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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도의 눈금을 새기기 전에
01 척도 수 이전의 질문 02 양극형 척도의 구조와 원리 03 단극형 척도의 구조와 원리 04 단극형과 양극형의 판별 05 척도 수의 결정 06 중립점의 해부 07 보기 텍스트의 설계 08 만족도의 두 얼굴 09 한국 서베이 척도 진단 10 현장 적용의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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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서베이 산업은 기술적으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모바일 웹서베이의 보급률, 패널 인프라의 규모, 조사 실행의 속도에서 한국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 기술적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는 측정 도구 — 척도 — 의 설계 원칙이 체계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동차의 엔진과 변속기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계기판의 눈금이 잘못 새겨져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엔진이 아무리 좋아도 속도계의 눈금이 틀리면 운전자는 자신의 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 「서문 - 척도의 눈금을 새기기 전에」 중에서 이 논쟁에는 치명적인 전제가 빠져 있다. 척도 수를 정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질문은 ‘지금 이 문항이 측정하려는 개념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개념이 단극형(Unipolar)인가, 양극형(Bipolar)인가? (…) 척도 수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보기를 끼워 맞추는 것은 집을 지을 때 벽돌의 색깔을 먼저 정한 뒤에야 건물의 구조를 생각하는 것과 같다. 벽돌의 색깔은 건물의 용도와 구조가 결정된 뒤에 고르는 것이 상식이듯, 척도 수 역시 측정하려는 개념의 구조가 판별된 뒤에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 「01 - 척도 수 이전의 질문」 중에서 단극형 개념에서 이 ‘보통’은 양극형에서처럼 ‘어느 쪽도 아닌’ 상태를 가리킬 수 없다. 왜냐하면 반대 방향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방향이 없는 곳에 ‘어느 쪽도 아닌’ 상태란 개념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 결과적으로 ③번 ‘보통이다’에 모인 응답은 서로 다른 심리적 상태가 뒤섞인 잡음(noise)이 된다. 이 잡음은 데이터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해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것이 단극형 척도에서 짝수점이 구조적으로 더 적합한 근본적인 이유다. --- 「03 - 단극형 척도의 구조와 원리」 중에서 왜 5점인가, 왜 ‘보통’을 넣는가, 왜 이 보기인가. 이 질문들은 번거롭다. 관행을 따르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하다. 그러나 ‘왜?’를 묻지 않는 측정은 과학이 아니라 의례(儀禮)다. 형식은 갖추었지만 내용은 비어 있는 의례. 그 의례에서 나온 데이터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연구자가 보고 싶은 것만 비추는 요술 거울이 될 위험이 있다. --- 「10 - 현장 적용의 과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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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척도는 현실을 왜곡한다
관행을 깨고 정확한 데이터를 얻는 척도 설계의 모든 것 단극형과 양극형의 판별부터 실무 적용까지, 진실에 다가가는 정교한 설계 지도 한국의 수많은 설문조사에서는 개념의 본질과 무관하게 '매우 부정-부정-보통-긍정-매우 긍정'이라는 5점 척도가 범용적으로 쓰인다. 만족도, 중요도, 빈도 등 구조가 전혀 다른 개념들을 하나의 동일한 잣대로 측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의 눈금이 잘못 새겨져 있다면, 아무리 정교한 통계 분석을 거치더라도 그 데이터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 이 책은 무비판적으로 답습되어 온 '몇 점 척도로 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순서가 애초에 뒤집혔음을 지적하며, 한국 서베이 현장에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던진다. 저자는 척도 설계의 최우선 과제로 측정하려는 개념이 '단극형(Unipolar)'인지 '양극형(Bipolar)'인지 판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찬성이나 반대처럼 대립하는 두 극이 존재하는 양극형 개념에는 중립점이 포함된 홀수 척도가 적합하다. 반면 중요도나 빈도처럼 속성의 부재에서 최대치로 한 방향으로만 커지는 단극형 개념에는 짝수 척도를 적용해 의미 없는 중간 지대를 없애야 한다. 개념의 뼈대와 척도의 구조가 일치할 때 비로소 응답자의 진짜 태도가 노이즈 없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을 통해 단극형과 양극형이라는 두 가지 핵심 렌즈로 척도 설계의 전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다양한 개념의 구조를 판별하는 사고의 틀을 시작으로, 척도 수 결정 원칙, 해석 불가능한 블랙박스인 '보통이다'의 해부, 좌우 대칭과 단방향 강도를 고려한 보기 텍스트 설계법까지 체계적으로 안내한다. 나아가 통계청 조사나 선거 여론조사 등 실제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척도들의 구조적 오류를 진단하고, 발주처의 요구와 모바일 환경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연구자가 취해야 할 실무적 대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질문하는 자에게는 측정 도구의 타당성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따른다. '보통이다'라는 중간 보기에 숨은 진짜 여론을 찾아내고 오차 없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연구자 스스로 '왜 이 척도를 선택했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검증해야 한다. 이 책은 오랜 관성에 젖어 있던 실무자들에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강력한 언어이자,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인 설계 지도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