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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1 ] 갈피를 잃었다-연명의료를 둘러싼 풍경들 연명의료 죽음의 풍경 연명의료 중단의 이상, 임종의 현실 연명의료 선택의 무게 인터뷰 1 박형욱 단국대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인터뷰 2 신현호 해울 대표변호사 [ 2 ] 마음이 흩어졌다-현장에서 마주하는 환자, 의료진의 딜레마 연명의료 현장의 갈등과 충돌 소외된 외국인과 무연고자의 권리 연명의료 앞에서 의사들은 왜 망설이는가 인터뷰 3 문재영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 3 ] 빈틈에서 헤맸다-연명의료결정의 제도적 문제들 개인의 몫이 된 고통 연명의료 중단, 그 후의 빈칸 설명 없는 연명의료 시한폭탄 같은 공용윤리위원회 인터뷰 4 배현정 전진상의원 원장 인터뷰 5 박중철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 교수 [ 4 ] 존엄한 작별이란 죽는 약 구해 달라던 아빠와 떠난 마지막 소풍 인터뷰 6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공동대표 맺으며: 세 필자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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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료, 계속하고 싶어?”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도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구나. 하지만 단어만 바꿔서 같은 질문을 던지자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바뀌었나, 아니면 의식이 명료하지 않나. 알 길이 없었다. 이날 시아버지가 연명의료 중단을 마음먹고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오지 않았다. 가족 전원 합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 p.23 제도 도입 전 병원에선 DNR(Do Not Resuscitate·심폐소생술 금지)이란 병원 자체 서식을 활용해 왔다. 언뜻 연명의료결정과 유사해 보이지만, 법적 근거는 없다. 이행절차가 단순하고 담당 의사와 환자 가족 간 합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임종 직전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 주로 작성하곤 했다. 반면 연명의료계획서는 의사 확인, 환자의 의사 표시 혹은 가족 전원 합의 등 절차가 복잡하다. 유 교수는 “‘우리 이 치료 하지 맙시다’라고 얘기만 하면 됐던 절차가 꽤나 복잡해진 것”이라며 “익숙하지 않은 의료진은 여전히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이행을 잘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 p.72 혜영 씨는 끝이 이럴 줄 정말 몰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었지만, 병원은 계속 보호자 의견을 물었다. 가족이 모여 결정을 뒤집었지만, 제대로 정확히 설명해 주지도 않았다. 법은 분명 가족 전원이 합의할 경우 철회, 변경, 중단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땐 그 사실을 몰랐다. 따지고 보면 모두의 잘못이다. 혜영 씨는 여전히 후회 중이다. 중환자실에서 보랏빛으로 변해 퉁퉁 부은 얼굴로 아빠는 얼마나 아팠을까. --- p.117~118 환자나 보호자가 원해도 연명의료 유보·중단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은 전국을 통틀어 491곳에 불과하다. 그만큼 제도 진입(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설치)을 하지 않은 병원이 많다는 얘기다. 얼마 없는 윤리위원회도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돼 있다. 종합병원에서는 66.7%, 요양병원에서는 12.4%에서만 존엄한 마지막 선택이 가능하다 --- p.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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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고 밝혀 두었어도,
결정은 환자 손을 떠난다 “지금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으면 한두 시간 안에 돌아가실 수 있어요.” 책에는 연명의료를 둘러싼 실제 풍경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말기 환자의 가족이 응급실에서 몇 분 안에 결정을 강요받는 장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족 간 의견이 갈리는 상황, 연명의료가 시작되고 뒤늦은 후회까지. 죽음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완결되지 않고 가족에게, 의료진에게, 제도의 빈틈으로 흘러든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었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의향서는 임종과정 진입이 공식 확인된 이후에야 효력을 발휘하는데, 그 판단을 내리는 것 자체가 의사에게 법적, 윤리적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도 병원은 가족에게 의사를 묻는다. 환자의 의사는 현실에서 쉽게 무력화되고 가족 전원의 합의를 요구하는 조항은 자주 벽이 된다. 가족 간 갈등은 임종의 자리를 법적 분쟁의 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연명의료를 중단한 이후의 공백도 심각하다. 치료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지만 환자가 마지막을 보낼 호스피스 병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외국인과 무연고자는 애초에 제도의 바깥으로 밀려나 있고, 제도적 갈등을 조율해야 할 공용윤리위원회는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제 기능을 못 한 채 시한폭탄처럼 방치되고 있다. 저자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 괴리를 보여주고, 제도의 설계와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를 분석한다. 나아가 연명의료결정법이 왜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에 있는 법적, 윤리적 논쟁을 짚고 해외 제도와의 비교를 통해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현장의 목소리, 여섯 전문가의 대답 이 책은 현장에서 마주한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으면서 예방의학 전문의, 변호사, 중환자의학과 교수이자 임상의료 윤리 연구자, 호스피스 병동 의료진, 웰다잉 활동가 등 여섯 명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제도의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 이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느낀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존엄한 죽음이 제도 안에서 실천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를 짚는다. 우리가 바라는 이별은 어떤 모습일까. 죽음은 모두에게 예외 없이 찾아오는 문제이고 삶의 끝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는 누구에게나 닿는 질문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존엄한 죽음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 책이 그 빈칸을 채워가는 데 첫문장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