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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을 지나서 8
반려동물 관리사 74 그녀의 선택 116 육혈포의 주인 168 글쓴이의 말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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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아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이 화두에 대한 답을 겨우 열여섯 살밖에 안 된 중학교 3학년 때에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예민한 일 년의 첫날, 이니가 우리 반으로 왔다. --- p.9 “반려동물 관리사?” 앨런의 아버지는 아들이 내미는 최종 결과지와 아르바이트 허가증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햄스터 한 마리 키워 본 적이 없잖니.” 앨런은 아버지 질문에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저도 뜻밖이에요. 근데 노동청에서 내린 결론이 그러니 어쩌겠어요.” 아버지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작은 카드를 이리저리 돌려 보다 얼굴이 어두워졌다. --- p.82 사람들은 기본수당을 ‘존엄비’라고 불렀다. 사람이 사람다운 모습을 갖추는 데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뜻하는 말이었다. 무슨 일이든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급되는 기본수당, 인공지능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의 가치를 증명하는 길은 오직 이 방법뿐이었다. --- pp.89-90 “지구를 위한 백신이요? 그게 어떤 바이러스 종을 막는 약인데요?” “인간이라는 바이러스를 지금 수의 십 분의 일로 줄이는 백신.” “뭘 줄이는 백신이라고요?” 테이아는 방금 귀로 들어온 말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다. --- p.162 “의열단의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단원이지. 그리고 새롭게 입단할 자네를 시험하는 선배이기도 하고 말이야.” 계옥이 다시 우현에게 총을 겨누며 말했다. --- p.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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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오늘의 SF”
미래란 무엇일까? SF적인 상상력은 또 어떤 의미를 지닐까?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해 보니 내가 쓰는 이야기들은 ‘오늘의 SF’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미래학자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미 SF 세상에 살고 있다고,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고 말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사회와 개인은 급변하고 있다. 원하건 원치 않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변화를 온몸으로 받으며 적응해야 한다.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짐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 네 편의 SF 청소년 소설을 묶어 세상에 내놓는다. 그 안에 설정한 시간적 배경은 4~50년 뒤의 세상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사건과 고민, 전망은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조건이 되어 버렸다. _글쓴이의 말에서 “넌 왜 너의 삶을 살지 않니? 남들이 하라는 대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시키는 대로 사는 너야말로 로봇이랑 다를 게 없는 거 아니니?” 표제이기도 한 “특이점”은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능가하는 자의식을 가진 능력체가 되는 시점’을 뜻한다. 특이점이 지난 로봇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필요에 따라 만들고 활용해 온 인간은 정작 인공지능의 ‘특이점’ 앞에서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 특이점이 곧 온다는 첫 기사가 나오고 며칠 만에 길거리를 걷던 가사 도우미 로봇이 공격을 당했다. 말 그대로 ‘묻지 마 폭행’이었다. 로봇은 식료품이 가득 든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근처에 사는 청년들이 몰매를 놓았다. 로봇은 고장이 나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족처럼 지내던 로봇을 내다 버리거나 팔아 버리는 일도 허다했다. (「특이점을 지나서」) 인공지능 시스템, 줄여서 AI의 특이점이 온다던 해는 2045년이었다. 그해를 전후해서 세상 사람들은 기묘한 흥분에 휩싸였다. 특이점이 오면 5천 년을 헤아리는 인류 문명은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예견이 지구를 뒤덮었다. 인간의 사고 능력을 뛰어넘는 프로그래밍 체계에 도달한 인공지능이 세상을 재편할 것이라고 떠들어 댔다. 사람들은 컴퓨터 공학의 무시무시한 발전에 대해 경계심과 경외심을 동시에 드러내며 우왕좌왕했다.(「반려동물 관리사」) 이는 인공지능 시스템에 맞춰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대척점에 서 있는 등장인물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이점을 찾아서」의 인공지능 로봇 ‘이니티움305’나, 묘하게 인공지능 로봇의 분위기를 풍기는 「반려동물 관리사」의 ‘이 팀장’, 특이점이 오면서 지구의 기후 관리 시스템의 빅 리더가 된 「그녀의 선택」의 ‘네오 가이아’, 타임 슬립한 주인공 우현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육혈포의 주인」의 인공지능 ‘동지’ 등은 여러모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들은 주인공은 물론 독자로 하여금 통제된 사회에서 고민 없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 반감을 끄집어 내는 역할을 한다. 결국 ‘남들이 하라는 대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시키는 대로’ 사는 인간이 로봇과 다를 게 뭐냐는 ‘이니티움305’의 물음과 끊임없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바이러스들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방책으로 인류의 개체수를 줄이고 생존 인류로 하여금 원시적 삶을 살게 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네오 가이아’의 대답에서 우리는 그 반감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동시에 주인공들이 선택하는 ‘인간적 삶’에 대한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그간 SF에서 흔하게 봐 온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 지독하게 오늘인 자리에서, 내일의 의미와 지금 여기의 삶이 가진 울림을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