼 수 있는 매혹적인 부분이다. 좁고 불결한 동물원에 비극적으로 갇혀 있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시인의 시와 동물원의 관계를 읽어낸 에세이 「동물원의 시」는 시집에 대한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정다운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구성된 독창적인 시인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시편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시와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특색을 갖춰 이목을 집중시키는 핀 시리즈 시인선의 이번 시집의 표지 작품은 패브릭 드로잉 작가 정다운(b. 1987)의 작품들로 장식했다. 동덕여대 회화가 출신의 정다운 작가는 신진 시각예술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기획프로젝트 ‘2017 아티커버리(articovery)’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중국, 홍콩,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 예술가다. 작가의 말 에밀 졸라처럼 인간을 동물과 같은 생물학의 수준에서 바라보는 것을 자연주의라고 부르지만, 시인의 동물원은 자연주의의 숙명적인 동물원이 아니다. 시인의 동물원은 ‘부정성’이 거세된 (코제브나 아즈마 히로키 식의) 은유적 동물원도 아니다. 동물원은 ‘부정성’으로 충만한 채 인간사 속에서 유전하고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통과한다. 인간을 감시하는 판옵티콘이 17세기 동물원의 구조를 모방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는 차라리 인간의 역사가 동물원에서 흘러간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시인의 시는 동물원의 시가 아닐 수 없으며 동물원의 시는 인간사의 시를 뒤집고 누비고 돌려 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