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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왕소나무
2. 두더지와 굼벵이 3. 다시 쌓는 돌탑 4. 백두산표범나비 5. 하늘나라 집배원 인형 6. 신별주부전 7. 은행나무의 연둣빛 영혼 8. 가을새 9. 할아버지장승과 아기도깨비의 여행 10. 하느님은 장난꾸러기 11. 병사와 민들레 12. 별난 생일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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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엘니뇨 현상 탓인지 가을철에 걸맞지 않게 집중적으로 비가 내렸습니다. 그야말로 폭우였습니다. 여기저기서 물난리가 나고 산사태가 났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거짓말같이 날이 맑습니다.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 그대로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며칠 전에 비하면 얄밉기 그지없는 그런 날씨입니다. ㄸ라로운 햇살은 잠자리 날개보다도 맑고 투명했습니다. 그런 햇살들이 나뭇잎마다 내려앉아 가을 색깔로 곱게 물들이느라 아우성이었습니다. 햇살이 앉아 노니는 가을 나무들은 불이 난 듯 무지갯 빛으로 활활 타오릅니다. 그 불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금새 우리의 가슴에도 오색 불이 지펴질 것만 같습니다. 하늘빛은 산도라지 꽃잎을 잔뜩 으깨어 물을 우려낸 것처럼 남빛입니다. 남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만 같은 드높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풍덩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또 짓궃게 돌멩이를 냅다 던져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 파란 하늘이 유리판처럼 '쨍그랑' 소리를 내며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습니다. 현숙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집 뒤 풀밭에 벌렁 누워 하늘에 떠다니는 잠자리 떼를 바라보았습니다. 가만히 있는 줄만 알았던 산도라지빛 하늘은 잠자리 떼를 한꺼번에 빨아들였다가 내뱉곤 했습니다. 마치 하늘이 숨을 쉬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몇 마리만 빨아들여 파란 하늘 자락으로 감싼 후 맑은 햇살로 날개를 닦아 날려보내곤 했습니다.
--- p.67~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