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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
별이 나나의 테크니컬러 유니버스 아임 임라이와 거인들 작가의 말 |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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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엔 다른 부류도 있엇다. 도망자들. 찬미는 가족과 함께 피신하지 않고 혼자 안양에 남아 도망자가 됐다. 그리고 수개월이 지났다.
--- p.14 여기서 버티려면 기계들의 흐름을 읽어야 했다. 그 흐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정확한 대답을 하기 어려웠다. 서퍼가 파도와 바람을 읽듯 도시 전체의 기운을 읽을 수 있는 감이 필요했다. --- p.16 “모양은 달라도 비슷한 구석이 있잖아. 그건 완전히 달랐어. 그건, 그건, 그러니까…….” 남자애는 울먹이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건 외계인이야.” --- p.30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상들은 ‘그것’의 모습을 예언한 것 같았다. 인간의 몸을 길게 잡아 늘인 것 같은 가늘고 긴 몸. 흑청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울퉁불퉁한 피부. --- p.39 별이가 우리에게 온 건 가시덤불2의 시간으로 38년 6월 19일 오후 5시쯤, 지구 그리니치 천문대 시간으로는 2069년 5월 24일 오후 1시 30분 무렵이었다. --- p.53 그런데 그런 그 사람 앞에 갑자기 에메랄드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외계인 아이가 나타난 것이다. 시시한 농담처럼. --- p.67 “하지만 그 아이 때문에 150명의 목숨이 위험하다면 전 그 아이를 버려야 합니다. 그 아이의 방문에 우리가 모르는 우주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도 리더로서 그래야 합니다. 그 아이는 인간이 아니니까요.” --- pp.136-137 “당시 지구인들도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을걸. 이성애자 여자나 동성애자 남자도 다양한 취향이 있었겠지. 문화나 인종의 장벽도 있었을 거고. 무엇보다 20세기 후반까지 할리우드에서는 인종 간 연애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걸 잊지 마.” --- p.183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링커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아 엄청나게 변화했어요. 그리고 그 변화는 무한의 가능성 안에서 더 빨라지겠지요. --- p.203 그게 왜 그렇게까지 중요했을까? 아무도 몰랐을 거야. 그냥 몇백 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겠지. 수많은 전통과 종교가 그렇게 유지돼. 처음엔 그럴싸한 이유가 있던 것들도 나중엔 그냥 습관이 되지. --- p.209 이게 이 이야기의 끝이야. 그리고 무든 이야기의 끝이 그렇듯 그건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기도 하지. --- p.220 두 종족이 만난다면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그 세계는 얼마나 다채롭고 아름다울까. --- p.239 아이는 눈을 감았고 곧 꿈도 없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p.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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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
2009년, 안양시에 사는 ‘찬미’와 ‘민정’은 로봇들에 점령당한 도시에서 도망자로 산다. 그들은 어느 날 남은 도망자들이 ‘그것’이라 부르며 두려워하던 존재와 마주치는데……. 「별이」 자코메티 사태 후 지구인들은 링커 우주에 속한 항성계로 산발적으로 이주했다. 한국인들이 옮겨 온 ‘가시덤불2’ 행성에 어느 날 정체모를 생명체가 착륙하고, 지구인 아이 ‘수인’은 그에게 ‘별이’라는 이름을 준다. 「나나의 테크니컬러 유니버스」 라바스쿠르-2 행성에서 온 ‘나나’는 새로운 행성 카후엥가에서 영화배우를 권유받는다. 나나는 지금까지 자신이 거쳐 온 행성들에서 어떤 생명체들을 만났는지 영화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아임」 옛날 옛적, 어느 행성에 지구인의 유전자가 남았다는 이유로 공주가 된 ‘아임’은 누명을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된다.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아임은 낡은 오두막에서 한 노인을 마주하는데……. 「임라이와 거인들」 작디작은 ‘임라이’는 거인들의 행성에서 거인이 기르는 동물처럼 자란다. 작은 손을 가진 임라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자 임라이를 두고 분쟁이 일어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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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우리는 이곳을 떠나는 거야.”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인간은 유일한 존재인가? 첫 번째 이야기 「자코메티」의 배경은 2000년대 경기도 안양시다. 수개월 전, 지구에 상륙한 우주선이 토해 낸 로봇들은 마치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듯 군다. ‘찬미’와 ‘민정’은 텅 비어 버린 도시 안양에서 이리저리 도망치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몇 달간의 경험으로 외계 물질, 즉 로봇들 사이에서 무사히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 그렇지만 이 몇 달의 경험은 또 다른 통찰을 선사하는데, 외계 물질들은 단순히 지구를 멸망시키거나 살육을 즐기는 게 아니라 어떤 목적이 있고 특정한 규칙을 지키며 행동한다는 것이다. 로봇들은,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외계 물질 ‘그것’은 과연 지적 생명체인가? 혹은 프로그래밍된 개체일 뿐일까?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인간의 사고로는 알 수 없는 이유, 거대한 우주의 규칙과 작동 원리를 알기 위해 찬미와 민정이 움직인다. “(…)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난 무조건 앞으로 가야 해.” 48면 “그 아이는 인간이 아니니까요.” 아름답고 작은 생명체가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시간을 달려 지구 달력으로 2069년, 일부 한국 출신 지구인들은 이제 누구나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한 ‘링커 유니버스’의 가시덤불2 행성에 자리 잡았다. 「자코메티」에서 조우한 외계 로봇들, 즉 ‘기네스’ ‘쿠퍼’ ‘올리비에’ ‘웨인’도 함께 이 행성에 존재하지만 찬미와 민정 같은 이들이 끝없이 고민했던 탓인지 인간은 이미 로봇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고 공존하고 있다. 인간 마을과 로봇 사이 나름의 평화를 누리며 살고 있던 어느 날, 상자를 실은 우주선 하나가 가시덤불 행성에 떨어진다. 상자에서는 에메랄드빛 몸체를 가진 작은 생명체가 나오는데, 지구인들은 당황을 감출 수 없다. 인간의 미적 기준이 이미 흐트러져 버린 시점에 나타난 아이가 인간이 보았을 때 아름다웠던 것이다. 가시덤불의 유일한 어린이인 ‘수인’은 이 아이에게 ‘별이’라는 이름을 주고 순식간에 별이와 어울린다. 별이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언어와 몸짓, 일견 기묘해 보이는 소통 방식을 목격한 어른들의 수심이 점점 깊어 가는 것을 뒤로 한 채. “저 애한테 뭐가 정상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죠?” 91면 고민은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별이가 여자아이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 눈에는 정말로 예쁜 여자아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편견 때문인지도 모른다. 94면 그리하여 우리는 얼마나 작은 세계에 스스로를 욱여넣은 채 살고 있는가 또다시 미래로 발걸음을 디뎌 「나나의 테크니컬러 유니버스」에서는 카후엥가 행성에 도착한 나나를 비춘다. 카후엥가는 과거 지구에서 상영했던 영화나 뮤지컬을 계속해서 리메이크하는 행성으로, 지구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면 곧바로 영화배우가 될 수밖에 없는 행성이다. 나나가 영화를 찍고 시나리오를 쓰며 관계자들과 나누는 긴 대화를 통해 「나나의 테크니컬러 유니버스」까지 간 세상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그리하여 단일한 종족으로 이뤄졌던 지구는 얼마나 단색이었는지 눈치 챌 수 있다. 「아임」과 「임라이와 거인들」에 이르러서는 이제 시간대조차 알 수 없다. ‘인간’이라는 개념마저 희미해진 미래에 수없이 많은 종족들이 서로를 사랑하거나 반목하며 여행할 뿐이다. 듀나의 세계로 뛰어들면 언제나 거대한 자연 앞에 내던져진 기분을 피할 수 없다. 그의 세상은 언제나 대자연처럼 압도적으로 아름다우나, 거칠고 자비가 없으며 ‘나’라는 개인이 쉽게 지워지는 곳이다. 자연의 섭리로 돌아가는 곳에서는 개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이라고 여겼던 외피들이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나’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너질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다섯 편의 연작소설은 자신을 둘러싼 채 견고하게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던 작은 세계에서 깨어나고, 의심의 여지 없이 믿어 왔던 가치 판단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를 얻기를 제안한다. 그리하여 개인은 보잘것없어짐과 동시에 누구보다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소한 논쟁으로 세상은 언제나 시끄럽다. 듀나는 그에 답하듯 ‘이런 것도 가능하다’며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세계를 내어 놓는다. 『별이가 우리에게 왔을 때』는 얼어붙은 편견과 닫혀 있던 사고를 깨는 도끼가 될 작품이다.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모든 건 변하고 잊혀요. 우리가 불변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세웠다가 넘어지는 연필처럼 불안한 무언가예요. 203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