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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길 서울에서 파리까지 기차로 가기 외로운 여우 자유의 뗏목을 타고 다시 바깥세상으로 길 위에서 잠든 공주님 꼭 있어야 할 자리의 자갈돌 내가 나의 짝퉁일 때 사막에서 길을 찾다 늪가의 집 어느 집배원의 장례식 주저앉지 말고 걸어라 외로움의 키도 혼자 두면 웃자랍니다 소년과 소녀 신부가 된 개구쟁이 고집쟁이 아이의 어른 행세 신발이 사라지면 어쩌지? 채소만 먹은 소녀 가장 그리운 것은… 또 다른 나를 지우는 일 코끼리를 든 소년 혼자 사는 오소리 달빛 뜨개질 방 안에 갇힌 세상 전봇대의 추억 궁핍한 골목길에 든 햇빛 이야기 곰쥐와 금 항아리 바다 위에는 버스 정류소가 있다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다 완벽한 신부의 한 가지 비밀 이야기 한 포대로 남은 할머니 위대한 똥 거울에 비친 고해성사 지구의 마지막 주인 눈물소금 전설 상상을 먹고 사는 도깨비 감추어진 상처 인생 일만 하고 욕만 먹은 내 인생 벽돌을 쌓는 사람 사랑하던 꽃에 갇히다 천당나라에서 온 전화 할머니와 청년 장미와 늑대 커다란 눈물 한 방울 숨어 살기 본래는 남의 것 어느 석수장이의 행운 꿀벌의 저공비행 상처뿐인 반쪽 인생의 무한한 가치 저 문을 열면 고향이 타향보다 낯설 때 꿈 마침내 인어가 된 그녀 가장 높은 곳의 왕 은하철도 2090 어느 몽상가의 죽음 시간의 상자 바다가 보내준 선물 히말라야의 사과나무 소나무와 소쩍새 곰보다 힘센 개구리 고릴라와 입 맞출 수 있는 사람 유령을 이기는 한 가지 방법 달나라 도둑 고래의 꿈 |
金周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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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짧고 보잘것없는 글을 쓴다는 것은 우화적 지혜가 턱없이 모자라는 나에겐 무척 힘든 작업이었음을 고백한다. 나는 유난히 암울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러므로 좌절과 외로움은 어린 시절 내 화두의 전부였다. 항상 배고프고 어딘가 아팠다. 무엇을 하든 꼴찌였고, 기운 센 아이들의 배 아래 깔려 버둥거렸다. 그런 나에게 무슨 영문인지 우연히 꿈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꿈은 내게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주었고, 나는 그 날개에 업혀 이 세상 어디 안 가는 곳이 없었다. 그것은 내 가슴속에 자리 잡은 유일한 꽃이었고 아름다움이었다. 그 꽃은 지혜로운 자는 자신이 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으며 그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것들에 오히려 보석 같은 지혜와 능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상상력의 날개가 있으므로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겁에 질리지 않으며 교만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책에 쓰인 글들은 내 꿈과 상상력의 자서전이다.
2009년 봄 김주영 --- pp.10-11, 「작가의 말」 중에서 사막에서는 오아시스로 가는 도로를 따로 건설할 필요가 없었기에 안내판 역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이곳까지 이끌어주었던 도로가 사라진 이상, 지척에 바라보이는 파라다이스를 향해 냉큼 달려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는 하루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닌 10여 년을 꼬박 혹독한 모래 바람을 뒤집어쓰면서 오직 오아시스로 가는 도로만을 찾아 헤맸으나 끝내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 p.44, 「사막에서 길을 찾다」 중에서 눈물이 아름답게 보일 때는 너무나 많습니다. 내 곁을 떠나려는 사람과 이별할 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그렇습니다. 한때 버려두고 외면했던 자식을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나 와락 껴안으며 자식의 등 뒤로 흘리는 늙은이의 눈물도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그것이 설혹 거짓이라 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흘러내리는 모든 눈물 중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눈물 자국은, 종이 위에 서툰 솜씨로 그려만 놓아도 아름답습니다. --- p.166, 「커다란 눈물 한 방울」 중에서 그는 문득 하늘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라 털썩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도둑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다리가 유난히 긴 그 도둑은 마침 하늘에 둥그렇게 떠 있던 달을 훔쳐서 커다란 자루에 담고 어디론가 줄행랑을 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길도 없는 하늘로 도망치고 있는 도둑을 어떻게 뒤쫓을 수 있을까요. 달을 도둑맞았다면, 그것은 곧 절망이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 당장 손이 닿을 수 있는 것들만 소중하게 여기고 게걸스럽게 챙겨왔던 졸렬한 안목이 낳은 불찰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달은, 사냥개에게 목줄을 매어둔 것처럼 언제나 그 하늘 그 자리에 있겠거니 하고 방심했던 것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세상에,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쌈해가는 해괴한 도둑이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인들 했겠습니까. --- pp.227~278, 「달나라 도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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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일구는 청소년에게, 꿈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아이보다 더 천진한 시선의 작가 김주영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행복한 판타지! ‘길 위의 작가’로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의 생명력에 주목해온 김주영의 인생에 관한 통찰과 지혜, 익살과 그리움을 담은 『달나라 도둑』이 도서출판 비채에서 출간되었다. 「김주영 상상우화집」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는 ‘길, 소년과 소녀, 이야기, 인생, 꿈’ 등 김주영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루어온 다섯 가지 화두가 62가지의 이야기로 다채롭게 그려져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언제나 배고팠고 어딘가 아팠으며 무엇이든 꼴지였던 어린 시절의 김주영에게 이 책을 바친다 _김주영 작가 김주영은 권두의 헌사를 통해 스스로에게 『달나라 도둑』을 헌정했다. 사실 그의 어린 시절에는 유난히 좌절이 많았기에 꿈 또한 원대하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뿐이었다고 한다. 일흔의 작가 김주영이 ‘그 시절 감히 가질 수 없었던 무지갯빛 꿈을 담아’ 쓴 『달나라 도둑』에는 아이보다 더 천진한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인생의 모습들이 그만의 둥글고 따스한 언어로 그려져 있다. 번잡한 집단생활을 떠나 조용한 삶을 꿈꾸었지만 소통이 단절된 채 폭삭 주저앉아버린 장미와 늑대(장미와 늑대), 병석에 누워 오직 바다를 꿈꾸다 한 마리 돌고래가 되어버린 소년(바다가 보내준 선물), 아름다움을 사랑해 정원과 집을 온통 꽃밭으로 장식하다 결국 ‘꽃감옥’에 갇혀버린 한 가족(사랑하던 꽃에 갇히다), 평생 매질과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으며 죽어서는 너무 질긴 쇠고기가 되어버린 소(일만 하고 욕만 먹은 내 인생), 달나라에 가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지만 막상 달 표면에 도착하자 자신이 그리던 달의 모습이 아님을 깨닫고 절망하는 남자(은하철도 2090)……. 엉뚱하고 익살스러우며 한없이 그립다가도 가슴 한편을 찡하게 하는 62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어떤 이의 꿈은 이루어지고 어떤 이의 꿈은 무참히 짓밟히며 어떤 이들은 꿈을 이루었지만 행복하지 못하다. 인생을 통달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해학과 지혜가 무릎을 치게 만드는 한편, 끝내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은 마음에 잔잔한 파문으로 남는다. 길, 인생, 소년과 소녀, 꿈, 이야기… 다섯 가지 화두로 읽는 김주영의 작품 세계 ‘천재성보다는 근면성으로 문학을 했다’고 밝힌 바 있는 김주영의 치열한 작가정신이 상상력과 만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우화의 형식을 취해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우리 삶의 참모습과 해학을 담고 있는 『달나라 도둑』이 더욱 반가운 까닭은 김주영의 작품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길: 우리가 오롯이 혼자일 수 있는 곳. 인생: 목적지 없는 길, 걷는다는 행위만으로도 거룩해질 수 있는. 소년과 소녀: 이제는 닿을 수 없는 내 어린 날. 꿈: 마음껏 가져보지 못한 황홀, 내 꿈은 늘 상처투성이였기에. 이야기: 그럼에도 나는 다른 세상을 그린다. 이 책의 테마가 되는 ‘길, 인생, 소년과 소녀, 꿈, 이야기’ 등 다섯 가지 소재에 대해 작가 김주영이 자신만의 언어로 내린 정의이다. 작가가 각별한 애정을 갖고 『객주』, 『멸치』, 『똥친 막대기』 와 같은 전작에서 다루어온 위의 소재들이 『달나라 도둑』만의 우화적 기법으로 묘사되는 과정을 비교해보는 것도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어떠한 상황을 주로 동물이나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며, 유머와 풍자를 담은 짧은 길이의 글을 ‘우화’라 부른다. 옛 선지자들은 우화를 지어 지혜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으며 예수 또한 우화를 즐겨 인용했다고 한다. 호흡이 짧고 읽기도 쉽지만 그만큼 작가의 역량과 인생에 대한 오랜 탐구를 요구하는 글이 바로 우화인 것이다. 거기에 김주영만의 말맛과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 완성한 62개의 이야기에는 우화적 지혜와 행복의 메시지,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진함이 넘친다. 노작가의 상상력과 지혜가 바야흐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