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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꿈꾸는 이가 창조한다』 『Q씨에게』 |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박경리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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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홀연히 그러나 대개는 내가 용기를 잃었을 적에 생각나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프로하르친 씨」입니다. 그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되겠고 한편 문학적인 가치에서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 어떤 모양으로-마음과 몸-사람은 이 세상에 있어야 하는가 그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하다고만 생각한다면 창작에서 가장 비속한 말을 사용할 용기는 항상 있어야 할 것이 고 작품 속의 인물들을 모두 상당한 성품으로 배당하기도 천 상이 아닌 지상의 이야기이고 보면 어려운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소설을 쓴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앞앞이 말 못 하고…… 나는 왜 소설을 쓰게 되었는가. 솔직히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아무 대답을 갖지 못했던 것입니다. 너무 많이 생각했으면서도 부스러기 같은 대답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반죽할 수 없었고 그 부스러기만 가지고는 무슨 쓸모가 있었겠습니까. 내가 그들에게 들려줄, 그보다는 나 자신에게 들려줄, 진실의 언어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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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로 내려온 몇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어떠한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시간과 공간에서 남은 생애의 불길을 태워보겠다는 내 문학적 소망이었다.
빈 공간에 생각을 가득 채워놓고 흐르는 시간의 소리를 들으며 한땀 한땀 뜨면서 바느질하듯, 한 조각 한 조각 쪼아내며 조각하듯, 무릇 무엇이든 만드는 처지라면 그런 시간과 공 간을 소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후좌우 힘겨운 노력이 따라야 하며 노력을 한다 하여도 창작하는 힘과 유실되는 힘의 비례가 같은 것이 또한 현실이며 삶의 단면이기도 한 것이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또 글을 쓰는 처지이고 보니 여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가 간혹 있다. 대개는 인권 문제로 밀어야 한다고 얘기를 잘라버리지만, 때론 점점 더 노예로 돼 간다 할 때도 있는데 그러면 상대는 어리둥절해한다. 어리둥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간층에서부터 외형이나마 여성들이 많이 자유로워지고 많이 해방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의식으론 해방되지 않았으면서 화폐로 인한 해방의 양상은 과연 어떠한가. 왜 내가 노예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했는가 하니 화폐란 의식을 말살하고 노예근성을 유발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쉽사리 언어를 통하여 그 치부를 볼 수 있다. 남존여비(男尊女卑)가 철저했던 한 세대 전을 훨씬 능가하는 언어 구사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라 할밖에 없겠다. 사랑은 그것이 어떤 형태나 성질이든 결코 존엄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사랑은 사람을 소외하지 않는다. 존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소외라는 보루를 쌓으나 그것은 필경엔 고육지계에 불과한 것이요, 진실에의 절규는 한층 자심할 것이다. 존엄의 파괴는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외되는 경우, 이것은 어쩌면 생명 있는 모든 것의 속성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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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에 관하여 얘기를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 여러분들도 문학에 관하여 제기되는 문제들을 질문하세요.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함께 문제를 풀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강의실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나는 교육자가 아니며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작가는 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물음이며 질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작가는 칠흑과 안개를 향해 왜냐고 묻는 사람입니다.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문제는 없거나 종결되었음을 뜻합니다. 따라서 문학도 종결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은 엄연하게 생과 사의 상반된 것을 포태하고 있는 이상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멈출 수 없는 것입니다. 나는 다른 자리에서 작가는 가장 밑바닥의 상말로부터 가장 상층의 고상한 말까지 다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작품에서 그렇다는 얘기지요. 작가가 작품 속에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의식 때문에 도사리거나 주변을 밝히거나 또 나르시시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작가는 여성이라거나 남성이라는 것에 구애되어서도 안 되고 어떤 사정에 의해 저해되어서도 안 되고 신분이나 처지의 장애를 받아서도 안 되는 것 입니다. 정 장애가 될 것 같으면 어중간하게 쓰느니 차라리 포기해야겠지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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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코 장식이 아니며, 문학도 장식이 아닙니다”
박경리 탄생 100주년, 강의·에세이·편지로 만나는 거장의 문학수업 * 이슬아 작가 추천 *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산문집 중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Q씨에게』를 새로운 표지로 소개하는 〈박경리 문학수업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이 리커버에서는 강의·에세이·편지라는 세 가지 형식을 통해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50여 년의 창작 생활 동안 벼려온 문학관과 삶의 태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거장에게 배우고, 꿈꾸고, 생각하는 문학수업’을 시리즈 콘셉트로 삼은 이번 에디션은 기존 전집이 주는 무거운 인상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세련된 판형과 디자인으로 새 독자층을 겨냥한다. 문학을 지망하는 창작자부터 박경리의 문학 세계를 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문학 교양서이다. 박경리는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외 수많은 장편소설과 단편, 시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문학 작품을 펴냈다. 〈박경리 문학수업 에디션〉은 이 거장이 소설이 아닌 강의, 에세이, 편지라는 세 가지 다른 형식을 통해 남긴 산문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소설을 쓰는 동시에 강단에 서고, 산문을 발표하고, 가상의 수신인에게 편지를 썼던 박경리에게 글쓰기는 삶과 분리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물었다. 창작을 특정한 기술이나 방법론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여겼으며, 인간과 자연, 노동과 생명에 대한 사유를 문학의 목적으로 삼았다. 정답이 아닌 태도를, 결과가 아닌 과정을 붙드는 이 오래된 물음들은 무엇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매 순간 판단해야 하는 오늘의 창작자와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세 권의 산문에는 진솔함과 냉철함을 오가는 문체 속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민과 태도, 문학과 노동,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유가 담겨 있다. 당대 사회와 세태를 향한 비판적 시선, 가족에 대한 개인적 서사도 솔직하게 드러난다. 박경리의 문학 세계를 형성한 주요 문인·이론가에 대한 평과 풍부한 독서 경험 및 일화를 바탕으로 문학의 목적과 의미를 집약하는 한편, 작가라는 직업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조언도 함께 전한다.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50년 창작 인생을 담은 열 편의 문학 강의 “인생은 결코 장식이 아니며 문학도 장식이 아닙니다” 1992년,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강의실. 박경리가 문학을 꿈꾸는 젊은이들 앞에 섰다. 선생님은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질문했다. 기나긴 창작 인생의 답을 그는 이 한 문장에서 찾아낸 것이다. 문학은 방황이고 추구이며, 무엇보다 삶에 관한 것이다. 삶의 총체적인 것을 다루어야 하기에 어떠한 분야도 끌어안아야 하지만, 그것이 실체도 사실도 아니면서 끝내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역설적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불우한 것이야말로 치열한 문학 정신이 될지언정 처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한 박경리는 이 자리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켜야 하는지를 풍부한 창작 일화와 냉철한 조언으로 짚어나간다. 문학이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라는 믿음 아래, 작가라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부터 독서와 표현, 인간 탐구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목적과 의미를 총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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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이 책을 들고 지나가는 젊은이를 보면 그를 냅다 좋아할 것 같다. 서툴고 가난해서 고단했던 날에도 박경리 선생님 때문에 내 젊음이 귀해지곤 했다.
1992년 강의실 맨 앞줄에 앉은 학생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선생님은 너무 멀리 계시고 그분 말씀처럼 우리는 매 순간 유한과 싸운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댁을 떠나 한참 어린 자들에게로 향할 때, 『토지』를 집필하며 땅속 뿌리처럼 지켜온 고독을 잠시 벗어나 입을 열 때, 간곡히 전승하고 싶으셨을 됨됨이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박경리 선생님은 내게 외로워질 용기를 주신다. 나는 박경리를 읽으며 입을 다물고 손을 바삐 움직인다. 노동이 곧 사유이며 생명의 신비는 영원한 화두란 걸 일러주는 작가. 그의 명작들을 읽기 전에 펼쳐도 좋고, 읽고 나서 펼쳐도 좋은 책이다. - 이슬아 (작가, 헤엄 출판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