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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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홀연히 그러나 대개는 내가 용기를 잃었을 적에 생각나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프로하르친 씨」입니다. 그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되겠고 한편 문학적인 가치에서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 어떤 모양으로-마음과 몸-사람은 이 세상에 있어야 하는가 그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하다고만 생각한다면 창작에서 가장 비속한 말을 사용할 용기는 항상 있어야 할 것이 고 작품 속의 인물들을 모두 상당한 성품으로 배당하기도 천 상이 아닌 지상의 이야기이고 보면 어려운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소설을 쓴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앞앞이 말 못 하고…… 나는 왜 소설을 쓰게 되었는가. 솔직히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아무 대답을 갖지 못했던 것입니다. 너무 많이 생각했으면서도 부스러기 같은 대답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반죽할 수 없었고 그 부스러기만 가지고는 무슨 쓸모가 있었겠습니까. 내가 그들에게 들려줄, 그보다는 나 자신에게 들려줄, 진실의 언어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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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코 장식이 아니며, 문학도 장식이 아닙니다”
박경리 탄생 100주년, 강의·에세이·편지로 만나는 거장의 문학수업 * 이슬아 작가 추천 *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산문집 중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Q씨에게』를 새로운 표지로 소개하는 〈박경리 문학수업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이 리커버에서는 강의·에세이·편지라는 세 가지 형식을 통해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50여 년의 창작 생활 동안 벼려온 문학관과 삶의 태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거장에게 배우고, 꿈꾸고, 생각하는 문학수업’을 시리즈 콘셉트로 삼은 이번 에디션은 기존 전집이 주는 무거운 인상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세련된 판형과 디자인으로 새 독자층을 겨냥한다. 문학을 지망하는 창작자부터 박경리의 문학 세계를 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문학 교양서이다. 박경리는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외 수많은 장편소설과 단편, 시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문학 작품을 펴냈다. 〈박경리 문학수업 에디션〉은 이 거장이 소설이 아닌 강의, 에세이, 편지라는 세 가지 다른 형식을 통해 남긴 산문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소설을 쓰는 동시에 강단에 서고, 산문을 발표하고, 가상의 수신인에게 편지를 썼던 박경리에게 글쓰기는 삶과 분리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물었다. 창작을 특정한 기술이나 방법론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여겼으며, 인간과 자연, 노동과 생명에 대한 사유를 문학의 목적으로 삼았다. 정답이 아닌 태도를, 결과가 아닌 과정을 붙드는 이 오래된 물음들은 무엇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매 순간 판단해야 하는 오늘의 창작자와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세 권의 산문에는 진솔함과 냉철함을 오가는 문체 속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민과 태도, 문학과 노동,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유가 담겨 있다. 당대 사회와 세태를 향한 비판적 시선, 가족에 대한 개인적 서사도 솔직하게 드러난다. 박경리의 문학 세계를 형성한 주요 문인·이론가에 대한 평과 풍부한 독서 경험 및 일화를 바탕으로 문학의 목적과 의미를 집약하는 한편, 작가라는 직업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조언도 함께 전한다. 『Q씨에게』 평생을 씨름한 문학과 삶에 보낸 숨김없이 솔직한 편지들 “왜 지난 얘기를 하는고 하니 그것은 모두 내 문학의 싹이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부터 1993년까지 무려 30여 년, 박경리는‘Q씨’라는 가상의 이름에게 편지를 썼다. 노신의 『아큐정전』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그 편지의 진짜 수신인은 결국 문학이었고 삶이었다. Q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박경리는 문인과 이론가에 대한 날카로운 평, 작가로 산다는 것의 무게,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유, 세상을 보는 냉철한 시선, 가족에 얽힌 속내까지 숨기지 않고 다 꺼내놓았다. “가파른 언덕길을 비명 같은 기적을 질러대고 증기를 뿜어내며 기어오르는 기차처럼” 쉼 없이 써 내려간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 박경리에게 한층 더 깊은 애정을 품게 된다. 때로 넋두리 같기도, 때로 따끔한 일침 같기도 한 그의 이야기는 거침없이 써 내려가다가도 문득 옆길로 새고, 읽는 이의 공감을 구하듯 미소를 자아내는 대목에서는 천진하고 소탈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경리의 생각이 어떻게 깊어지고 변화해가는지 한 권 안에서 살펴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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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이 책을 들고 지나가는 젊은이를 보면 그를 냅다 좋아할 것 같다. 서툴고 가난해서 고단했던 날에도 박경리 선생님 때문에 내 젊음이 귀해지곤 했다.
1992년 강의실 맨 앞줄에 앉은 학생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선생님은 너무 멀리 계시고 그분 말씀처럼 우리는 매 순간 유한과 싸운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댁을 떠나 한참 어린 자들에게로 향할 때, 『토지』를 집필하며 땅속 뿌리처럼 지켜온 고독을 잠시 벗어나 입을 열 때, 간곡히 전승하고 싶으셨을 됨됨이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박경리 선생님은 내게 외로워질 용기를 주신다. 나는 박경리를 읽으며 입을 다물고 손을 바삐 움직인다. 노동이 곧 사유이며 생명의 신비는 영원한 화두란 걸 일러주는 작가. 그의 명작들을 읽기 전에 펼쳐도 좋고, 읽고 나서 펼쳐도 좋은 책이다. - 이슬아 (작가, 헤엄 출판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