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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 Wolfgang von Goe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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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지를 내려다보는 순간 그는 비통하게 울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행복, 아니 그것이 불행이 되더라도, 오틸리에를 사랑하는 일이 거부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행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는 그것이 어떻게 진전될지 모른 채 떠나간다. 그는 적어도 이제 그녀를 다시 만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가 언젠가 그녀를 다시 보게 될 것인가, 그것에 대해서 그가 얼마나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일단 편지는 씌어졌고, 말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매 순간 그는 어디에선가 오틸리에의 모습이 눈에 띄어 당장 그의 결심이 허사로 돌아가게 될까 염려했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는 언제라도 다시 돌아오는 일이 가능하며, 떠나감으로 해서 자신의 소망에 더욱 가까워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 그가 그냥 남아있을 경우 오틸리에가 집에서 쫓겨나는 모습이 눈에 떠올랐다. 그는 편지를 봉하고 계단을 급히 내려가 말 위에 올라탔다. 주막 앞을 지나갈 때, 그가 어젯밤에 듬뿍 동냥을 주었던 바로 그 거지가 정자 안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은 기분 좋게 점심식사를 하며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 에두아르트에게 정중하게, 심지어 경의를 표하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어제 오틸리에와 팔짱을 끼고 걷고 있을 때 바로 이 사람이 그 앞에 나타났었다. 그런데 그자가 이제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그에게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의 괴로움이 더욱 커져갔다. 그는 다시 한번 거지를 돌아보았다.「오, 그대 부러운 자여!」그는 소리쳤다.「그대는 어제 동냥한 것을 먹고살 수 있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어제의 행복을 먹고살 수가 없다오!」 --- pp.136-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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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에서 화학 법칙을 발견하다
괴테 자신이 <진기한 제목>이라고 시인하고 있듯 이 소설의 제목『친화력』은 화학 용어이다. 즉, 서로 다른 원자들끼리 원래의 결합을 버리고 새로이 결합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려는 성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괴테는 이러한 자연 법칙을 인간 관계에 접목하여 인간들 사이의 반응을 묘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원래 사이 좋은 부부였던 에두아르트와 샤로테 사이에, 에두아르트의 친구인 대위와 샤로테의 친구 딸인 오틸리에가 끼여들면서 이 네 사람이 일으키는 반응이 이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곧, 각각의 친화력에 따라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 샤로테와 대위 사이에는 애정이 싹트게 된다. 그러나 자제력이 강하고 생각이 깊은 샤로테와 대위는 곧 자신들의 애정을 다스리는 반면, 맹목적으로 애정에 빠져드는 성향을 지닌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는 새로 발견한 사랑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친화력은 화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 사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같은 착안에 기반해서 괴테는 이 소설에서 사건의 전개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에 과학자적인 냉정함과 실험 정신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소설『친화력』은 독일문학사상 <현대소설>로의 결정적 첫발을 내딛은 작품이라고 뒤늦게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이 작품이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그 속에 괴테 자신의 경험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바이마르를 떠나 예나에 체류하게 된 괴테는 18세의 민나 헤르츨리프를 만나, 갑작스런 애정을 품게 되었다. 그때 그의 나이가 60세. 사실 그는 그녀를 10세 정도부터 알고 있었는데, 몰라볼 정도로 성숙하고 아름다워진 모습을 대하고 새삼스레이 정열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 것이다. 스스로도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의 이 위험한 열정에 놀란 그는 되도록 그녀의 집을 멀리하였으며 곧 그곳을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그때의 경험이『친화력』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가 도덕적인 측면에서 세간의 비난을 살 만한 애정에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괴테는, 남녀 사이에는 불가항력젹인 친화력이 있어 격렬한 애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는, 그 자신의 실제적인 경험을 드러내고 있다. 그 애정의 끝이 죽음인 것으로 이 작품을 끝맺으면서도 괴테 자신은 도덕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단지 맹목적인 격정을 다스리고 정화해서 행복한 삶으로 향해야 한다는 따뜻한 휴머니즘을 내보일 뿐이다. 『친화력』은 자유로운 연애와 이혼이라는 낭만주의적 요소를 기본 주제로 한다. 그러나 친화력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자연 법칙과 인위적인 도덕 법칙, 자유로운 사랑을 향한 열정과 자제할 줄 아는 분별력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등장인물을 방황케 함으로써 그 조화를 모색한다. 그러면서도 인간 상호간의 마음의 깊이를 투영해 주는 특유의 시적인 언어와 엄격한 작품 형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마디로『친화력』은 낭만주의를 넘어서는 노년기 괴테의 대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작품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