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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이희영
오리지널스 20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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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2부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같은 해 『너는 누구니』로 제1회 브릿G 로맨스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장편소설 『테스터 1』 『테스터 2』 『셰이커』 『나나』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소금 아이』 『베아』 『페이스』 『보통의 노을』 『챌린지 블루』 『BU 케어 보험』 『썸머썸머 베케이션』 등을 비롯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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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107*180*30mm
ISBN13
9791169087292

책 속으로

세상 누구보다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힘 있게 껴안아주었다. 그러나 이 모든 약속이 허공에 덧없이 사라지고 만 지금, 과연 누가 누구를 배신한 것인지, 처음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차가 계곡 아래로 추락해버렸는지, 아니면 그가 그곳으로 차를 밀어버렸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 p.12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낯선 것들이 익숙해지고 선명했던 기억들이 희미해지지만, 삶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들도 분명 존재했다. 시간의 조각칼이 영혼에 각인한 상처 같은 것.
--- p.18

그가 태어났을 때, 누군가는 두 손을 모아 세상 모든 신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러나 또 다른 이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탄식했다. 그의 탄생은 눈부신 빛과 그 너머 어둠을 함께 몰고 왔지만, 정작 세상에 태어난 그는 평화롭고 안온했다. 기억에서 사라진, 인생의 블랙아웃 같은 그의 유년 시절은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 속에 박제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진’이라 불렀고 어린 그도 순순히 그 이름을 받아들였다. ‘진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언제나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그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엄마나 아버지가 아니었다. 바로 누나였다. 그에게 누나란 삶이자 행복이며 자신이 속한 세상 전부였다. 광활한 우주였다.
--- p.32~33

“사랑하는 사람은 있지.”그것이 얼마나 아둔한 믿음이었는지 비로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문득 두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15년이라는 시간의 강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음을 체감했다.“진짜 사귀는 사람이 있어? 그럼 왜 엄마한테 얘기 안 했어?”“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누가 사귄다고 했니.”“뭐야. 지금 짝사랑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야?”단순한 농담인지 농담을 가장한 진심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 p.48

“봐봐. 여기를 뱀눈이라고 생각하면, 넥타이가 아니라 진짜 목에 뱀이 휘감긴 것 같지 않냐? 웃는 게 아니라 괴로워하는 표정이래.”설명을 들으니 제법 그럴듯하게 보였다. 물방울 무늬 넥타이가 뱀처럼 보였고 아저씨 캐릭터의 얼굴은 뱀에 휘감긴 채 고통으로 일그러진 모습같았다.“이거 알게 된 사람은 두 번 다시 넥타이로 안 보여. 처음으로 못 돌아간다는 거지.”
--- p.91

“지극히 담백하고 깔끔한 관계.”과연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웠지만 뭐, 아무려면 어때 싶었다.“감정에 끈적이는 점성이 없잖아.”덕분에 쉽게 떨어질 수 있고 편안한 거리감이 있는 관계가 좋았다. 서로의 감정이 뒤섞이면 좀처럼 강한 점성에 떨어지기 힘들어서 억지로 떼어냈을 때 상처가 남는, 너무 강한 자기장에 멀리 떨어뜨려 놓아도 기어코 서로에게 향하는 관계가 싫었다. 언제든 떨어질 수 있기에 오히려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이 둘의 안정된 거리감이 나는 미친 듯이 부러웠다.“그게 좋아서 나도 이 관계에 속하고 싶은가 봐.”
--- p.126~127

사람의 과거는 하나의 문이고 밖에서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열쇠는 없다. 반드시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 안에서 문을 열어주어야만 간신히 엿볼 수 있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새벽 조용히 거실로 나온 그가 장식장 맨 아래 서랍을 열었다. 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오래된 가게 장부들을 차례로 꺼내자 서랍 밑바닥에 엄마가 보여준 바로 그 과거가 놓여 있었다. 그가 낡은 앨범을 품에 안은 채 발끝을 세워 조심히 방으로 돌아왔다.
--- p.178~179

“그래, 맞아.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상대가 엄마가 아니었다면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을까?”“뭐를?”그의 질문에 K가 쓴웃음을 내비쳤다.“그냥 상대의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했으면 좋겠어. 그 바람은 아마 엄마니까 그런 거겠지? 그래서…….”.
--- p.213

“주인공은 누나의 여행이 불안했을 거야. 형이 동행했을까 두려웠겠지. 두 사람이 지금 어떤 관계로 묶여 있든 처음부터 명백한 타인이었으니까. 혹여 형의 사고가 반강제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거부하는 계기가 되고 두 사람이 지금까지의 관계를 벗어나려 분투한다면, 그 증거로 형이 회사에 없거나 휴가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주인공의 불안은 현실이 되는 거잖아. 그것이야말로 주인공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겠지. 그 충격을 마주하기란 너무 힘든 일일 테니까. 결국 그 진실의 문을 열기 직전에 제 손으로 닫아버린 거야.”
--- p.248

“그들의 비극은 어쩌면 상대가 아닌, 남은 가족들을 너무 사랑해서라는 생각이 들어.”무대 위 배우처럼 잎새가 조용히 읊조렸다.“정이 사랑한 건, 자신의 탄생으로 아내를 잃은 아버지가 아닐까. 그 죄책감이 컸을 거야. 현은 폭력과 학대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지킨 엄마였을테고. 엄마에게 힘이 되어줄 수 없었던 무능함이 평생을 괴롭혔겠지. 이미 모든 걸 눈치챈 주인공은 그렇기에 자신할 수 있었을 거야. 이 둘은 가족의 사슬을 결코 끊어낼 수 없다는 걸, 누나와 형이 결코 아버지와 엄마를 배신할 수 없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

--- p.305

출판사 리뷰

40만 독자가 선택한 이희영 작가의 신작
진실이란 불행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 분투하며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의 기록

“좋아하는 마음에 왜 죄를 물을 수 없어요?”, ‘나’의 소설에 등장하는 대사다. 이 작품은 소설 속 소설이라는 액자형 구조를 통해, 꾹 눌러온 오랜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다. 친구와 연인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나'와 '잎새', ‘나'의 소설 속에서 재혼 가정으로 남매가 된 '정'과 '현'.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두 관계가 겹쳐지며 그 안에 숨겨진 딜레마를 정확히 관통한다. 이 사랑을 완전히 정의해버리는 순간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평화가 깨질까 싶은 두려움과 그렇기 때문에 비겁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을 통해 작품은 질문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 죄를 물을 수 있냐고, 우리는 어쩌면 모두의 평화를 위해 누군가의 사랑을 모르는 척하고 있진 않냐고. 이 작품을 먼저 읽은 김혜진 작가는 ‘〈낙하〉는 부모의 재혼으로 묶인 남매라는 울타리 안에서, 충돌하고 탈락하며 끝내 드러낼 수 없었던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정의했다. 소설로 완성한 '나'의 집필은 이들 사이에 존재했던 애틋한 사랑을 증언하고 속죄하는 또 다른 사랑의 행위가 된다. 그리고 그 글의 완성 끝에, ‘나'는 자신의 비겁함을 인정하며 어떤 결심을 한다.

나만 사랑받을 수 있다면 당신들의 사랑은 망가져도 좋았다
속내를 파고들면, 가족에 관한 맹목적인 사랑 이야기다.

『페인트』로 40만 독자의 마음을 뒤흔든 이희영 작가가 가족과 ‘나’ 사이의 ‘희생’ 그리고 숨겨야만 했던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귀하다. 나 자신보다 타인을 아끼기로 결심했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그 사랑은 나 자신의 욕망을 삼키게도 만든다. 이처럼 이 작품은 가족이 믿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온전한 삶과 사랑을 내려놓고 모든 것이 욕심이라며 참아내는, 꽉 눌러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담고 있다. 어쩌면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이 가장 잔인한 폭력이었던 셈이다. 오늘날은 기존의 가족 형태가 깨어지고 가족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가족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이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마음들도 많다. 그 사랑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고통은 가족을 향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을 수 있을까. 가족 안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며 정상성을 유지하려는 그 마음들에 대해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이 질문에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숨겨왔던 마음이나 버거웠던 가족 내 역할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거 알아? 인간은 말이야. 가장 가까운 존재의 희생을 가장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든.”-본문 속에서

추천평

사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지만 항상 축복받는 건 아니다. 어떤 마음은 통념과 상식, 법과 제도의 바깥에서 탄생하고, 위태롭게 이어지다, 결국 아무도 모르게 소멸한다. 우리의 삶은 겹겹이 쌓인 관계의 층위로 이루어지고, 한 사람에 대한 맹목은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거부하고 포기하는 것이 더 깊은 차원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역설이 성립하기도 한다.

『낙하』는 부모의 재혼으로 묶인 남매라는 울타리 안에서, 충돌하고 탈락하며 끝내 드러낼 수 없었던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오로지 두 대상 사이에 머물렀기에 더욱 애틋한 사랑. 그리고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세계에서 일어난 이 비극을 기록한 화자가 있다. 쓴다는 것은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사랑을 증언하는 또 다른 사랑의 행위. 이제 우리가 읽을 차례다.
- 김혜진 (소설가)

리뷰/한줄평31

리뷰

9.8 리뷰 총점

한줄평

8.7 한줄평 총점

AI가 리뷰를 요약했어요!?

이희영 작가의 소설 "낙하"는 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착한 선택을 통해 또 다른 고통을 피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들의 불안정한 관계와 그로 인한 감정의 깊이는 독자에게 큰 충격을 주며, 예상치 못한 결말은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이 작품은 착한 사랑, 비겁한 사랑, 망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소설로,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여러 번 읽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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