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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부고
죽음의 불공평성을 마주한 뒤 비로소 전하는 느린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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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작하며: 미처 몰랐던 보통 삶의 비범한 희망

생면부지인 남을 구하려 목숨을 던졌다, “다시 돌아와도 또 도울 사람”
故 곽한길 의사자(1975~2024)

작곡가를 꿈꾼 택배기사, ‘어느 나라에서도 안 하는 노동’을 했다
故 정슬기 택배노동자(1983~2024)

모든 게 무너진 뒤, 소소는 ‘열무와 알타리’를 그렸다
故 이유영 웹툰 작가(1983~2024)

“뭐 이런 애들이 다 있어?”, 놀란 신부님은 아이들의 ‘대장’이 됐다
故 윤병훈 신부·양업고 설립자(1950~2024)

동심으로 생명을 노래하던 시인, 제자들 배웅을 받으며 별이 되다
故 최춘해 아동문학 작가(1932~2025)

무덤 파던 ‘그 여자’, 편견과 사납게 싸우고, 우아하게 눈을 감다
故 이난영 첫 여성 고고학자·국립박물관장(1934~2024)

성매매 여성 쉼터 지킨 푸른 눈의 수녀, 외롭던 골목에 삶의 빛 안기다
故 문애현 요안나 메리놀수녀회 수녀(1930~2024)

가출 그리고 탈출, 꽃 피는 봄, 약속대로 아빠가 돌아왔다
故 김진수 탈시설 장애인 활동가(1950~2024)

호스 들고 불길 뛰어든 구급대원, 그는 늘 가족과 친구를 지켰다
故 임성철 소방장(1994~2023)

탐사보도에 목말랐던 서른 살 기자, 불길 속에 질문을 남기고 떠났다
故 김애린 KBS 광주방송총국 기자(1994~2024)

맺으며:
서성거리는 사람들__이서현
여전히 그를 모른다__손영하
작은 최선의 기록__김혜영

저자 소개 3

한국일보 기자. 언어학·언론정보학을 공부했다. 2009년 입사 후 사회부, 정책사회부, 문화부, 정치부, 기획취재부 등에서 일했다. 사람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쓸 때 두근거린다. 작은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기록자로 살고 싶다. 동료들과 『전관예우 비밀해제』, 『민간인 사찰과 그의 주인』, 『디어 마더』, 『유예된 죽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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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 2017년 입사 후 여러 부서를 거쳐 현재 산업부에서 일하고 있다. 매일 취재하고 기사 쓰는 삶을 반복하다가, 엑설런스랩(기획취재부)에서 긴 호흡으로 취재할 기회를 얻었다. 그때 쓴 기사를 바탕으로 단행본 『방치된 믿음』, 『유예된 죽음』 집필에 참여했다. 쉽게 쓰이지 않지만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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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 2022년 입사 후 사회부 사건팀과 엑설런스랩을 거쳐 현재 사회부 법조팀에서 일하고 있다. 좋은 선배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말하기보다 먼저 듣는 기자,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기자보단 한 사람의 기억 속에 평생 남는 기자가 되기 위해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치된 믿음』, 『유예된 죽음』 집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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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12g | 130*200*14mm
ISBN13
9791187572565

책 속으로

‘죽음은 공평하다’는 말은 틀렸다. 누구나 생명을 잃는다는 얕은 사실을 걷어내면, 별세의 순간은 저마다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어떤 이별은 축복 속에 천천히 오고, 어떤 사망은 예고 없이 닥친다. 마지막은 언제나 선택적으로 기억된다.
---p.5

인간은 무엇인가. 왜 남을 도울까. 누구에게 사랑받고, 누구를 사랑하는가. 이별은 어떻게 애도하는가. 넘치는 절망 속에서 그들은 왜 희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가. 시작 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고의 가치를 스스로도 다시 배우고 절감했다.
---p.10

여수. 그래, 열일곱 살 한길씨를 처음 만난 건 전남 여수였다. 친구 소개로 처음 본 날, 184센티미터의 큰 키로 걸어오는 모습에 그는 생각했다. ‘남자도 저리 예쁘게 웃는구나.’
---p.21

“버려진 애들을, 상처 있는 애들을 지나치지 못하네. 외로웠던 걸까.” 소소의 품에 안긴 고양이들을 볼 때면 소영은 그리 생각했다.
---p.69

아픔이 일상을 사정없이 할퀴고 있었지만, 소소는 버텨냈다. 작은 변화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자신을 독려했다. 열이 펄펄 끓던 날, 열무의 첫 뒤집기에 기뻐하면서. 지친 엄마일지라도 미소를 지어주는 알타리에게 감사하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시간을’ 버티고 버텼다._
---p.74

별세하기 전 고인은 학교의 인기가 많아지는 게 고민이었다. 입학 희망자가 늘어 재학 의지가 강한 이들을 추리다 보니, 정말 거칠고 아픈 아이들을 품을 수 없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고인은 생전에 후임자인 장홍훈 교장 신부에게 연신 당부했다고 했다. “우리는 더 어려운 학생들을 입학시켜야 해요. 항상 더 힘들고, 더 어렵고, 더 사랑이 절실한 친구들을 받아주세요.”
---p.108

“안 힘드셨어요?” 이난영 관장 곁을 지켜온 사람들은 단 한 번도 그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숱하게 마음에 흉터가 남았을 터인데, 그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모습만 남겼다. 누구도 그의 눈물을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항상 침묵을 지켰다.
---p.148

“약도 병상도 부족했어요. 정말 위급한 환자가 아니면 돌려보내야 했는데, 지금도 마음이 아파요. 아이를 업고 왔던 엄마가 다음 날 안 오면 ‘왜 안 올까?’ 종일 걱정됐어요.” 고인은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p.159

“너무 애처롭게 바라보거나 심각하지는 않았어요. 문수녀 님이 활짝 웃는 얼굴로 들어서면 모든 게 괜찮은 것 같기도 했어요.”
---p.167

목포대 미술학과 83학번 캠퍼스 커플의 작고 여린 딸은 클수록 빛을 냈다. 한복을 입은 어린 애린이 모델이 돼주면, 모친 임작가는 딸을 닮은 조각상을 빚었다. 나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살가운 성격에 착하고 부지런해 학교에서도 사랑받는 친구, 제자였다.

---p.223

출판사 리뷰

· ‘부고’에 대한 고민

죽음에 관한 사회적 기록인 ‘부고’가 반드시 유명인의 전유물이어야 할까. 기록에서 배제돼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 또한 복원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선의와 열정에 마음이 움직여 또 다른 선의와 열정이 생겨나고, 그런 누군가의 노력이 조금씩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꿔나가는 길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그렇게 사회적 기억의 불균형을 바로잡다 보면 인간의 존엄을 새롭게 묻게 될 것이다. 어쩌면 “죽음의 민주화를 실천”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가신 이의 삶과 그 곁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남아 있을까. 별세, 그 너머에 살아 숨 쉬는 발자취. 고인을 기리는 기억을 돌아보다 보면 눈부시지 않았던 날도, 헛된 생도 없었다. 우리 곁에 머물렀던 보통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죽음조차 앗아갈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알면 알수록 고인들의 삶 장면 장면은 꼭 내 이야기, 우리 이야기 같았다. ‘사람’ 이야기. “고인의 흔적들과 내 마음이 맞닿는 것 같아 울컥했다. 그렇게 열 편의 느린 부고가 틈틈이 완성돼갔다.”

꼭 굵직한 업적·직위·비전만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니니까.
그가 남긴 건 그저 곁을 내어준 하루하루였다.

· 부고 쓰기의 어려움

이 길이 맞을까, 고민이 꼬리를 물었다. 글이 이렇게 뜨거워도 되는가. 글이 이렇게 눈물로 축축해도 되는가. 생각할수록 그의 온 생애가 궁금해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은 이름이었다. 한 시민의 사망 기사나 부고를 들고 전국을 헤맸다. 생애를 이룬 결정적 장면과 결정적 증인을 수소문해 묻고 기록했다. 진심을 담아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보는 글쓰기로서 부고.

“인간은 무엇인가. 왜 남을 도울까. 누구에게 사랑받고, 누구를 사랑하는가. 이별은 어떻게 애도하는가. 넘치는 절망 속에서 그들은 왜 희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가.” 그런 질문으로 점철된 부고는 가치 있는 삶의 본질을 시사하는 인생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김없이, 무명 시민의 죽음 곁에서 맞닥뜨리는 ‘죽음의 불공평성.’ 왜 하늘은 이리도 일찍, 그를 데려갔는가.

한 사람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하려면 어디까지 듣고, 어디에서 멈춰야 할까. 그의 지인 몇 명을 만나야 할까. 그것도 그의 일부분에 대해서가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글을 써야 한다면. 글을 쓰는 동안 이런 질문이 반복해 떠올랐다. “처음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기억을 종합해서 쓰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인간은 입체적이고 기억은 불완전했다. 핵심이 빠진 부고를 써서 고인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이쯤 하면 다 아는 것 같은데’ 하고 마감하려는 순간, 고인의 일기장을 소중히 간직해온 뜻밖의 동료를 만난 적도 있었다. “결국 제삼자의 기억과 과거 기록에 의존한 부고 쓰기는 삶의 완전한 재현이 아니라 ‘여러 버전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버전이 완전히 엇나가지는 않도록, 남겨진 이야기를 촘촘히 건져 면밀히 우선순위를 정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가능한 한 조심스럽게 쓰는 것뿐이었다.”

· 저자의 말

이 단행본도 고인을 기리는 동시에, 고인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덧칠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 담긴 이들 중 누군가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있다면 ‘저자들은 미처 담지 못했지만 사실 이런 모습도 있었다’고 되새겨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당신의 기억 한 줄이 이 부고의 빈칸을 채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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