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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라는 욕망의 기호, '아파트'라는 자산의 언어
01 아파트 브랜드의 탄생과 진화 02 펫네임의 기호학과 욕망의 구조 03 하이엔드 브랜드의 역설과 심리적 계급화 04 외래어 네이밍과 언어적 허영 05 컨소시엄 아파트의 작명법 06 이름과 자산 가치의 상관관계 07 개명 열풍과 사회적 갈등 현상 08 플레이스 브랜딩과 경계의 재정의 09 법적 분쟁과 상표권 이슈 10 하이엔드 컬래버와 궁극의 구별짓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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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한 장 움직이지 않았는데, 현관 위에 걸린 글자 몇 개가 바뀌는 것만으로 같은 집의 값이 오르내리고 같은 사람의 사회적 좌표가 흔들린다. 어쩌다 우리는 사는 곳의 이름 하나에 이토록 많은 것을 걸게 되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한국 사회 그 자체다.
---「서문 ‘이름’이라는 욕망의 기호, ‘아파트’라는 자산의 언어」 중에서 외래어가 세련미의 상징이던 시대에 한자 조합 브랜드를 내놓는 것은 역주행처럼 보였다. (…) 외래어의 홍수 속에서 역설적으로 한자가 품격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판단은 적중했다. 래미안은 출시 직후 시장의 기준점이 되었고,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아파트 브랜드 시대를 열며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01 아파트 브랜드의 탄생과 진화」 중에서 실재하는 입지적 강점이 없는 단지일수록, 오히려 더 추상적이고 강력한 기호가 동원되는 경향이 있다. 근처에 특별히 내세울 자연환경도, 편리한 교통도, 우수한 학군도 없는 단지에 ‘더퍼스트’, ‘더프라임’, ‘하이엔드’ 같은 펫네임이 붙는 것은 이 역설의 표현이다. 실재하지 않는 것일수록 더 강한 언어로 그것을 소환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드리야르가 말한 기호가치 소비의 핵심이다. 소비자는 그 이름이 약속하는 현실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이 환기하는 이미지를 구매한다. ---「02 펫네임의 기호학과 욕망의 구조」 중에서 누구나 ‘행복한 집’이나 ‘편안한 마을’의 뜻을 안다. 뜻을 누구나 알 수 있다는 것은 그 이름이 보편적이라는 것이고, 보편적인 것은 희소하지 않으며, 희소하지 않은 것은 고급스럽지 않다. 반면 ‘에피트(EFETE)’의 뜻을 즉각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뜻을 모르거나 발음이 낯설다는 것은 그 이름이 특별한 교양이나 지식을 요구한다는 신호로 읽히고, 그 신호가 고급감의 기호로 전환된다. ---「04 외래어 네이밍과 언어적 허영」 중에서 이름은 욕망의 화석이다. 좁게 보면 그것은 펫네임이 담는 시대의 욕망을 가리킨다. 그러나 더 넓게 보면, 그것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아파트 이름들의 역사는 한국 사회가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두려워했으며, 무엇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했는지의 기록이다. ---「04 하이엔드 컬래버와 궁극의 구별짓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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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한 장 옮기지 않아도 글자 몇 개가 집값을 바꾼다
'잠실 주공'에서 '아크로'까지, 아파트 이름에 새겨진 한국 사회의 욕망과 계급 마케팅·기호·경제·정치·법이 한 단어에 응축되는 자리, 그 이름을 해독하는 열 개의 각도 과거에 아파트 이름은 우편물의 번지수처럼 그 장소가 어디인지를 알려 주는 최소한의 표지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아파트 이름은 잘 차린 요리 위에 얹힌 진귀한 향신료에 가깝다. 현관 위에 걸린 글자 몇 개가 바뀌는 것만으로 같은 집의 값이 오르내리고 같은 사람의 사회적 좌표가 흔들린다. 이 책은 '어쩌다 우리는 사는 곳의 이름 하나에 이토록 많은 것을 걸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아파트 브랜드 네이밍이 하나의 얼굴을 가진 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시장에서 이기려는 마케팅의 일이자, 결핍과 욕망을 한 단어로 응축하는 기호의 일이며, 무형의 이름을 유형의 가격으로 전환하는 경제의 일이고, 누구를 안에 두고 누구를 밖에 둘지 결정하는 정치의 일이자, 그 이름의 소유권을 다투는 법의 일이다. 저자들은 바르트의 신화론과 보드리야르의 기호가치,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고프먼의 낙인 이론을 도구 삼아 아파트 네이밍이 어떻게 결핍과 욕망을 판매하는지 해부한다. 나아가 '촌스러운 한자'라는 반발을 뚫은 래미안의 탄생, 부정적 기호 'X'를 강점으로 뒤집은 자이의 전략, 뜻을 알 수 없을수록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외래어 네이밍의 '있어빌리티', 'LH' 두 글자를 지우려는 개명 열풍, 그리고 명품과 손잡거나 반대로 모든 수식어를 덜어 내는 하이엔드의 궁극적 구별짓기까지, 한국 아파트 네이밍의 전 지형을 실제 사례와 이론으로 교차해 짚어 낸다. 아파트 이름을 읽는 일은 마케팅 지식을 쌓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이름을 읽을 줄 알게 되면, 같은 현상이 한국 사회가 스스로를 계층화하는 가장 정교한 언어 장치로 보이기 시작한다.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학생과 연구자, 건설·부동산·마케팅 실무자 그리고 무엇보다 아파트 이름들 앞에서 욕망하고 선택하고 때로는 좌절하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은 '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나의 욕망인가, 아니면 욕망하도록 만들어진 것인가'를 묻는 작은 입구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