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문턱
인증 숫자 권력 차별 경고 확산 볕 |
희석의 다른 상품
|
안녕하세요 이 책의 저자입니다.
2026-06-25
안녕하세요, 이 책을 쓴 희석 작가입니다. 이런 코멘트는 처음 써보네요. 이 책은 제가 2025년에 실제로 한 아파트 단지에 월세로 살기 시작하며 마주한 풍경들을 소설로 재구성하여 완성했습니다.
임대동, 자가동 나눈다는 이야기는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접해봤을 뿐, 실제로 제가 겪을 줄은 몰랐습니다. 여러 충격을 받던 중에 "이걸 소설로 써볼까?" 생각하며 기획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최근 K-ART 청년 창작자 지원 사업에 이 소설이 당선되어, 약간의 후원과 지원을 받았습니다. 부디 독자님께 여러 질문을 남기는 소설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전설의 아파트 입주를 환영하며!
희석 드림
|
|
순간 안경에 김이 훅 서렸다. 깜짝 놀라 안경을 벗고 김 서린 렌즈를 닦았다. 이해가 안 됐다. 종일 집을 비웠다가 방금 열었는데 왜? 심지어 보일러를 틀어놓은 상태도 아니었다. 맑은 안경을 다시 눈에 얹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베란다로 들어오는 정오의 햇살이었다.
--- p.18 나는 내 삶보다 유원의 삶이 평화롭고 편안하길 바랐고, 유원은 내가 내 삶을 조금 더 먼저 챙기길 바랐다. 동등한 사랑을 공평하게 주고받는 것이란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우리는 함께 살며 더욱 자주 깨닫고 있었다. --- p.24 이름이 묘하게 입에 붙지 않았다. 노블라운지. ‘노블(noble)’과 ‘라운지(lounge)’의 합성. 보통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 계급성에 도달하지 못할수록 계급을 상징하는 단어에 집착한다. 노블라운지도 어쩐지 비슷해 보인다. 우아하고 고결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가장 얄팍한 공간이 아닐까 걱정된다. --- p.36 소위 자가동 사람들은 자신의 거주지가 임대가 아닌 자가 소유라는 이유로, 자가동들이 레전드 단지의 부동산 시세를 올려주고 있다는 이유로, 임대동은 오히려 레전드 이미지만 손상시키는 눈엣가시라는 이유로 관리비 차이가 당연하다고 여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버린 셈이다. --- p.73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단지 안의 행정 권한을 다 쥐고 있다. 단지 안에서 어떤 사업을 할지, 어떤 행사를 열지, 어떤 외부 손님을 단지 안으로 들일지를 사실상 결정하는 자리다. 명목상으로는 입주민의 대표지만, 실제로는 단지 안 여론을 좌우할 수 있는 행정·정보의 통로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 p.109 “그쪽 사람들은 이걸 뭐랄까... 누굴 멸시하는 단어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거 같더라고요. 그게 더 무섭죠. 어른들이 부끄러워하면 애들은 안 따라 해요. 어른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애들이 그대로 밖에서 써요.” --- p.134 정치인은 약속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사람이며, 유권자는 그 약속에 대한 믿음을 표로 보내는 사람들이다. 결국, 유원이 속한 정당, 보수적인 지역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진보 정당은 시민들에게 약속을 담보로 표도, 믿음도 받을 수 없다. --- p.136 차별은 대물림된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차별의 말을 내뱉는 어른 밑에서 자라는 어린이는, 어른에 맞먹거나 더 심한 차별주의자로 성장할 위험이 다분하다. 가정 바깥에서, 학교에서 올바른 지도를 받더라도 집으로 돌아오면 무용해진다. 학교에서 따끔하게 지도받은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서 울면, 그 말을 가르쳤던 보호자는 되레 학교에 항의하는 게 일상이 됐다. --- p.224 |
|
원룸, 투룸, 빌라 등으로 옮기다 마침내 대단지 아파트에 살게 된 은환과 유원. 따뜻한 남향집이라는 사실 하나에 마음이 기울어 이사했지만, 아파트만의 기이한 문화와 시스템에 의문을 품는다. 동 번호가 계급이 되는 곳, 부동산 시세만 지킬 수 있다면 체면 따위 중요하지 않은 곳에서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지역 정계까지 건드리게 되는데…
|
|
차별이 세습되는 곳, 한성 파크빌리지 레전드
- 희석 작가 장편소설 『전설의 아파트』 출간 - 가장 일상적인 곳을 배경으로 펼치는 가장 첨예한 균열 - 차별, 계급, 지역 정치 등 르포에 가깝게 해부하는 리얼리즘 소설 · 동 번호가 계급이 되는 곳 원룸에서 투룸으로, 빌라로 옮겨 다니다 마침내 3천 세대 대단지 ‘한성 파크빌리지 레전드’에 월세살이를 시작한 은환과 유원. 따뜻한 남향집이라는 사실 하나에 마음이 기울어 이사했지만 두 사람은 곧 이 단지만의 기이한 문화와 마주한다. 자가동과 임대동을 가르는 선, 같은 평수인데 동마다 다른 관리비, 입주민 카뮤니티 앱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비판 댓글들. 장편소설 『전설의 아파트』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풍경 속에서 가장 첨예한 균열을 읽어낸다. · 익숙해서 더 서늘한 아파트 커뮤니티 『전설의 아파트』의 현실감은 상당 부분 ‘노블라운지’라는, 온라인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에서 가지고 온다. 입주민 인증 마크가 발언의 무게를 가르고, ‘추천해요’가 쌓인 글이 곧 단지의 여론이 되며, 불편한 댓글은 어느새 사라진다. 아파트 커뮤니티 앱이나 카페를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 독자라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작가는 이 익숙한 공간을 과장하지도, 악마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가 매일 무심히 스크롤하던 그 말들이 실은 얼마나 촘촘한 위계의 언어였는지를, 한 발 떨어져 보여줄 뿐이다. · 권력은 어떻게 단지를 장악하는가 『전설의 아파트』의 또 다른 힘은 권력 작동 방식을 르포에 가깝게 해부한다는 데 있다. 관리비라는 일상의 숫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쥔 행정 권한, 그 권한을 매개로 단지와 구청과 건설사가 한 몸이 되는 구조, 그리고 선거를 둘러싼 정교한 합법과 위법의 경계 등. 희석 작가는 이 모두를 손에 잡힐 듯 구체적으로 그리며 하나의 정치적 텍스트로 만든다. ·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이 소설이 끝내 가리키는 것은 차별 세습이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차별의 말을 내뱉는 어른 밑에서 자란 아이는 그 말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동 번호로 사람을 가르는 일은 한 세대에서 멈추지 않은 채 다음 세대의 입을 빌려 더 멀리 번진다. 그러나 『전설의 아파트』는 손쉬운 분노도, 후련한 응징도 건네지 않는다. 누군가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빠져나가며, 단지는 그대로 다음 계절을 맞는다. 작가가 끝내 우리 앞에 남기는 것은 통쾌함이 아니라 질문이다.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닌가. 동 번호를, 평수를, 시세를 단 한 번도 사람의 척도로 삼은 적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소설 속 안덕수, 한동준, 서형섭 등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지 않았는지, 작가는 『전설의 아파트』를 통해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