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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양선화의 모험
듀나 연작소설 반양장
듀나
단비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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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화령예술대학 지박령 사건 7
2 빙의된 화가 사건 45
3 지리산 창귀 사건 81
4 사라진 학자 사건 127
5 부천 여고괴담 사건 177
작가의 말 221

저자 소개1

Djuna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4년 《사이버펑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공동 단편집에 몇몇 하이텔 단편들이 실렸고, 그 뒤에 단독 작품집인 《나비전쟁》,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아직은 신이 아니야》 등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SF 작업과는 별도로 영화 칼럼을 쓰고 있고,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4년 《사이버펑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공동 단편집에 몇몇 하이텔 단편들이 실렸고, 그 뒤에 단독 작품집인 《나비전쟁》,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아직은 신이 아니야》 등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SF 작업과는 별도로 영화 칼럼을 쓰고 있고,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의 논픽션을 썼다. 2021년에 장편소설 《평형추》로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4년 데뷔 30주년을 기념하여 초기 단편집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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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15일
판형
반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33*210*10mm
ISBN13
9791163501671

책 속으로

초과학국은 11층에서 13층 사이를 쓰고 있었다. 사후과는 12층에 있었다. 들어가니 책상 절반은 비어 있었고 네 명만 남아 모니터를 노려보며 자판을 치고 있었다. 구석에 놓인 방문객용 긴 의자엔 포니테일을 한 열 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와 할머니로 추정되는 중년 여자가 앉아 있었고 그들 옆에는 자매처럼 닮은 여자 유령 둘이 손을 잡고 서 있었다. 그렇게까지 사연이 궁금하지는 않았다. 관청 안까지 직접 들어오는 유령들의 이야기는 뻔하기 마련이다.
--- p.10

“하지만 우리 일이 아니잖아요? 우리 일은 화정윤조 유령의 국가 인증과 관련된 정보를 검토하는 것이고 그 일은 끝났어요. 나머지는 경찰과 진실공개위원회, 역사학자들에게 넘겨야지요. 한동안 시끌시끌하겠군요.”
“40년 전 일이니 다들 죽었겠네요?”
“황무영 장관은 살아 있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11시 29분에 백두 살 나이로 사망했지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화담연구소 직원들이 베른하임 감옥을 갖고 와 대기 중이었어요.”
“아?”
세령은 지금까지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맞아요. 적어도 한 명에겐 아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요.”
--- p.42

“저야 모르지요. 이건 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우린 그 사람들이 도장을 찍은 서류를 받아 높은 양반들에게 전달하면 되는 거고요. 그래도 절차상 약간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서 제가 시작했으면 좋겠는데, 내일이 남편 기일이라서요.”
“아, 그러시군요. 요새도 자주 만나시나요?”
“아무래도 뜸하죠. 죽은 지 3년이나 됐으니. 슬슬 소멸해 가는 거 같아요. 죽은 뒤에도 맡고 있던 자카르타 일이 작년에 마무리된 뒤로 존재 의욕 같은 게 사라진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자기 기일이니 오겠죠. 내년이나 후년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그냥 사라지느냐, 다른 영에 흡수되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 같던데. 하여간 대신 부탁드려요. 일단 화담연구소에 연락했습니다. 골치 아픈 일은 그쪽에서 처리해 줄 겁니다.”
--- p.49

“상윤수 교수의 의견을 예로 들겠습니다. 이분은 소위 ‘누드 숲’ 연작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정철승 시절에 시리즈는 철저하게 탐미적이었습니다. 젊은 여자의 몸만을 그렸고 곡선미와 자연미를 강조했지요. 그게 이양진영 시민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는데, 2년 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고 체형과 연령대가 다양해졌고 남자 몸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폭력, 고통, 역사의 주제가 삽입되었습니다. 1년 전 정철승/이양진영의 잠실 빌딩 벽화 프로젝트가 기획 단계에서 중단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화가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 그림은 1956년 4월 탐라 학살을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탐라 역사박물관이 이를 물려받았고 그림은 두 달 전 로비 벽화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완성 직후 이양진영 시민은 사후과에 빙의 인증 해제를 요청했습니다.”
--- pp.56-57

“호랑이로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잘 알지도 못하는 인간 귀신이 들러붙으면 호랑이도 힘들 테고요.”
선화가 말했다.
“맞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걸 심각한 동물 학대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종간빙의가 늘어나면 종간장벽이 이전보다 더 쉽게 깨질 수도 있으니 공중 보건 문제이기도 합니다. 캔자스 독감 이후 세상은 점점 미쳐 가는 거 같아요. 옛날엔 삶과 죽음이 지금보다 단순했겠지요.”
--- p.89

숙주들은 괴물의 원념으로 뭉쳐졌지만 영에게 전적으로 조종당한 건 아니에요. 그냥 그 원념을 통해 원래부터 갖고 있던 숙주들의 욕망이 풀려난 것입니다.
--- p.169

“하지만 언니가 옳다는 걸 어떻게 알지? 언니를 이루는 게 뭐야?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생각, 전 세계에서 온 유령들에게서 물려받은 파편화된 기억들. 그 어느 것도 믿을 수 없어. 언니와 엄마는 그냥 운이 좋았어. 운이 좋았고 힘이 셌지. 지금까지는 도서파와 내륙파가 맞서면서 균형을 잡아 주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무엇보다 엄마가 언니에게 흡수된 다음에는? 언니는 엄마와 달라. 나만큼이나 어리고 불안하잖아.”
--- pp.213-214

“내가 없었다면 윤씨 집안 사람들은 여전히 공화국의 시스템을 이용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을 거야. 내가 죽은 사람들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산 사람들에게 들려주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게 가능했어. 공화국 정부는 그런 인간들을 걸러 낼 능력이 없어. 결국 어리석고 비겁하고 사악한 자들의 집합이니까. 공화국이 나은 점은 그 어리석은 자들이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것뿐이지. 하지만 과연 그 어리석음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지? 과연 지금 이 시대에 그럴 여유가 있나? 나는 너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아무리 네가 나를 믿을 수 없는 미친 귀신으로 여겨도 내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아. 그리고 너를 고용한 공화국의 높은 양반들도 그걸 알고 있지. 갖고 온 서류를 줘.”

--- pp. 214-215

출판사 리뷰

세상을 넘어선 세계의 이야기



우양선화는 미지의 인물이다. 성난 다람쥐같이 생겼고 왼쪽 눈가에 나비 날개 모양의 요정흔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보다 유령에 민감한 탁월한 능력자다. 게다가 악명 높은 마계로 이름난 인천 시청 유해령(遺骸靈) 관리과에서 5년이나 일했다. 그러던 그이가 초과학국 사후과(死後科)로 발령을 받는다. 간단한 조사만 하고 서류에 국가 인증 도장만 찍기만 하면 되는 사후과. 그런데 우양선화가 들어온 뒤부터 복잡한 사건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첫 번째, 〈화령예술대학 지박령 사건〉부터 예사롭지 않다. 오래전에 죽은 유명 배우 화정윤조의 유령이 학교에 출현한다는 소문이 돌고 급기야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다는 증인도 나타난다. 국가로부터 지박령이라는 인증만 받는다면 ‘1급 지박령’이 되어 학교에서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살아서가 아니라 죽어서도 숨 쉬는 자랑스러운 기념비를 갖게 될 테니까! 지박령인지 인증하기 위해 바티칸에서 인도인 과학자가 파견을 나오고 화담연구소 소속 전문 조사원과 우양선화까지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일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커져 간다. 단순히 학교에 유령이 나타난 사건이 아니었다. 오래전 공화국이 혼란스럽던 시절에 강남시 개발 계획으로 한몫 챙기려던 정부의 고관대작 아홉 명의 행적이 드러난다. 거사를 모의하던 자리에 뜻하지 않게 초대되었던 화정윤조는 사흘 뒤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등장한 화정윤조 유령. 과연 그 유령은 왜 지금 나타났을까?

〈지리산 창귀 사건〉은 사람들이 죽어서도 가장 강한 포식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 호랑이에 빙의하기도 하고, 강력한 산신령이 되고자 한다. 이미 신령들의 대도시가 되어 버린 지리산엔 전 세계에서 온갖 영들이 모여들고, 거기서 또 한 사람의 외국인 학자가 죽음을 맞이한다.

이야기는 인간의 세계와 비인간의 세계가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짜여서 맞물려 돌아간다. 〈사라진 학자 사건〉에서 이어도를 작가는 이렇게 묘사했다. “이어도가 어떻게 해서 지금의 이어도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여자들만의 섬 중 하나였다. 당연히 생전에 여자였던 유령들이 몰려들었다. 여기까지는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섬은 해령과 해신을 끌어들였고 19세기 대학살 이후에는 고래령까지 모여들었는데, 이건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이제 이어도는 단순한 영통 따위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강력한 영적 존재의 기반이 되었다.”

여성과 여자 유령과 고래령, 혈통과 영통을 주장하는 왕족과 제국주의에 맞서는 또 하나의 세계를 듀나 작가 특유의 세계관으로 그려낸 것이다.

권력을 지키려는 자와 흔드는 자, 남성과 여성, 인간과 비인간 존재… 중심에서 변방으로, 중심을 해체하는 작가 특유의 시선이 작품 전체에 담겨 있다. 장르소설의 장점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구조적으로 파헤치고 새롭게 설계해 가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세상은 살아 있는 사람만의 세상인가,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이 전부일까? 세상을 넘어선 세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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