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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1부 1권) × 〈고(孤)〉 (1974)
『토지 2』 (1부 2권) × 〈이과스〉 (1979) 『토지 3』 (1부 3권) × 〈자살의 미〉 (1968) 『토지 4 』 (1부 4권) × 〈그랜드캐년〉 (1981) 『토지 5』 (2부 1권) ×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1977) 『토지 6』 (2부 2권) × 〈아마존 이키토스〉 (1979) 『토지 7』 (2부 3권) × 〈보올티모어 포우의 묘지〉 (1983) 『토지 8』 (2부 4권) × 〈모자 쓴 여인〉 (1982) 『토지 9』 (3부 1권) × 〈페루 구스코 시장〉 (1979) 『토지 10』 (3부 2권) × 〈폭풍의 언덕〉 (1981) 『토지 11』 (3부 3권) × 〈탱고가 흐르는 황혼〉 (1978) 『토지 12』 (3부 4권) × 〈마이애미로 가는 길〉 (1989) 『토지 13』 (4부 1권) × 〈노오란 산책길〉 (1983) 『토지 14』 (4부 2권)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1987) 『토지 15』 (4부 3권) × 〈북해도-은방울꽃〉 (1983) 『토지 16』 (5부 1권) × 〈모뉴멘트 벨리〉 (1987) 『토지 17』 (5부 2권) × 〈테레사 수녀〉 (1977) 『토지 18』 (5부 3권) × 〈헤밍웨이의 집 2〉 (1989) 『토지 19』 (5부 4권) × 〈자마이카의 고약한 여인〉 (1989) 『토지 20』 (5부 5권) × 〈풍경〉 (1990) |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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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달집은 불길 속에 무너지고, 무너진 자리에서 불길마저 사그러지면은 끝없이 어디까지나 펼쳐진 은빛의 장막, 그 장막 속에서 노니는 그림자같이 마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갔던 것이다. 달이 떠오른다. 강이 굽이쳐 돌아간 산마루에서 달이 얼굴을 내비친다.
- [1권] 1부 제1편 「어둠의 발소리」 중에서 어쩌다가 바람에 날린 솔씨 하나, 석벽에 떨어져서 움이 트고 애처롭게 자란 한 그루의 소나무는 트인 곳 없이 평풍같이 둘러싼 능선에 해가 솟고 달이 뜨며 그 해가 다시 떨어지고 달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능선 밖에 광활한 천지가 있어 그곳에서도 해와 달이 지고 뜨는 것을 모른다. - [2권] 1부 제3편 「종말과 발아」 중에서 고마운 척, 눈물겨운 척할 수 있는 교활한 지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넘쳐흐르는 생명력, 조금만 땅이 걸고 짓밟지만 않으면 무섭게 자라나는 잡풀 같은 생명력은 교활한 지혜를 위해 여유를 주지 않았다 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 [3권] 1부 제3편 「종말과 발아」 중에서 불에 단 쇠를 두 손으로 꽉 쥐는 것 같은 아픔, 가시덤불 속에 몸을 굴리고 싶었던 안타까움, 푸른 눈동자 속에 일렁이던 정염은 참으로 찬란한 희열이 아니었던가. 그것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바닥 모를 심연이요 끝이 없었던 오뇌, 그것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줄기차게 넘쳐흐르던 감정들은 싸늘한 재가 되어 핏줄을 흔들어주는 힘이 없는 것이다. - [4권] 1부 제5편 「떠나는 자, 남는 자」 중에서 순간 불꽃 튀기듯 뻗치어온 절망과의 대결, 그 긴박한 찰나 찰나가 삶의 증거였었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서러움이나 근심이나 불안은 절망의 덫으로부터 빠져나온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5권] 2부 제2편 「꿈속의 귀마동」 중에서 아픔이 있고 미움이 있고 실낱같은 괴로움이라도 있었더라면. 몇백 년의 세월이, 몇백 년의 제도가 빚어낸 메울 수 없는 심연, 이켠과 저켠이 결코 합칠 수 없는 단층, 왜 그것을 여지껏 못 깨달았는가. 아니 아니 못 깨달았을 리가 있나. - [6권] 2부 제2편 「꿈속의 귀마동」 중에서 하얗게 바래어진 자갈밭은 백정네 인생처럼 살풍경하다. 마을을 흘러다니며 가락을 뽑는 광대들의 그 한 맺힌 가락 하나 없이, 햇볕에 타고 있는 쇠가죽처럼 핏빛에 얼룩진 백정네 인생이 거기, 자갈밭에 굴러 있다. - [7권] 2부 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 십오 년 전, 십일 년 전, 칠 년 전의 죽음들이다. 어제 일 같다. 그 죽음들이 어제라는 한 가닥 새끼줄에 대롱대롱 매달리어 메마른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 [8권] 2부 제4편 「용정촌과 서울」 중에서 겨울의 죽음에서 떨치고 일어나려는 몸부림, 몸부림, 몸부림은 온 천지에 충만하여 신음하고 포효하고, 정녕 봄은 장엄하고 처절한 계절인지 모른다. 신비와 경이에 가득한 생명의 위대한 현장인지도 모른다. - [9권] 3부 제1편 「만세 이후」 중에서 별난 것도 없고 별나게 살아서도 안 될 것이며 두드러지게 보여도 안될 것이다. 세상은 살아가기 힘든 곳이지만 쉽게 살 수 없는 곳도 아닐 것이다. 뜨겁게 살 수 없다 하여 차갑게 살아야 한다는 법도 없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다고 미움으로 살아도 아니 될 것이다. - [10권] 3부 제2편 「어두운 계절」 중에서 여자의 목소리는 진달래꽃 이파리가 되고, 꽃송이가 되고, 계속하여 울리면서 진달래의 구름이 되고, 진달래의 안개가 되고, 숲이 되고, 무덤이 되고, 붉은 빗줄기, 붉은 눈송이, 붉은 구름바다, 그 속을 걷고 있다는 환각에 빠져 쓰러지면은 꿈속에서 오열하였고 꿈속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다. 처음에는 번번이 꿈속에서 울었고, 몇 달 만에 한 번씩 몇 년 만에 한 번씩, 그리고 삼십여 년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꿈속의 울음을 잊었고 여자도 잊었다. 지금은 꿈속도 아니요 진달래의 눈보라, 붉은 빗줄기, 구름바다의 환각도 아닌데 환이는 눈을 감은 채 오열한다. - [11권] 3부 제3편 「태동기」 중에서 죽음의 모습은 살았을 때보다 흉하지는 않았다. 피골이 상접했으나 살겠다는 의지로 형형히 불타던 눈동자, 끊임없이 저주를 내뱉던 입모습, 그러한 삶의 추악한 찌꺼기를 걸러낸 듯 피부는 투명하였고 영혼이 나간 뒤의 눈동자는 다만 유리알 같았다. - [12권] 3부 제5편 「젊은 매들」 중에서 벌써 몇 번인지 모른다, 소리를 질러보는 것이. 그때마다 노래는 그 대목 한 절에서 잘리고 가락만 혼자 마음속 밑바닥을 맴도는 것이다. 심장을 핥는 것같이, 쪼아대는 것같이, 새벽녘에 삽짝 밖을 바라보는 청상과부의 탄식같이 맴도는 것이었다. - [13권] 4부 제1편 「삶의 형태」 중에서 새빨간 구름, 군데군데 새파란 하늘, 구름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나 시계 속의 공간은 그림인 양, 그런데 하늘과 땅은 미친 듯 움직이고 있는 것만 같다. 그야말로 광분, 쓰러지는 낮과 달려드는 밤의 무시무시한 격투 같은 것, 어찌 그 격투 같은 것들이 저 아름다움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일까. - [14권] 4부 제2편 「귀거래」 중에서 신록은 미친 것처럼 연둣빛 진초록이 서로 얽히고설켜 일렁이고 있었다. 타고 있었다. 녹색도 탄다. 진홍의 단풍만 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생명이 타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환희, 인고의 겨울은 이 환희를 예비하고 있었기에 설원은 그렇게 청정하였는가. 햇빛은 황금가루같이 부서지고 흩어지고, 산장에서 바라다뵈는 앞산에는 철쭉이 한창이다. 짙고 옅은 빛깔, 분홍 같은 연보라 같은 빛깔들이 얼룩처럼 구름처럼 흐드러지게도 피어 있다. - [15권] 4부 제4편 「인실의 자리」 중에서 세월에 바래어지고 마모된 것 같은 어머니와 누이 등의 초라한 모습에서 느낀 것은 슬픔이나 애달 픔보다 세월의 찬바람이었고 움츠려지는 뭔가 형용하기 어려운 두려움 같은 것이었다. 뼛가루를 강물에 흩뿌리고 배 바닥에 엎드려 통곡을 했지만 그 순간이었을 뿐, 모든 것은 슬픔조차 남기지 않았고 마음은 사막이 되고 말았다. 어린 조카들의 눈망울만이 한 방울 이슬같이 가슴에 남아 있을 뿐. - [16권] 5부 제1편 「혼백의 귀향」 중에서 믿을 수 없는 꿈을 꾸듯 말하고서 오가타는 소리 내어 웃었다. 웃다가 웃음을 거두는 순간 오가타 귀에 연락선 기관 소리가 굉음과도 같이 울려왔다. 쇠붙이가 마찰하고 마모되는 것 같은,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굉음, 심장이 파열될 것만 같았다. 그것은 또 자신의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이기도 했다. - [17권] 5부 제2편 「운명적인 것」 중에서 선명하게 물들기 시작한 잡목 숲, 나뭇잎새들도 종이 잎새같이 서로 부딪는 소리가 메마르게 들려왔다. 풍성한 가을 산이 왜 그렇게 쓸쓸해 보이는지, 새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오르는가 했더니 맞은편 숲속에서는 지치지도 않고 소쩍새가 울었다. - [18권] 5부 제4편 「순결과 고혈」 중에서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했나. 정확하게 한 땀 한 땀 꾸부리고 뻗으면서 가지 끝을 기어가는 한 마리 자벌레, 소리 없이 잠자듯 시간은 흘러가는데 조선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도가니 속에서 축 늘어진 지렁이가 다 되고 말았단 말인가. 밟아도 꿈틀거릴 줄 모르는 지렁이, 연학의 눈앞에는 범호의 얼굴이 커다랗게 다가왔다. 그 매서운 눈초리가 연학을 응시하는 것이었다. - [19권] 5부 제4편 「순결과 고혈」 중에서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 만세! 사람들아! 만세다!”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 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다가는 소리 내어 웃고, 푸른 하늘에는 실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 [20권] 5부 제5편 「빛 속으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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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경 속에서도 삶 자체가 문학이다”
박경리의 생명 사상과 천경자의 예술적 집념이 겹쳐지는 순간 『토지』는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를 살아낸 수많은 인간의 생과 사, 사랑과 증오, 이별과 귀환, 몰락과 재건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거대한 문학적 세계다. 다산책방 판본은 기존 『토지』의 의미를 오늘의 독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온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어휘 풀이와 인물 계보도를 재정비하고, 박경리의 에세이 「『토지』를 쓰던 세월」을 최초 수록해 작가가 26년에 걸친 집필을 마친 뒤 남긴 깊은 사유를 함께 전한다. 천경자의 그림 역시 생의 비애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화려한 색채 안에서도 고독하고,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 안에는 쉽게 말해지지 않는 내면의 시간들이 고여 있다. 『토지』의 인물들이 시대와 운명에 짓눌리면서도 끝내 살아가듯, 천경자의 그림 속 인물들 역시 슬픔과 욕망, 불안과 존엄을 동시에 간직한 채 존재한다. 이번 에디션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박경리의 문장이 써 내려간 삶의 굴곡 위에 천경자의 그림이 더해지며, 『토지』는 다시 한번 문학과 미술이 함께 빚어낸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확장된다. 한국문학사의 정점 『토지』, 한국미술사의 강렬한 얼굴 천경자 소장 가치와 예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갖춘 리미티드 아트 컬렉션 『토지』 천경자 에디션은 단순한 표지 리커버가 아니라, 한국문학과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두 예술가의 세계를 한 세트 안에 결합한 ‘아트 컬렉션’이다. 각 권의 표지에는 천경자의 주요 작품들이 배치되어, 20권으로 이어지는 『토지』의 장대한 서사가 하나의 시각적 흐름으로 펼쳐진다. 인물, 풍경, 꽃과 식물, 이국적 장면들이 어우러진 천경자의 화폭은 『토지』가 품은 삶의 비극과 생명의 찬란함, 여성 인물들의 강인한 내면, 시대를 견뎌낸 인간들의 얼굴을 더욱 선명하게 환기한다. 이번 에디션의 세트 구성은 소장본으로서의 완성도 역시 높였다. 북케이스와 책 표지, 책등의 디자인을 통해 천경자 회화의 색채와 조형미를 살리면서도 『토지』의 문학적 품격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절제된 구성을 더했다. 앞서 반 고흐 에디션이 『토지』의 계절과 생명력을 세계적 회화의 이미지로 확장했다면, 천경자 에디션은 한국 예술의 깊은 친연성을 바탕으로 『토지』를 다시 읽게 만드는 기획이다. 시대를 기록한 문장과 시대를 응시한 그림이 만나, 독자에게는 읽는 책을 넘어 오래 간직할 예술적 오브제로 다가간다. 박경리 탄생 100주년에 다시 읽는 『토지』 오늘의 독자에게 되살아나는 생명, 운명, 인간에 관한 가장 거대한 질문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토지』 천경자 에디션은 『토지』를 이미 읽은 독자에게는 다시 소장하고 싶은 새로운 판본으로, 아직 『토지』를 만나지 못한 독자에게는 한국문학의 정점으로 들어가는 가장 아름다운 입구가 되어줄 것이다. 『토지』는 완간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낡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남는가. 역사의 폭력 속에서도 생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상처 입은 세계 안에서 아름다움은 어떻게 가능한가. 천경자의 그림은 이 질문들에 또 하나의 감각적 응답을 더한다.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슬픔, 끝내 사라지지 않는 생의 욕망, 한 사람의 얼굴에 깃든 시대의 그림자. 그것은 『토지』가 오래도록 붙잡아온 세계와 닮아 있다. 『토지』 천경자 에디션은 두 거장의 이름을 나란히 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박경리의 문학과 천경자의 미술이 서로를 비추며, 한국 예술이 도달한 깊이와 넓이를 독자에게 다시 경험하게 한다. 한 시대를 기록한 문장과 한 시대를 응시한 그림. 『토지』 천경자 에디션은 박경리 탄생 100주년에 바치는 가장 아름답고 뜻깊은 헌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