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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뉴스도 거짓말을 한다 정치를 말하지 마 가족과 지역이라는 질서 되고자 하는 마음 2016년과 2017년 선택, 소수, 현실 미디어가 정치를 만든다 출판은 정치적인가 남고자 하는 마음 일단 계속, 민주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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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어쩐지’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그를 평가했다. 전교조가 실제로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어떤 성명을 내는지 찾아볼 의향은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 그런 걸 찾아보거나 알아보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로 인식됐고, 이는 곧 ‘학생은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위배되는 행동이었다.
기성세대들이 ‘청년 세대가 왜 정치에 이토록 관심이 없나’ 하는 한탄을 볼 때면 그 원인이 바로 당신이라고 지목하고 싶다. 입 다물고 조용히 크라고 윽박질러 놓고 이제 와서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 운운하는 건 매우 못된 심보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부산에서 나고 자란 많은 청년층이 부산에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길 희망했다. 물론 ‘먹고 살 수 있을 만한 일자리’가 있다는 전제가 필수였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진부해질 만큼 서울 중심으로 기울어진 국가에서는 애초에 성립 불가능한 전제였지만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정치적이지만, 출판사는 특히나 정치적이다. 이 주장에 반대하는 출판인이나 창작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특정 누군가의 관점이나 안목을 텍스트로 만들고, 그걸 인쇄해서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세상에 발표하여 불특정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과정은 너무나 정치적이다. 내 수첩, 내 다이어리, 내 드라이브 안에만 보관하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에게 가닿는 이야기로 전환했다는 사실이 정치와 멀다고 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회복시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고민의 해결책이 조그맣게라도 나오면 시도해 보는 것.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확보해 달라고 계속 외치는 것. 누군가 목소리를 더해 달라거나 손을 잡아 달라고 요청하면 과거보다 덜 망설이는 것. 이 과정들을 두고 시시하다거나 뻔하다거나 저래서 뭘 바꾸겠냐고 비웃지 않는 것.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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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의 밤부터 뉴스와 투표, 가족과 지역, 출판까지
한 시민의 삶을 통과해 다시 묻는 민주주의 책은 「2024년 12월 3일」에서 시작한다. 평범했던 하루가 비상계엄 선포로 뒤집히고,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던 밤이다. 저자는 이 사건을 거대한 정치적 서사로 다루기보다, 한 사람의 일상에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들이닥치는지 되짚는다. 정치를 외면하거나 미뤄 둘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어느 순간 정치의 한가운데 놓일 수 있다. 민주주의가 추상적인 제도가 아니라 우리의 하루를 지탱하는 현실임을 우리 모두가 이날을 통해 자각한 바 있다. 이후 「뉴스도 거짓말을 한다」와 「가족과 지역이라는 질서」를 통해 우리가 정치적 판단을 형성하는 과정을 살핀다. 무엇을 보고 믿는지, 가까운 사람들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왜 어려운지, 태어난 지역과 가족의 분위기가 개인의 선택에 얼마나 오래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신의 경험에서 풀어낸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오래된 규칙 뒤에는 갈등을 피하려는 마음뿐 아니라 기존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압력도 숨어 있다. 「2016년과 2017년」에서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냈던 시간을 돌아본다. 그러나 한 번의 승리가 민주주의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는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 지켜 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실망과 후퇴까지 견디며 반복해서 선택해야 하는 과정이다. 이 책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정치와 미디어, 출판의 관계다. 「선택, 소수, 현실」 「미디어가 정치를 만든다」 「출판은 정치적인가」에서 저자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가 누구의 선택을 거쳐 전달되는지 묻는다. 뉴스는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투명한 창이 아니며, 출판 역시 정치와 무관한 중립 지대일 수 없다. 무엇을 보도하고 어떤 목소리를 책으로 남길 것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다루고 무엇을 제외할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 이미 정치적 선택이 개입된다.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저자의 경험은 이 질문을 구체적인 노동과 현실의 문제로 끌어온다. 마지막 글 「일단 계속, 민주주의」에서 저자는 거창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작고 제한적이다. 그래도 뉴스를 의심하며 읽고, 투표하고,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순간 광장에 나가며, 무엇을 바꾸겠다는 사람을 비웃지 않는 일은 가능하다. 혼자서는 작아 보이는 행동도 수많은 시민의 행동과 만날 때 현실을 움직인다. 『열심은 아닌데 진심, 민주주의』는 정치에 능숙한 사람보다 정치 이야기가 어렵고 피곤한 사람, 정치 앞에서 자주 망설이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 열성적인 활동가가 아니어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완벽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아도 질문을 계속할 수 있다. 이 책이 말하는 ‘진심’은 뜨거운 구호가 아니라, 고꾸라지더라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끈질긴 태도다. · 구픽의 ‘진심’ 시리즈 ‘진심 시리즈’는 한 사람이 오랫동안 좋아하고 고민하며 지속해 온 대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 소형 에세이 시리즈다. 구픽의 기존 에세이 시리즈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가 하나의 세계를 깊이 파고드는 책이라면, ‘진심 시리즈’는 제목처럼 조금 더 가볍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담는다. 전문가의 해설이나 대단한 성취보다는, 열심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멋쩍지만 쉽게 그만두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진심에 주목한다. 첫 책 『열심은 아닌데 진심, 민주주의』를 시작으로 야구, 씨네필, 1인 출판, 펜화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