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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
희석
발코니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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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1장: 기본 정체성 ]

한국 남자로 시작하기
서울, 서울, 또 서울
학벌주의 찬양하기
부동산에 영혼 걸기
노동력 착취로 조상 섬기기

[ 2장: 삶을 대하는 태도 ]

장애인을 외면하기
성차별에 찬성하기
노 키즈 존 운영하기
성소수자 배척하기
비건을 유별나게 보기
인종차별에 함께하기

[ 3장: 환장의 나라, 한국 ]

보행자보다 운전자
공정과 팩트에 집착하기
무책임한 나라
집권하기

저자 소개 1

주민등록상 이름은 ‘안희석’이지만, 태어나자마자 강제로 부여받은 부계의 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에 행정 서류가 아닌 곳에는 ‘희석’만 쓰고 있다. 신문사와 시청과 기업과 정당 등에서 글을 쓰며 생활비를 벌었고, 이제는 이 책의 발행처인 독립출판사 ‘발코니’를 운영한다. 『권력냠냠』, 『우리는 절망에 익숙해서』,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 등을 썼고, 『1인 출판사의 슬픔과 기쁨』, 『로컬 라이프 트렌드』 등에 공저로 참여했다. 매주 금요일 아침 8시, 이메일로 「희석된 일주일」을 발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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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00쪽 | 110*180*7mm
ISBN13
9791192159096

책 속으로

이 책은 우주를 여행하는 비(非)지구인이 지구 속 한국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략)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할 ‘보통의 한국인’이란, ‘한국에 거주하는 중장년 남성’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남성이라는 성별에 권력이 편중된 국가다. 남성 집단을 생애주기별로 유소년, 청년, 중장년, 노년 등으로 나눴을 때 ‘중장년’에 해당하는 남성일수록 성권력이 막강하다. 한국 사회 고위직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으므로, 그들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아야 우주 여행자 당신도 보통의 한국인이 될 수 있다.
---「서문」중에서

직업을 가지려면 특정 기업에 취직해야 한다. 직업군은 정말 다양하며,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직업군은 천차만별이지만, 전 직업군에서 우대하는 사항이 있다. 바로 ‘한국 남성’이어야 할 것. 남성이 여성에 비해 일을 더 잘한다는 객관적인 증명도 없고, 남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도 아닌데 모든 직업군에서 한국 남성을 선호한다. 선호가 아니라 사랑하는 수준이다.
---「한국 남자로 시작하기」중에서

실제로 한국 보수 정당의 한 국회의원은 “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중 정신질환자가 많이 나온다”라는 말을 사석이 아닌 공석에서 발설하기도 했다. 이 국회의원이라는 존재는 시민의 호감도에 따라 밥줄이 결정된다. 그런 사람이 ‘정신질환자’를 운운하며 무주택자 비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무얼 뜻하겠는가. 그 발언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 확신 속에 오는 안정감이 밑바탕에 깔려있을 것이다.
---「부동산에 영혼 걸기」중에서

한국에는 ‘성평등’, ‘페미니즘’, ‘여성인권’을 입에 올리는 순간 자료와 근거에 기반한 토론이 아니라 드잡이와 우기기로 밀어붙이는 사람들, 아니 남자들이 너무나 많다. 논의 자체가 진전되지 않으니 설득의 기회도 없는 셈이다. 차라리 돌을 인간으로 만드는 게 나을 수준이다.
---「성차별에 찬성하기」중에서

한국에서는 이 영유아기 지구인, 즉 어린이의 입장을 거부하는 오프라인 매장들이 있다. 표면적 명분은 매장 내 위험한 요소가 있어서라고 하지만, 그냥 매장 운영자들의 나태함과 이기심 때문에 어린이 입장을 막고 있다. ‘아동 거부 업소’라는 정확한 명칭도 쓰기 꺼려져서 ‘노 키즈 존’이라는 타 국가 언어를 빌려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노 키즈 존 운영하기」중에서

한국은 음주 운전자에게 관대하다. 알코올로 인해 판단 능력이 떨어진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행하는 게 자연스러운 나라다. 혹시나 검문이나 사고로 인해 발각된다 해도 초범이면 가볍게, 재범이면 약간 가볍게 처벌하고 끝난다. 보행자를 다치게 해도 아주 무거운 처벌은 내려지지 않는다. (중략) 우주 여행자 당신이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음주 운전자에게 피해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보행자보다 운전자」중에서

남성우월주의로 무장하고, 서울을 대한민국의 전부로 여기고, 학벌과 인맥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놓고 차별하고, 공정과 정의의 잣대를 기득권 남성 중심에 두고, 공동체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내 이익’만 열심히 추구하면 대통령 되기 어렵지 않다.

---「집권하기」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국은 당신이 그동안 겪었던 그 어느 곳보다 모순적인 나라로 기억될 것임을 보장한다.”

행성 밖 생명체가 모종의 이유로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떤 것들을 미리 알아야 할까? 성차별에 찬성하고 부동산에 인생을 배팅하는 한국이 그들 눈엔 어떻게 보일까? ‘지금’의 한국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과연 이곳은 살기 좋은 나라일까?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을 집필하기 전, 저자가 떠올린 질문들이다.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먼지보다 작은 한국. 이 작은 땅 위에서 매일 같이 환장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성차별과 지역 차별, 사회적 소수자 배제, 국가 통치 조직의 무책임 등 지금의 한국을 상징하는 것들은 온통 부끄러움뿐이다. 이런 한국에서 우주 여행자가 살아갈 방법들을 저자는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에 모두 기록했다.

가이드북은 우주 여행자에게 ‘보통의 한국인’으로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보통의 한국인’이란, 중장년 한국 남자들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가부장 국가 한국에서는 이들 시선에 어긋나지 않아야 우주 여행자라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보통의 한국인으로서 아무런 언쟁 없이 생활하고 싶다면 가급적 이 책의 지침을 따르자. 지침을 하나둘 따르다 보면 당신을 ‘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이가 없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당신이 노동 현장에서 해고되거나 소외되는 일, 특정 무리에서 배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4page

‘보통의 한국인’이 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성염색체를 XY로 선택한 뒤, 거주지는 서울로, 출신 대학은 서울대학교로 설정하면 모든 건 일사천리로 풀린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어 성차별에 찬성하고, 서울이 곧 대한민국이라 여기며, 장애인과 성소수자를 배척하면서 인종차별까지 더한다면 완벽하다고 말한다.

“보통의 한국인, 그중 가장 보통의 한국 남자가 된다는 건 결국, 한 사회의 괴물이 된다는 것과 같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괴물이 되어야 생존율이 높아진다. 우주 여행자 당신이 이 땅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안전이 보장된 채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려면 당신은 가장 보통의 한국 남자, 안전을 보장받은 괴물이 되어야 한다.” 53page

가이드북이 우주 여행자에게 이토록 한국의 부끄러움을 설명하는 이유는, 오늘날 한국이 각자도생 현장으로 몰락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다르다는 이유로 멸시받는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치열하게 기득권에 합류해야 한다.

“한국은 그야말로 각자도생 사회다. 우주 여행자 당신이 여기 한국에 얼마나 머물지 모르지만, 부디 머무르는 동안 스스로의 안위를 잘 챙겨야 한다. 현재의 통치 조직은 한국 국민을 보호할 의지도, 국가적 피해에 대한 위로의 의지도 없다.” 90page

당신이 진짜 우주 여행자라면 이 가이드북을 통해 이상하고 환장하는 나라 한국의 어두운 면을 미리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같은 지구인이자 한국인이라면 ‘그렇지, 이래야 한국이지’라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을 것이다. ‘보통의 한국인’에서 벗어난 사람이 비단 당신 혼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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