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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 모자란 키스 6 | 글쓴이의 말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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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속에 사정없이 숨어 있는 뜻은, 입을 열어 보이지 않는 한 결코 전해질 수 없는 자기만의 진실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만이 알아듣고, 자기만이 설득할 수 있는 진실은 참 어렵고 경우에 따라선 서글픈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만큼 투명하고 찬란한 건 없을 듯합니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키스’는 늘 어렵고 낯설지만 진실을 전달하는 가장 찬란한 순간인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키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보이는 삶과 보이지 않는 진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 주는 통로와 같은, 그래서인지 항상 한 개 모자란 듯한 부족함, 아쉬움을 담은 키스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 '글쓴이의 말' 중에서 -지금 말할게. 친구가 먼저라면 친구 하자. 됐지? -아니, 그게……. -바로 이어서 말할게. -완전 연타 치네. -친구 사이 하면서 동시에 사귀자. --- p.39 -학생, 둘이 정말 연애하는 거 맞아? 정육식당 사장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마루가 망설이는 동안 신미는 바로 대답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일하면 연애 아닌가요? - 난 마누라랑 꼬박꼬박 하루 한 끼는 먹고 일도 같이하는데 연애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거든. -그건 두 분이 매너리즘에 빠진 탓이고요 --- p.80 ‘가난해도 사랑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치명적인 오타와 결정적으로 빠진 낱말 한 개가 있다.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었고, ‘무엇이든’이 빠져 있었다. 주제는 ‘가난해도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 문장을 보면서, 마루는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126 -우리에겐 지금 두 가지 길이 있어. -두 가지씩이나? -더럽게 어색하고 쪽팔린 채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아니면 뭔데? -끝내주게 황홀하거나. -지금 다 뒤섞여 버린 것 같은데. -뒤섞여도 좋지? -좋냐고? -그게 나라서 좋지? --- p.137 - 어느 학교, 어느 사회에나 낙오자는 존재한다. 당연한 거야. 그런데 완전한 자기 통제가 가능한 이성 훈련을 받으면 적어도 낙오자의 범주에서는 벗어날 수 있어. -……. - 신일고는 낙오자의 범주 자체를 세탁하는 데 특성화된 학교야. 이들만의 견고한 성벽 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그렇게만 되면 이 썩고 부패한 뇌처럼 쓸모없는 전쟁 패배자, 인생 낙오자는 되지 않을 수 있어. -그런데 선생님은 낙오자가 된 거예요? -그렇지. 당연하다. --- p.167~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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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찬란한 순간,
하지만 언제나 한 개 모자란 우리들의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며 매사 당차고 똑부러진 소녀, 자신이 처한 삶에 대응할 방법이 냉소밖에 없는 소년이 만났다. 소녀로부터 시작된 관계는 점차 소년을 흔들고 각성시키고 웃고 말하고 실천하게 한다. 점차 마루는 신미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고된 현실과 화해하고 적대적으로만 느껴지던 자신의 삶도 긍정할 만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이 끊임없이 되새기는 ‘대화의 본질’은 곧 우리 일상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소녀 신미와 소년 마루가 빠르게 주고받는 티키타카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따라가다 예상치 못한 낯설고도 충격적인 결말에 이르고 우리도 마루처럼 강렬한 여운 속에 뭉클한 감동으로 책장을 덮게 될 것이다. 『한 개 모자란 키스』는 그동안의 청소년문학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낯선 문법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판타지와 리얼리즘에 로맨스까지, 거기에 문장의 형식은 때때로 웹소설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정통 리얼리즘 문학으로 등단하여 근래에는 장르 드라마의 극작가와 원작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이 낯설고 발칙하고 어쩌면 황당한지도 모를 이 작품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진심’과 ‘진실’이다. 하여 ‘키스’는 ‘입을 열어 보이지 않는 한 결코 전해질 수 없는 자기만의 진실’의 은유이자 환유이다. 고통이 일깨우는 낯선 감각, 성장통을 이겨내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학교를 마칠 즈음이면 ‘방탄 벤츠’들이 정문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하교하는 아이들을 하나둘 태우고 빠져나가는 곳. 버스 정류장에는 늘 마루와 경동호 선생만 남아 있다. ‘언제 잘려도 이상할 게 없는 임시직’ 교사와 생활보호대상자인 학생. 두 사람은 돈과 계급으로 많은 것이 결정되는 특별 사립고에서 주류가 될 수 없다는 데 동질감을 느낀다. -그래. 아무튼 적절히 마음에 든다. -뭐가요? -신일고 식물들에 비해 동물적인 게 마음에 든다고. 좀 더 편하게 말하자면 뭐랄까 짐승 같다고나 할까? -애들이 왜 식물처럼 보이는데요? -식물 또는 식물적이라 할 때 그 특징은 딱 하나야. -그 하나가 뭐죠? -살아 있는 걸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 거지. 모든 게 다 주어졌다고 믿거든. 경동호 선생은 ‘진심 어린 충고’라는 명분으로 마루를 충격적인 진실과 직면하게 한다.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아프고 잔인한 기억이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경험을 돌아보게 된다. 한 존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무조건적인 ‘지지’, ‘응원’, ‘공감’ 같은 것들이 어떤 모습일까 묻는다면 ‘종구’에게서 그 답을 찾아도 될 것이다.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임대아파트, 유일한 가족인 말 못 하는 할머니와 살아가는 공간을 보여 줘도 괜찮은 친구. 비록 마루의 반응과는 무관한 자기 이야기만 두서없이 늘어놓기도 하고, 값비싼 컴퓨터를 가졌음에도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못 다루지만, 종구는 편견 없이 마루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따뜻하고 다정한 지지를 보낸다. 이 작품이 “꿈과 희망이 살아 숨 쉰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세상 속으로” 매순간 나아가고 있는 1318 십 대 독자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