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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하얀 백조 2. 가마실 3. 달달 볶은 소금 4. 곡식의 주인 5. 짙은 안개 6. 이리 사냥 7. 황금의 이교도 땅 8. 한낮에 벌인 전쟁 9. 얼어붙은 피 10. 보고 싶은 나라 11. 굿바이, 조선!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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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야, 안일하고 게으른 하얀 백조의 나라, 열강의 가련한 먹잇감?
외국인 탐사대를 따라 조선으로 떠나는 낯설고 새로운 여행 당시 대한제국은 열강의 한가운데 놓인 먹잇감이었다. 러시아와 일본이 대한제국의 지배권을 두고 러일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저마다의 이권을 위해 나라 안의 자원을 캐내기에 혈안이었다. 아름답지만 무기력하고 조용하지만 슬퍼 보이는 철새의 운명을 타고난 나라, 겁 많고 현실을 모르는 하얀 백조들이 사는 나라. 1905년 서구열강이 기록한 조선의 모습은 대부분 허약하기 짝이 없고, 악습과 민간 신앙이 난무한 곳이었다. 러시아의 귀족 청년 알렉세이가 처음 느낀 조선의 모습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젊은 귀족 장교에게 쏟아지는 따가운 눈총을 뒤로하고 탐사대장이 된 그는 대원들과 함께 조선 깊숙한 곳까지 탐사하기 시작하면서 서구우월주의에 가려졌던 조선의 문화를 새롭게 인지하고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작가는 알렉세이의 눈으로 쓰인 탐사일지를 통해, 당시 조선의 모습을 타자화 시켜 보여 준다. 따라서 독자들은 반대급부로 알렉세이를 통해 낯설고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조상들의 풍습과 혼돈한 변화가 가득한 거리의 풍경, 동학군과 의병의 모습 등 당시 모습이 촘촘하고도 면밀하게 재현되어 역사소설을 읽는 꽉 찬 즐거움을 준다. 알렉세이를 필두로 꾸려진 탐사대는 개성 강한 인물들로 가득하다. 늘 툴툴거리며 불만을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비빅은 때로 경솔한 행동으로 웃음과 사건을 만들어 내며, 차분하고 침착한 대장 알렉세이와 대조적인 하모니로 활력을 일으킨다. 통역을 맡은 니콜라이 킴은 숨겨진 과거에 대해 궁금증을 일으키며, 두 러시아인과 조선인들 사이를 오간다. 가마실이란 역참 마을에서 벗어난 적이 없던 소년 근석은 탐사대의 말몰이꾼이자 온전한 조선인으로서 소설 속 시선에 균형을 더한다. “내 앞의 운명에서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저마다의 굿바이, 좋은 이별을 위해 원산에서 서울까지의 환경과 지리 조사를 맡은 탐사대는 때론 마을 안, 때론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오르며 험한 여정을 이어간다. 아라사인들은 눈이 하나라는 둥 양이 도깨비 취급을 받으며 자신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는 조선인들을 보며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양반네들을 벗어나 민중들과 좀 더 근접해 바라보게 되며 조선의 속 모습에 눈뜨게 된다. 조선을 도피처로 생각한 알렉세이는 조국 러시아에서 죄 없는 신민들의 죽음을 목도한 충격에 못 이겨 현실에서 도망 나왔다. 새롭게 부여된 임무에만 차분하게 집중하던 그는 처음엔 눈앞에서 벌어지는 조선의 들끓는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관찰자로만 머물지만, 운명에 맞서기 위해 몸을 불사르는 민중들과 직접 맞부딪히면서 점차 그 안으로 자신도 모르게 뛰어든다. 조선의 현실에서 한 번 도망쳐 나왔던 니콜라이 또한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의지의 불씨를 키우게 된다. “제가 보고 싶은 나라는 조선이에요. (...) 지금껏 살아온 나라와는 작별하고 새 조선과 만나고 싶어요.” -본문 240쪽 노름꾼 아버지 대신 그 여정에 함께하게 된 근석은 어느새 탐사대의 동력이 되어 그들의 몸과 마음을 이끈다. 다른 나라에게 운명을 맡기길 원하는 양반들의 태도에 직언을 던지기도 하고, 아라사인과 조선인 사이에서 조율자가 되기도 한다. 혼잣말 같은 작은 소리라도 그 말에서 알렉세이는 조선의 현실과 힘을 느낀다. 이미 세상을 봐 버렸다고, 이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세상을 향해 겁 없이 뛰어들겠다는 근석의 결심은 가슴 찡한 울림을 준다. 올바른 현실을 되찾기 위해 제각기 굿바이를 외치는 탐사대. 『굿바이 조선』은 제각기의 운명에 맞서는 이들의 성장 여행기이자, 현재와 미래를 잇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과거에 대한 끈끈한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