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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도 (한국문학의 거장 박경리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박경리
다산책방 20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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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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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표류도
작품 해설

저자 소개 1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0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55년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計算)」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黑黑白白)」을 [현대문학]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1957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벽지(僻地)」 등을 발표하고,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0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55년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計算)」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黑黑白白)」을 [현대문학]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1957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벽지(僻地)」 등을 발표하고,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4만 여장 분량의 작품으로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박경리 개인에게나 한국문학에 있어서나 기념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원고지 분량에 걸맞게 6백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시간적으로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라는 한국사회의 반세기에 걸친 기나긴 격동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동학혁명에서 외세의 침략, 신분질서의 와해, 개화와 수구, 국권 침탈, 민족운동과 독립운동, 광복에 이르기까지의 격동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종적인 축으로 하여 진주와 간도(만주), 경성, 일본 등으로 삶의 영역이 확대되고 윤씨 부인과 최치수, 최서희로 이어지는 최참판댁과 연결되어 삶을 엮어가는 평사리의 주민들, 김길상이나 김환을 중심으로 한 민족운동에 투신하는 인물들, 최참판댁의 전이과정 속에서 부침하는 신지식인들 등 수백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이 형상화되어 있다. 5부로 완성된 대하소설 『토지(土地)』는, 한국 근·현대사의 전 과정에 걸쳐 여러 계층의 인간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영어·일본어·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호평을 받았다. 1957년 현대문학 신인상, 1965년 한국여류문학상, 1972년 월탄문학상, 1991년 인촌상 등을 수상하였고, 1999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에서 주최한 20세기를 빛낸 예술인(문학)에 선정되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명예문학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으며, 연세대학교에서 용재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1996년부터 토지문화관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대문학 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 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수여 받았다.

박경리의 문학은 전반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소외문제, 낭만적 사랑에서 생명사상으로의 흐름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 그 생명사상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바로 '토지'이다. 박경리에 의하면 '존엄성은 바로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것'(『파시』 제1권, 131면, 1993)인데 그의 작품에서 이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생명본능 이상으로 중요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게 하는 기존의 관습과 제도 및 권력과 집단에 대한 비판, 욕망의 노예가 되어 존엄성을 상실한 인간들에 대한 멸시와 혐오는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존엄성을 상실할 때에 바로 한이 등장하는 것이며 이 한을 풀어가는 과정이 곧 박경리 문학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김은철 상지대 국문과 교수)

지금까지 이 작품에 대한 여러 논의들, 즉 역사소설인가 아닌가가 문제시 되었다거나 농민소설로서의 면모가 부각되었다거나 총괄체 소설, 가족사 소설, 민족사 소설, 총체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로 규정되어 온 것은 곧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서사구조, 다양한 층위의 세계가 중층적인 구조로 형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문학뿐 아니라 환경과 생태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1999년 원주 오봉산 기슭에 토지문화관을 세우고, 문학과 환경문제를 다루는 계간지 [숨소리]를 창간(2003)하고,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로 엮은 환경 에세이집 『생명의 아픔』(2004)도 출간하는 등 사회와 인간을 향한 애정과 관심을 놓치 않았다. 2008년 5월5일 향년 8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 한국현대문학의 영원한 고향으로 남았다. 타계 이후 정부에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하였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수필집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등과 시집으로는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 그밖의 주요작품에 『나비와 엉겅퀴』, 『영원의 반려』, 『단층(單層)』, 『노을진 들녘』, 『신교수의 부인』 등이 있고, 시집에 『애가』가 있다. 6·25전쟁 때 남편이 납북되었으며 시인 김지하가 사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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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52g | 140*210*30mm
ISBN13
9791130676043

책 속으로

나는 미구에 올 내 죽음을 바라볼 때, 내 혈육들의 죽음을 생각할 때, 찬수의 죽음은 괴뢰군의 유기시체나 차량 밑에 깔려 죽은 그러한 행인의 시체와 더불어 뜻을 갖는다. 죽음은 애정을 결정적으로 짓밟는다. 투명한 어둠 속 ― 내 감각은 때로 그렇게 되어지는 것이다 ― 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신은 없었다. 인간이나 기계가 오만불손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진실로 절박한 내 마음의 사실인 것이다.
--- p.15

어젯밤에도 우리는 밤거리를 헤매어 다녔다. 상현 씨의 따뜻한 손길이 지금도 머리카락에서 느껴진다. 집에 돌아가서도 나는 밤늦게까지 그를 생각했다. 몹시 피곤하다. 잠을 자지 못한 때문이다. 몽롱해지려는 시야를 넓혀본다. 마돈나는 여전히 고물상 같은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봄은 바로 눈앞에와 있는 것 같은데 그을릴 대로 그을린 커튼이 넝마처럼 바람에 흔들린다. 봄이 빨리 와서 난로라도 치워버렸음 속이 시원하겠다.
--- p.110

막막한 어둠 속이었다. 그 어둠이 희미한 잿빛으로 번져 나온다. 파상을 이룬 잿빛 속에서 불쑥 나타난 형체는 몽롱했다. 그러나 그것은 피에 물든 얼굴이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모습이다. 작업복에도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었다. 어둠을 떠밀듯이 팔을 뻗쳤다. 순간 형체를 지워버린 잿빛 파상 속에서 피 묻은 팔이 불쑥 나와가지고 내 얼굴을 덮는다. 다시 한 번 팔을 뻗치며 얼굴을 덮은 손을 떠밀었다. 딱딱하고 싸늘한 것이 코끝에 와 닿는다. 가슴을 붙이고 누운 벽이었다. 일어나 앉았다. 물에 빠졌던 것처럼 전신이 흠씬 젖어 있었다. 창백한 달빛이 방 안을 비춰준다.
--- p.142

나는 상현 씨로부터 단돈 한 푼도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 그것은 결벽 때문이 아니다. 절대로 결벽 때문이 아니다. 그는 나의 남편이 아니다. 그는 나를 부양할 의무가 없다. 어떠한 밑바닥을 뒹구는 생활을 할지라도 그것은 상현 씨로부터 보조를 받아야 하는 생활보다는 덜 비참하다. 사랑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남편이 아닌 사람, 물질로 얽어서 추잡하게 비굴한 내가 될 수는 없다.
--- p.232

누구나 다 몇만 년을 살지 못합니다. 속된 말이지만 사람은 늙으나 젊으나 죽어갈 수밖에 없지요.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도 각각 떨어져서 떠내려가는 외로운 섬들입니다. 어렵게 생각지 마십시오. 사람의 인연이란 혈육이건 혹은 남이건 섬과 섬 사이의 거리, 그러한 원근에 지나지 못합니다. 내 것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두가 다 외롭게 떠내려가야 하는 섬입니다.

--- p.332

출판사 리뷰

★ 박경리 탄생 100주년 기념 큐레이션 리커버 출간
★ 김화진, 김희선, 위수정 소설가 추천

“박경리를 경유하지 않고
여성의 불안과 욕망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_위수정(소설가)

『토지』 너머 박경리를 발견하는 또 다른 길
최산호 작가의 일러스트를 입은 박경리 장편소설 큐레이션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산북스에서 한국문학사의 거대한 이정표, 박경리의 작품 세계를 오늘의 독자에게 다시 건넨다. ‘이 시대의 낭만성’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작가의 작품 중 세 작품―대표작 『김약국의 딸들』, 첫 장편소설 『애가』, 대표 연애소설 『표류도』―을 선별, 새롭게 재해석해 소개한다. 이는 『토지』로 대표되는 거대한 서사 너머, 박경리 문학의 또 다른 얼굴을 조명하고 ‘현재진행형의 문학’으로서 박경리를 다시 읽기 위한 시도다.

이번 큐레이션 리커버는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를 통해 다시 읽는 박경리를 지향한다. 무선제본을 적용해 일상적으로 소장하기 좋은 형태로 기획했으며, 고전의 품격을 강조해온 기존 박경리 컬렉션과는 다른 감각을 제시한다. 서정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최산호 작가의 일러스트는 박경리 문학이 지닌 양가적 정서—아름다움과 비극, 생명력과 소멸—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화사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일러스트 속에서 인물들의 욕망과 고독, 그리고 끝내 삶을 선택하는 의지가 은유와 반어로 살아난다. 이 생동하는 이미지들은 ‘낭만성’을 중심에 두면서도, 그 이면에 공존하는 고독과 결핍을 함께 드러낸다. 그렇게 이 책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낭만의 나날을 지금 우리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올 것이다.

남편을 잃고 금기된 선택 앞에 선 한 여자
시대의 가부장적 질서에 따르지 않기로 선언하다


『표류도』는 독자들에게 꾸준히 거론되는 박경리의 또 다른 걸작이다. 1959년 제3회 내성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당대의 호평을 받았고, 박경리의 대표적 연애소설 중 하나로 꼽힌다. 1959년 11월 20일에 발간된 『표류도』는 초판본에 이봉상 화백이 표지화와 면지화로, 천경자 화백이 권두화로 참여했고, 박재삼 시인이 교정·교열 작업을 진행하는 등 무척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었다. 이는 등단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는 신인 작가 박경리와 그의 첫 창작집 『표류도』에 대한 문단의 관심과 기대가 얼마만큼 큰 것이었는가를 짐작케 한다.

박경리는 여러 연애소설을 써내면서 사회의 통상적 윤리나 규범에 무관심해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윤리와 기준을 지닌 주체적 인물을 그려냈다. 특히 『표류도』에서는 분명한 저항의 논리를 품은 인물이 강인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외부의 폭력에 맞서는 과정을 그렸다.

“당신의 정절보다 나의 배덕이 훨씬 위대하다!”
외부의 폭력에 대응하는 강인한 생명력
현실의 고난과 싸우는 박경리 여성상의 근원


주인공 현회는 수많은 인물들의 지지와 갈등 속에서 표류하듯 삶을 이어간다. 한국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이후 신문사 논설위원이자 명망 있는 집안 출신인 상현과 사랑에 빠진다. 상현은 그녀의 직업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애정과 책임감으로 관계를 이어가며 결혼을 원한다. 그러나 현회는 스스로 돈을 벌어 삶을 꾸려가는 주체로서, 사랑은 지속하지만 그 외의 생활에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다. 유부남이라는 조건과 서로 다른 성장 배경 또한 이 관계의 걸림돌이 된다. 결국 상현은 사랑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삶을 함께 짊어질 상대가 되지는 못하며, 이들의 관계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현회는 특별한 귀책 사유 없이도 주변인들에게 끊임없이 비난받는데, 이는 가부장적 전통이 여전히 견고한 1950년대에 사생아를 낳은 전쟁미망인이자, 생계를 위해 다방의 마담으로 살아가는 젊고 아름다운, 재능 있는 여성이라는 그의 조건 때문이다. 주부인 계인과 순재, 그리고 동창들은 도덕과 규범을 내세워 현회의 직업과 처지를 비난하지만 정작 그들은 음지에서 고리대금이나 부동산 투기와 같은 사회적 악행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손가락질받는 현회는 얼굴이 아닌 자신의 노동으로 삶을 지탱한다. 홀로 된 어머니와 배다른 동생, 유복자인 딸은 물론 종업원 광희와 먼 친척 상주댁 부부까지 돌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낸다. 집안의 몰락과 사랑하는 이와 자식의 죽음, 살인이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겪고도 그는 절망하거나 물러서지 않으며, 비굴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현실에 적응하며 생명을 지탱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하는 현회의 태도는 외부의 폭력에 맞서는 그의 확고한 저항 논리라 할 수 있다.

나는 강인한 채찍으로 내 마음을 후려쳤다. 나를 현실에 적응시켜야 한다. 내 생명이 있기 위하여 나를 변혁시켜야 한다. 겨울이 와 산야에 흰 눈이 덮이게 되면 털이 하얗게 변하고, 여름이 와서 숲이 우거지면 나무껍질처럼 털이 다갈색으로 변하는 토끼라는 짐승의 생리를 나는 닮아가야 한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얼마나 유구한 세월을 두고 인간과 자연 속에서 그 끈질긴 싸움을 해왔던가. 끊임없이 자기를 변혁하고 현실에 적응해가며 생명을 지탱해오지 않았던가. (332~333쪽)

절망에 빠진 듯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강인하고도 인간적인 현회의 존재는 사랑과 자아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생생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의 행적과 선택은 한국전쟁 이후 근대화의 소용돌이 우리 소설이 지닌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며, 인간을 보다 입체적이고 폭넓게 바라보게 만든다.

시간을 견뎌온 작품은
언제나 새로운 질문으로 돌아온다
세 편의 소설로 읽는 새로운 낭만에 대하여


여성 독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연애소설이 범람하던 1950년대, 박경리는 기존 연애 서사가 보여주는 전형성에서 벗어난 작품을 씀으로써 자신만의 위치를 확립한다. 그의 작품 속 여성들은 사랑을 선택하지만 사랑에 종속되지는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혼’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끝까지 묻는 과정이었다. 사회적 부조리에 타협할 수 없는 의지와, 가정이나 결혼으로 타협하지 않는 사랑에 관한 깊은 탐구가 이 시기 박경리의 연애 서사에 이미 꿈틀대고 있었다. 사랑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을 바라고, 삶이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끝내 살아가려 하는 것. 결국 모든 선택이 자신의 몫임을 받아들이는 이 낯선 낭만의 세계는 박경리 문학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이 되었다.

이러한 박경리의 낭만성은 불확실성과 선택의 책임 속에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를 비춘다.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강렬한 여성 인물들은 사랑과 삶,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에게 질문해온다. 박경리의 문장은 오래되었지만, 그 질문은 한 번도 낡은 적이 없다. 사랑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왜, 끝내 살아가려 하는가. 박경리는 이미 오래전에 그 질문을 시작했다. 이제 그 질문을 다시 이어갈 차례다.

추천평

박경리를 경유하지 않고 여성의 불안과 욕망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박경리의 『표류도』는 전후 한국 사회라는 불안한 바다 위에서 홀로 삶을 개척해 나간 현회라는 한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고 집요하게 따라간다. 현회는 도덕과 윤리를 넘어 오로지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그것에 결코 속박되지 않으려는 강인하고 복잡한 존재로 박경리의 손끝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도 낯설지 않은, 강렬하면서도 쓸쓸한 한 여성의 삶과 흔들리는 내면은 여전히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여성이라는 섬은 아직도 표류 중인가. 나는 그 섬을 바로 지금, 여기에서 바라보고 있다. - 위수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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