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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글
1. 토끼 굴 속으로 2. 눈물의 웅덩이 3. 코커스 경주와 긴 이야기 4. 토끼와 도마뱀 빌 5. 애벌레의 충고 6. 돼지와 후추 7. 이상한 티 파티 8. 여왕의 크로케 경기장 9. 가짜 거북이의 이야기 10. 바닷가재 카드리유 11. 누가 타르트를 훔쳤을까? 12. 앨리스의 증언 |
Lewis Carroll,Charles Lutwidge Dodg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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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언니 곁에 강둑에 앉아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게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한두 번은 언니가 읽고 있는 책을 훔쳐보기도 했지만, 그 책에는 그림도 대화도 없었다.
“그림도 대화도 없는 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앨리스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무더운 날씨 탓에 졸리고 멍한 상태였지만) 데이지 꽃으로 화환을 만드는 즐거움이 일어나서 데이지 꽃을 꺾는 수고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홍색 눈을 가진 흰 토끼 한 마리가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고, 토끼가 혼자 중얼거리는 ‘아이고! 아이고! 늦겠네!’라는 말을 듣는 것도 앨리스에게는 그리 이상한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나중에 되돌아보니, 앨리스는 이 일에 대해 의아해했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토끼가 실제로 조끼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보고는 서둘러 가버리자, 앨리스는 벌떡 일어섰다. 조끼 주머니가 있는 토끼도, 거기서 시계를 꺼내는 토끼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번뜩 스쳤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불타는 앨리스는 들판을 가로질러 토끼를 쫓아갔고, 운 좋게도 토끼가 울타리 아래의 커다란 토끼굴로 들어가는 것을 막 볼 수 있었다. --- 「1. 토끼 굴 속으로」 중에서 흰 토끼가 다시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불안한 눈빛으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공작부인! 공작부인! 아이고, 내 귀여운 발들아! 아이고, 내 털과 수염아! 그녀가 날 가만두지 않을거야, 틀림없이! 도대체 어디에 떨어뜨린 걸까?” 앨리스는 토끼가 부채와 흰 염소 가죽 장갑을 찾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래서 친절하게 그것들을 찾아보려 했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눈물로 가득 찼던 연못에서 나온 뒤라 그런지, 주변 풍경은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유리 탁자와 작은 문이 있던 그 큰 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잠시 후 토끼는 앨리스를 발견하고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봐, 메리 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당장 집으로 달려가서 장갑 한 켤레랑 부채를 가져와! 어서, 빨리!” 앨리스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토끼가 가리킨 방향으로 곧장 달려갔다. 자신이 메리 앤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를 자기 집 하녀로 착각했나 봐.” --- 「4. 토끼와 도마뱀 빌의사」 중에서 정원 입구 근처에는 커다란 장미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그 나무에 핀 장미들은 모두 하얀색이었다. 그런데 세 명의 정원사가 그 장미들을 빨갛게 칠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광경이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진 앨리스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지켜보았다. 막 다가갔을 때, 한 정원사가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해, 다섯! 페인트를 그렇게 튀기면 어떡해!” “어쩔 수 없었어. 일부러 그런게 아니야.” ‘다섯’이라 불리는 정원사가 삐친 목소리로 말했다. “일곱이 내 팔꿈치를 밀었거든.” 그러자 ‘일곱’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래, 다섯! 넌 항상 남 탓만 하잖아!” “너는 입 다물어!” ‘다섯’이 소리쳤다. “어제 여왕님이 네 목을 베어버려야 한다고 하시는 걸 내가 들었단 말이야!” “왜?” ‘둘’이 물었다. “그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둘!” ‘일곱’이 말했다. “아니, 상관있어!” ‘다섯’이 끼어들었다. “양파 대신 튤립 뿌리를 요리사한테 가져다줬거든!” --- 「8. 여왕의 크로케 경기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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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한 소녀가 토끼를 따라 낯선 세계로 들어가며 시작되는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단순한 모험을 넘어 현실의 규칙과 상식을 뒤집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은 논리와 언어, 시간과 규칙이 뒤섞인 세계 속에서 기묘한 인물들과 마주하며 끊임없이 예상 밖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말장난과 역설, 그리고 상식의 붕괴에서 오는 유쾌한 혼란에 있다. 이야기는 겉으로 보면 엉뚱하고 비논리적으로 흘러가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회의 규칙을 비틀어 보여주는 날카로운 시선이 숨어 있다. 그래서 어린이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험으로, 성인에게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또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이 작품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시간에 얽매인 모자 장수, 예측할 수 없는 여왕, 사라졌다 나타나는 고양이까지, 이들은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세계 자체를 구성하는 상징처럼 기능하며 이야기의 분위기를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이러한 인물들은 독자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낯설고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며 꾸준히 사랑받아 왔고, 단순한 동화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상상력과 언어유희가 결합된 독특한 구조는 현대 콘텐츠에도 큰 영향을 주며 여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읽는 동안 우리는 앨리스와 함께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이상한 것인지, 우리가 믿고 있는 규칙은 정말 절대적인 것인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과연 하나뿐인지. 이 책은 그 질문 자체를 즐기게 만드는 작품이며, 한 번 펼치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