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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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에 관하여 얘기를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 여러분들도 문학에 관하여 제기되는 문제들을 질문하세요.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함께 문제를 풀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강의실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나는 교육자가 아니며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작가는 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물음이며 질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작가는 칠흑과 안개를 향해 왜냐고 묻는 사람입니다.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문제는 없거나 종결되었음을 뜻합니다. 따라서 문학도 종결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은 엄연하게 생과 사의 상반된 것을 포태하고 있는 이상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멈출 수 없는 것입니다. 나는 다른 자리에서 작가는 가장 밑바닥의 상말로부터 가장 상층의 고상한 말까지 다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작품에서 그렇다는 얘기지요. 작가가 작품 속에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의식 때문에 도사리거나 주변을 밝히거나 또 나르시시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작가는 여성이라거나 남성이라는 것에 구애되어서도 안 되고 어떤 사정에 의해 저해되어서도 안 되고 신분이나 처지의 장애를 받아서도 안 되는 것 입니다. 정 장애가 될 것 같으면 어중간하게 쓰느니 차라리 포기해야겠지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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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코 장식이 아니며, 문학도 장식이 아닙니다”
박경리 탄생 100주년, 강의·에세이·편지로 만나는 거장의 문학수업 * 이슬아 작가 추천 *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산문집 중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Q씨에게』를 새로운 표지로 소개하는 〈박경리 문학수업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이 리커버에서는 강의·에세이·편지라는 세 가지 형식을 통해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50여 년의 창작 생활 동안 벼려온 문학관과 삶의 태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거장에게 배우고, 꿈꾸고, 생각하는 문학수업’을 시리즈 콘셉트로 삼은 이번 에디션은 기존 전집이 주는 무거운 인상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세련된 판형과 디자인으로 새 독자층을 겨냥한다. 문학을 지망하는 창작자부터 박경리의 문학 세계를 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문학 교양서이다. 박경리는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외 수많은 장편소설과 단편, 시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문학 작품을 펴냈다. 〈박경리 문학수업 에디션〉은 이 거장이 소설이 아닌 강의, 에세이, 편지라는 세 가지 다른 형식을 통해 남긴 산문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소설을 쓰는 동시에 강단에 서고, 산문을 발표하고, 가상의 수신인에게 편지를 썼던 박경리에게 글쓰기는 삶과 분리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물었다. 창작을 특정한 기술이나 방법론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여겼으며, 인간과 자연, 노동과 생명에 대한 사유를 문학의 목적으로 삼았다. 정답이 아닌 태도를, 결과가 아닌 과정을 붙드는 이 오래된 물음들은 무엇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매 순간 판단해야 하는 오늘의 창작자와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세 권의 산문에는 진솔함과 냉철함을 오가는 문체 속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민과 태도, 문학과 노동,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유가 담겨 있다. 당대 사회와 세태를 향한 비판적 시선, 가족에 대한 개인적 서사도 솔직하게 드러난다. 박경리의 문학 세계를 형성한 주요 문인·이론가에 대한 평과 풍부한 독서 경험 및 일화를 바탕으로 문학의 목적과 의미를 집약하는 한편, 작가라는 직업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조언도 함께 전한다.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50년 창작 인생을 담은 열 편의 문학 강의 “인생은 결코 장식이 아니며 문학도 장식이 아닙니다” 1992년,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강의실. 박경리가 문학을 꿈꾸는 젊은이들 앞에 섰다. 선생님은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질문했다. 기나긴 창작 인생의 답을 그는 이 한 문장에서 찾아낸 것이다. 문학은 방황이고 추구이며, 무엇보다 삶에 관한 것이다. 삶의 총체적인 것을 다루어야 하기에 어떠한 분야도 끌어안아야 하지만, 그것이 실체도 사실도 아니면서 끝내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역설적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불우한 것이야말로 치열한 문학 정신이 될지언정 처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한 박경리는 이 자리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켜야 하는지를 풍부한 창작 일화와 냉철한 조언으로 짚어나간다. 문학이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라는 믿음 아래, 작가라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부터 독서와 표현, 인간 탐구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목적과 의미를 총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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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이 책을 들고 지나가는 젊은이를 보면 그를 냅다 좋아할 것 같다. 서툴고 가난해서 고단했던 날에도 박경리 선생님 때문에 내 젊음이 귀해지곤 했다.
1992년 강의실 맨 앞줄에 앉은 학생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선생님은 너무 멀리 계시고 그분 말씀처럼 우리는 매 순간 유한과 싸운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댁을 떠나 한참 어린 자들에게로 향할 때, 『토지』를 집필하며 땅속 뿌리처럼 지켜온 고독을 잠시 벗어나 입을 열 때, 간곡히 전승하고 싶으셨을 됨됨이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박경리 선생님은 내게 외로워질 용기를 주신다. 나는 박경리를 읽으며 입을 다물고 손을 바삐 움직인다. 노동이 곧 사유이며 생명의 신비는 영원한 화두란 걸 일러주는 작가. 그의 명작들을 읽기 전에 펼쳐도 좋고, 읽고 나서 펼쳐도 좋은 책이다. - 이슬아 (작가, 헤엄 출판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