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eke Lucas Rijnev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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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던 그 여름 나는 광기의 공모자였다.무슨 일을 하든 너, 오직 너만을 생각했다.”2005년, 네덜란드의 작은 시골 마을. 수의사로 일하는 '나'는 농부의 딸에게 사로잡힌다. 농부의 딸은 온갖 질병과 오물과 죽음으로 가득한 농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순결한 존재이자, 몸의 변화를 갓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녀. 소녀는 사고로 죽은 오빠와 그 충격으로 집을 나간 엄마의 그림자 밑에서 방치되듯 자랐고, 히틀러와 생일이 똑같다는 이유로 스스로 죽음을 부르는 운명을 타고났다 여긴다. 슬픔으로 가득한 삶을 통과하며 소녀는 남몰래 소년의 몸을 갖게 되기를 갈망한다. 자신은 어딘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믿는 열네 살 소녀에게 수의사는 은밀하고도 집요하게 다가간다. 소녀는 숨 막히는 농장에서 벗어나고자, 그리고 자신 안에 자라나는 낯선 욕망에서 달아나고자 그의 부름에 응한다.너는 내게 이렇게 말했어,커트, 때론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그들이 내가 어떤 사람이길 원하는지가 중요하죠._본문에서불결한 애정, 추악한 욕망, 사랑을 가장한 착취…금기와 마주하는 젊은 거장, 뤼카스 레이네벌트의 도발적 문제작《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네덜란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자라난 열네 살 소녀와 그 취약함을 파고든 수의사의 위태로운 관계를 담아낸다. 소녀는 가족이 와해된 이후 세상 모든 문제를 자신의 잘못이라 여기며 자라왔고, 수의사는 비뚤어진 욕망을 품고 그 아이를 통제하려 든다. 작품은 소녀가 가진 비극적 자의식과 자기파괴적 충동, 남성성을 열망하는 성별 불쾌감 등을 수의사가 교묘하게 이용하며 길들이는 과정을 소름 끼치도록 세밀하게 담아낸다.뤼카스 레이네벌트는 논쟁적이고 파격적인 소재에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투영함으로써 고통의 진정성을 증명해낸다. 네덜란드 농촌의 엄격한 개혁교회 공동체에서 성장한 레이네벌트는 어릴 적 사고로 혈육을 잃은 슬픔과 그로 인한 가족의 트라우마, 억압적인 종교 배경 아래 이뤄진 성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문학적 근간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자전적 경험은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서도 밀도 높은 자양분으로 작동하며 작품의 서사적 깊이를 완성한다. 레이네벌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겪어온 모든 것을 파고든다”라고 밝히며, 단순히 충격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극에 가려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금기의 영역을 다뤘음을 밝혔다. 불편함을 압도하는 문학적 흡인력과 삶의 심연을 주저 없이 직시하는 태도로 “반드시 목도해야 할 시대의 문제작”으로 뜨겁게 주목받은 이 작품은 2022년 더분 문학상, 2025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문학상을 수상하고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 문단의 찬사를 이끌어냈다.욕망의 대상에서 갈망의 주체로서사 권력을 탈환해낸 입체적 목소리의 탄생《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의도적으로 인용하며 이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동시에 가장 대담한 방식으로 전복을 꾀한다. 단순히 가해자의 자기변명적 고백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객체로 박제된 '욕망당하는 소녀'에게 강렬한 입체성을 부여하여 '욕망의 대상이 된 소녀에게는 어떤 욕망이 있었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수의사는 편의에 따라 소녀를 숭배의 대상으로 격상하거나 착취의 대상으로 격하하며 소유하려 들지만, 그의 오만은 소녀가 가진 독립된 자아 앞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진다.9·11 테러 같은 세상의 비극을 자신 탓으로 돌리는 과도한 죄책감이나, 소년이 되기를 꿈꾸는 퀴어적 열망은 수의사가 결코 진단할 수 없는 불가해한 영역이다. 수의사의 편협한 이해를 넘어서는 소녀만의 욕망은 스스로 고유한 목소리가 되어 주체의 자리를 확보한다. 이러한 목소리는 2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작품의 독특한 서술 형식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수의사가 소녀를 '너'라고 부르며 모든 것을 장악한 듯 굴수록, 역설적으로 소녀의 진정한 열망이 가해자의 목소리를 뚫고 솟구쳐 나온다. 문장을 온점으로 끊지 않고 쉼표로 끝없이 이어가며 내달리는 서술은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 사실과 해석의 경계를 마구 흐트러뜨리며 텍스트 너머에 도사린 진실을 바라보게 한다. 이토록 끔찍한 이야기를 레이네벌트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낸다. 아픔을 관조하거나 폭력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치열한 당사자성을 동력 삼아 길어 올린 이 대담한 작품은 문학이 보듬어야 하는 고통의 지평을 넓히며 가장 진실하고 입체적인 목소리로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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