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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004
1부 무의 심연 책 속을 걷는 여자 012 무증상 환자 017 환승역 021 울티마 툴레 026 북악스카이웨이 030 시베리아 횡단열차 037 무기농 식욕자의 하루 042 아타카마를 생각하다 045 사하라에 눈이 내리고 049 대멸종 연대기의 밤 054 2부 예지는 미지를 따라 걷는다 미지를 따라가는 사람 062 목줄 064 원숭이 후쿠 066 앵무새 알고 070 야수 마켓 073 홉스골 076 물괴×괴물 078 야수 정원 081 한 모금의 밤 084 에어바운스 맨 087 알려지지 않은 트라우마 아이 090 포름알데히드에 오래 절여진 093 살의 포경선 099 아보카도 102 3부 말벌의 배를 찢고 나온 그 밤 아마릴리스 106 소쩍새 울음이 은하를 건너는 밤 110 꽃의 시반(屍斑) 113 누가 지나간다 115 호접란이 눈망울을 하나씩 터뜨리는 동안 118 순록이끼의 방 120 벽관 체험 123 능소화 128 4월의 라일락 129 아카시아 잎살이 아른거리는 오후 132 산목련 136 큰유리새의 아침 137 송정 139 돔배기 142 송이버섯을 찾아서 145 4부 아직 무덤으로 가지 않은 발이 있다네 브레히트 묘지에서 150 고라니 그림 155 얼굴 작두 157 모란디의 밤 164 피에타 167 밤은 말한다 170 KTX, 밤의 가스파르 176 본 179 달항아리 182 사라진 사람 185 가슴과 칼날 188 빈(殯) 191 문혜진의 편지 193 Asymptomatic Patient—Translated by Min Ji Cho 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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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잘못 걸었다
팅 팅 내리꽂는 글자의 파문 번뜩이는 수면의 날 너무 차갑게 식어버린 활자의 속세 책 속에 봉인된 아득한 시간의 파편들 --- 「책 속을 걷는 여자」 중에서 그 거울을 목에 걸고 너는 햇빛 속을 걷고 싶다 했지 끝내 닿을 수 없는 방식으로 마지막 말을 남기는 울티마 툴레 알려진 세상 너머 어둠이 빛의 망막을 벗긴다 밤의 두개골이 침묵의 타악기를 두드린다 --- 「울티마 툴레」 중에서 북극의 레밍처럼 절벽을 향해 차를 모는 사람들 사라진 사람들이 떨군 돌들의 출구 뜨지 않은 별들의 파열음 안개 속에서 나는 가까스로 희미해져간다 안개가 나를 지울 리 없다 눈보라가 나를 삼킬 리 없다 --- 「북악스카이웨이」 중에서 그가 출근하면 나는 방물장수처럼 골목을 서성이지 느린 곡선의 암모나이트 무늬 벽지 위로 해가 뜨고, 자는 척 지난밤 악몽을 이어붙인다 우리의 생존 인사, 딩동, 쿠팡이 온다! --- 「무기농 식욕자의 하루」 중에서 바닥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림 속의 발이 벽을 따라 걸어다닌다 창문을 닫아도 모래는 입술에 먼저 닿아 혀끝에선 모래 비늘이 버석거린다 천장이 낮게 울린다 식탁 아래로 몸을 웅크린다 모래가 발목을 훑고 지나간다 이미 지나간 발이 아직 서성인다 --- 「누가 지나간다」 중에서 밤의 관자놀이에 총성 조여오는 벽 얼빠진 얼굴들이 자그락거려요 발을 뗄 때마다 챙, 챙 유대인 박물관 기억의 공백*에 앉아 발밑에 깔린 얼굴들의 비명 얼이 빠질 것만 같아요 밑이 빠질 것만 같아요 발을 떼자 챙, 챙 ---「얼굴 작두 ― 유대인 박물관에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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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시편을 시작하며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1. 2025년 9월 5일 출판사 난다에서 시집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시를 모아 묶었음에 ‘시편(詩篇)’이라 했거니와 시인의 ‘편지(便紙)’를 놓아 시집의 대미를 장식함에 시리즈를 그렇게 총칭하게도 되었습니다. 난다시편의 라인업이 어떻게 이어질까 물으시면 한마디로 압축할 수 없는 다양한 시적 경향이라 말을 아끼게 되는 조심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모든 말이 시의 언어로 발산될 수 있기에 시인에게 그 정신과 감각에 있어 다양함과 무한함과 극대화를 맘껏 넘겨주자는 초심은 울타리 없는 초원의 풀처럼 애초부터 연녹색으로 질겼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단호함은 있습니다. 2. 난다시편의 캐치프레이즈는 “시가 난다winged poems”입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무거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가벼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바람처럼 꽃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몸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랑처럼 희망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마음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여 온전히 시인의 목소리만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을 빚어보자 하였습니다. 해설이나 발문을 통한 타인의 목소리는 다음을 기약하자 하였습니다. 난다는 건 공중에 뜰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말이니 여기 우리들 시를 거기 우리들 시로 그 거처를 옮김으로 언어적 경계를 넘어볼 수 있겠다는 또하나의 재미를 꿈꿔보자 하였습니다. 시집 끝에 한 편의 시를 왜 영어로 번역해서 넣었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시인의 시를 되도록 그와 같은 숨결로 호흡할 수 있게 최적격의 번역가를 찾았다는 부연을 왜 붙이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3. 난다시편은 두 가지 형태의 만듦새로 기획했습니다. 대중성을 담보로 한 일반 시집 외에 특별한 보너스로 유연성을 더한 미니 에디션 ‘더 쏙’을 동시에 선보입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이라 할 더 쏙. 7.5×11.5cm의 작은 사이즈에 글자 크기 9포인트를 자랑하는 더 쏙은 ‘난다’라는 말에 착안하여 디자인한 만큼 어디서든 꺼내 아무 페이지든 펼쳐 읽기 좋은 휴대용 시집으로 그만의 정체성을 삼았습니다. 단순히 작은 판형으로 줄여 만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특별한 아트북을 염두하여 수작업을 거친 것이니 소장 가치를 주기에도 충분할 것입니다.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건강하게 지저귀는 난다시편의 큰 새와 작은 새가 언제 어디서나 힘찬 날갯짓으로 여러분에게 날아들기를 바랍니다. [ 시가 난다 WINGED POEMS ] 001 김혜순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002 황유원 시집 일요일의 예술가 003 전욱진 시집 밤에 레몬을 하나 먹으면 004 박유빈 시집 성질머리하고는 005 정일근 시집 시 한 편 읽을 시간 006 곽은영 시집 퀸 앤 킹 007 채길우 시집 아버지를 업고 008 문혜진 시집 무증상 환자 009 허수경 시집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