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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미하는 삶
2. 숨쉬기 연습 3. 시선의 문법 4. 귀로 읽기 5. 얼굴 읽기 6. 손이 주는 행복 7. 발의 평화 8. 아픔과의 싸움 9. 분노의 권리 10. 불안의 깊이 11. 부끄러움의 두께 12. 저토록 불온한 욕망 13. 유혹자 14. 축제로서의 삶 15. 삶과 앎 16. 시대의 신드롬 17. 인연의 꽃 18. 쾌락의 옹호 19. 유행의 그늘 20. 파우스트의 교훈 21. 노래 마시기 22. 춤살기 23. 축제의 예의 24. 야인 예찬 25. 자기만의 방 26. 못 말리는 본능 27. 속도와의 싸움 28. 빼앗긴 겨울 29. 예의 아까움 30. 깨어 있는 삶 이하 생략 |
李王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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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늘 내 처신에 불만이다. 나설 때와 물러설 때, 있을 데와 없을 데를 가려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인들도 가끔 나의 점잖지 못함을 점잖게 나무란다. 아닌게아니라 나는 이 때문에 숱한 기회를 놓쳤고 많은 사람들과 갈라섰다. 그러면서 왜 그 버릇을 고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밖에 없다.
전갈이 강을 건너고자 했지만 헤엄칠 줄 몰랐다. 하는 수 없이 전갈은 수영의 명수인 개구리에게 가서 부탁했다. 저편 강둑까지 태워다 달라고. 그러자 개구리는 "내가 널 태워주면 너는 내 등을 독침을 쏠 게 아니냐?"면서 거절했다. 이에 전갈이 "내가 널 쏘면 둘 다 물에 빠져 죽을 텐데 내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왜 하겠니?"라며 다시 한번 애원했다. 잠시 주저하며 생각에 잠겼던 개구리가 전갈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전갈을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살을 헤치고 강의 중간쯤에 다다랐을 때였다. 문득 개구리는 옆구리를 찌르는 날카로운 아픔을 느끼면서 물 속으로 가라앉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전갈이 약속을 어기고 개구리를 찌른 것이었다. 절망과 분노에 사로잡힌 개구리가 물밑으로 빨려들어가며 마지막 비명처럼 물었다. "야, 전갈아, 왜 날 찔러서 둘 다 죽게 만드는 거야?" 전갈의 슬픈 답도 그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 "어쩌겠니, 그게 내 본능인걸." 물론 눈치코치 없이 좌충우돌하는 것은 나의 본능이 아니라 나의 무능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더러 내 무능함에 감사드리고 싶을 때가 있다. 많은 것을 잃어 큰 손해를 보기도 하고 채신과 품위가 땅에 떨어져 비웃음을 사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내 삶이 이토록 다채로운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게 되는 것 또한 순전히 이 때문이다. ---pp.94~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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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발언하고 다투어야 한다. 뚜쟁이들과 술잔을 나누어 야 하고 늙은 창녀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뇌물 먹고 설사하는 세리들을 만나야 한다. 요컨대 이 풍진 세상으로 돌아 와서 우리의 삶과 진정으로 화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떤 명분으로도 철학은 더 이상 박제된 천재들의 말장난일 수 없다. 표류하는 철학이여 이제 목숨을 안고 뒹구는 삶의 광장으로 다시 돌아오라.
--- p.134 '철학의 자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