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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004
0부 평범 012 1부 가을 형광등을 갈 때 016 고백 019 직립 021 빈 밭 026 보조 바퀴 028 독신 030 독 032 노을 034 2부 겨울 결혼은 언제 하니 036 달뜬 이마를 짚다 041 그믐 043 허기 046 항암 049 미소 052 저온 화상 053 일기예보 058 거울 앞 거울 061 상여 063 영혼 066 제사 069 환생 070 앉아 기다려 옳지 잘했어 077 보리밟기 079 잔광 081 3부 봄 호박 086 만화경 091 영정 096 봄 100 무표정 102 파종 106 버드나무 107 매미 껍질 111 부활 113 산수유 116 태아처럼 120 가로등 124 4부 여름 뻐꾸기 소리 128 항생제 129 개기 일식 131 모래시계 134 수세미 137 순환계 142 수확 145 빛 148 가지꽃 151 무더위 152 압력솥 154 0부 사랑 160 채길우의 편지 163 Upright -Translated by Stine An 169 |
채길우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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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좁은 땅으로도 구별할 수 없는
서로 다른 빛깔들이 지천이어서 이 전부가 오직 너의 것이라 하여도 이 모든 게 다 너의 것이 아니라 하여도 나만 사랑해달라고조차 말하지 못하는 바스러진 잎사귀들 지르밟은 채 이 세상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마저 한껏이어서 ---「고백」중에서 노골적이고 원초적이고 흐물거리며 꿈틀대는 은밀한 역겨움이 치밀어오르고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완벽히 현실적이어서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뒤틀린 아름다움 수술은 잘되었다고 했다. 이것 없이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고 아버지는 결국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보조 바퀴」중에서 수평 맞지 않는 자개 장롱 발아래 목편 하나 끼우듯 저물어 떨어지면서 어깨 한켠 짚어주는 늙고 시든 꽃잎들의 적막한 가벼움을 눈부셔하게 되는 일 ---「노을」중에서 새까만 흙을 덮고 새까만 비바람을 맞히고 새까맣게 썩은 오물도 같이 묻어주는 일 미련을 꼭꼭 다져 더럽히는 듯해도 그게 다 거짓인 건 아니야 정말 숨기려 하는 게 아니야 너에게 연하고 새파란 핏줄과 속살만큼 싱그러운 줄기를 보여주고 싶고 그것이 건강하게 자라길 원해서 하지만 이 전부를 미리 알린다면 운이 다할지 몰라 속상하게 될지 몰라 ---「만화경」중에서 어느 날 나는 내 행동이 전부 연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사람을 만났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이후 나는 어색한 대사만 더듬거리거나 서툰 몸짓으로 망설이며 외면하다 그 누구의 앞에서라도 영원히 연기할 수 없는 평범한 불구가 되었다. ---「사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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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시편을 시작하며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1. 2025년 9월 5일 출판사 난다에서 시집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시를 모아 묶었음에 ‘시편(詩篇)’이라 했거니와 시인의 ‘편지(便紙)’를 놓아 시집의 대미를 장식함에 시리즈를 그렇게 총칭하게도 되었습니다. 난다시편의 라인업이 어떻게 이어질까 물으시면 한마디로 압축할 수 없는 다양한 시적 경향이라 말을 아끼게 되는 조심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모든 말이 시의 언어로 발산될 수 있기에 시인에게 그 정신과 감각에 있어 다양함과 무한함과 극대화를 맘껏 넘겨주자는 초심은 울타리 없는 초원의 풀처럼 애초부터 연녹색으로 질겼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단호함은 있습니다. 2. 난다시편의 캐치프레이즈는 “시가 난다winged poems”입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무거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가벼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바람처럼 꽃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몸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랑처럼 희망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마음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여 온전히 시인의 목소리만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을 빚어보자 하였습니다. 해설이나 발문을 통한 타인의 목소리는 다음을 기약하자 하였습니다. 난다는 건 공중에 뜰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말이니 여기 우리들 시를 거기 우리들 시로 그 거처를 옮김으로 언어적 경계를 넘어볼 수 있겠다는 또하나의 재미를 꿈꿔보자 하였습니다. 시집 끝에 한 편의 시를 왜 영어로 번역해서 넣었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시인의 시를 되도록 그와 같은 숨결로 호흡할 수 있게 최적격의 번역가를 찾았다는 부연을 왜 붙이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3. 난다시편은 두 가지 형태의 만듦새로 기획했습니다. 대중성을 담보로 한 일반 시집 외에 특별한 보너스로 유연성을 더한 미니 에디션 ‘더 쏙’을 동시에 선보입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이라 할 더 쏙. 7.5×11.5cm의 작은 사이즈에 글자 크기 9포인트를 자랑하는 더 쏙은 ‘난다’라는 말에 착안하여 디자인한 만큼 어디서든 꺼내 아무 페이지든 펼쳐 읽기 좋은 휴대용 시집으로 그만의 정체성을 삼았습니다. 단순히 작은 판형으로 줄여 만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특별한 아트북을 염두하여 수작업을 거친 것이니 소장 가치를 주기에도 충분할 것입니다.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건강하게 지저귀는 난다시편의 큰 새와 작은 새가 언제 어디서나 힘찬 날갯짓으로 여러분에게 날아들기를 바랍니다. [ 시가 난다 WINGED POEMS ] 001 김혜순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002 황유원 시집 일요일의 예술가 003 전욱진 시집 밤에 레몬을 하나 먹으면 004 박유빈 시집 성질머리하고는 005 정일근 시집 시 한 편 읽을 시간 006 곽은영 시집 퀸 앤 킹 007 채길우 시집 아버지를 업고 008 문혜진 시집 무증상 환자(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