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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아이에서 행복한 아이로
제주맘 소구리네 좌충우돌 영재 교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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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너는 자라 네가 되겠지,
진짜 네가 되겠지.”

1부 네? 제 아이가 영재라고요?
우리가 제주에 온 이유
영재라는 스펙, 영재교육이라는 트렌드
선택의 기로에 서다
‘만들어진 영재’의 고백
아이는 나와 다른 길을 걸었으면
아롱이다롱이 형제
마마토모의 세계
아이와 나의 새로운 시작
우리, 가족

2부 남다른 아이에서 행복한 아이로
원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아이들
영재를 잃고, 아이를 얻다
지력을 지탱하는 체력!
미술놀이
부모의 콤플렉스 너머에 아이가 있다는 것
창의융합교육의 현장
모국어 교육, 왜 중요할까?
소구리의 학교생활
반장이 되고 싶었던 이유
캠프, 엄마와 아이의 상부상조
열 권의 책보다 값진 만남
둘째 아이, 야생의 요구리
경시대회의 속사정
아이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것들

3부 여자, 그리고 부모가 된다는 것
결혼의 미스터리
아들의 여자
아이를 키우며 나의 욕망을 본다
조금은 특별했던 태교
막둥이 요구리
밥상머리 전쟁
이무기 이야기
내 교육의 목표는 ‘가을 야구’ 같은 것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들과 엄마, 그리고 며느리
새로운 취미들
딸은, 그렇게 어미가 된다
우유와 억새의 날들

4부 제주 생활 적응기
봄밤에는 취흥이 도도하여라
제주 사계
오일장의 쇼퍼홀릭
제주에서 집 구하기
인테리어하기 참 어렵다
정원 일의 즐거움
정원 풍경
여름을 알리는 비, 바람, 곰팡이
페스티벌의 꼬마 장사꾼
파티마마 앤 선즈
인생의 가을이 시작되었다
십오야(十五夜)
나의 정든 유배지에서

에필로그
“사람은 온전한 자신일 때
비로소 천재가 된다.”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에서 공부했다. 삼성전자 마케터를 거쳐 국회방송과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국내 최초의 여성 로봇 전문기자로 국내외 로봇계의 인물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한편, ‘걸스로봇’이라는 소셜 벤처 네트워크를 만들어 과학 기술계 여성과 성소수자를 지원하고 있다. 저서로 『특별한 아이에서 행복한 아이로』,『로보스케이프』(공저), 『소년소녀, 과학하라』(공저), 『#여자 #공학인 #4차산업혁명』(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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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422g | 148*210*16mm
ISBN13
9788925556666

책 속으로

소설가 김애란은 단편 「서른」에서 학원 강사였던 서른 살 여자의 입을 빌려 이렇게 썼다. “요즘 저는 하얗게 된 얼굴로 새벽부터 밤까지 학원가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요.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새벽밥 지어 학교 보내고 해 질 녘에는 다시 내 손에 받아 먹여 재운다. 업業도 연緣도 없는 외딴곳에서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나는 매일 늙어간다. 이렇게 키운 아이는 장차 무엇이 될까. 나의 영혼, 나의 육신, 나의 재물을 집어삼키며 자란 것이 도로 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겨우 나에 머물기를 바라지 않는다. 내가 겪었던 20세기의 학교는 지옥이었다.
---「프롤로그」중에서

내게는 두 아들이 있다. 큰아이 ‘소구리(애칭)’는 제주국제학교에 다닌다. 올 10월 만으로 열 살이 된다. 입학 전 치른 웩슬러지능검사 결과 상위 0.1퍼센트에 속하는 고도지능아라고 했다. 내가 과거형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부디 눈치채주시기 바란다. 그로부터 4년, 나는 아이의 영재성이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다. … 많은 영재아가 애정을 빌미로 소모되고 희생된다. 우리는 소구리에게 어린 시절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가 아는 서울, 내가 속한 은하에서는 그런 일이 불가능했다. 한 문제만 틀려도 반 석차가 20등씩 떨어지고, 0.1점 차이로 대학 입시에 실패하는 시스템 속에서는 진짜 영재교육도 행복한 유년도 모두 꿈같은 얘기였다.
---「우리가 제주에 온 이유」중에서

“제가 만약 영재라면 저는 ‘타고난 영재’라기보다는 ‘만들어진 영재’일 겁니다. 중간중간 공부가 아닌, 다른 걸 하고 싶단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영재로 만들어지기 위해 저는 많은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 그런 부모님의 열성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체념했나 봅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부모님을 위한 것이고,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공부한 듯합니다.” 한번 상상해보라. 부모의 ‘인생 설계’에 순종해 영재가 되었지만 머릿속으론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소년들이라니, 얼마나 불안하고 불온하며 불운한가.
---「만들어진 영재의 고백」중에서

그렇다. 한때는 나도 과학영재였다. 전 생애적인 관점에서는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직 섣부를 수 있겠지만 과학 분야에서의 성취만 놓고 본다면 나는 명백히 실패했다. 내 자신이 실패한 영재라는 사실은 화인火印처럼 가슴에 새겨졌다. 나는 ‘루저’가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해 어떤 분야에 들어가든 조급해졌다. 그러다 또 실패했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나이가 들었고 지쳐갔다.
처음 아이가 영재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내 실패를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러니까 이 아이를 누구 못지 않은 영재로 보란 듯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 했다. 나는 소구리를 내 인생의 트로피로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마음과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꽁꽁 감추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헤맸다. 실은, 모든 것이 그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는 나와 다른 길을 걸었으면」중에서

영재를 판별하는 가장 결정적인 기준은 이른바 ‘과제 집착력’이다. 아이가 어떤 일에 얼마나 집중하고 열정을 보이는가를 말한다. 누가 강요하거나 이끌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뿌리를 캐는 능력 말이다. 그런 능력을 기르는 것에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보자면 이곳의 교육은 진정한 의미의 영재교육에 가깝다. 일부에서 들리는 ‘귀족학교’라는 비난에도, ‘있는 사람들의 돈 지랄’이라는 막말에도 평범한 중산층 엄마들이 못 입고 못 쓰면서 꿋꿋이 학교를 보내는 이유 중 한 가지가 바로 여기 있다.
---「원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아이들」중에서

언제나 그렇듯이 엄마가 아이의 일을 대신할 수는 없다. 엄마는 엄마의 일을 할 뿐이다. 엄마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아이에게 무언의 메시지가 되기는 하겠지만 진짜 일은 아이 스스로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에도 소구리는 소구리의 전쟁을, 나는 나의 전쟁을 치렀다. 평소에는 그것이 공부이고, 시험이고, 친구였다면, 이번에는 뮤지컬 연습이었다. 나는 책을 사주고, 밥을 짓고, 간식을 싸주듯, 옷을 만들었다.
---「부모의 콤플렉스 너머에 아이가 있다는 것」중에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정현종 시인이 그랬다. 나는 그의 말에 진심으로 동의한다. 한 사람의 인생은 다른 이에게 열 권의 책, 백 번의 말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 소구리를 키우는 일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다. 적절한 때, 적절한 사람을 만나도록 해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가리라 여겼다. 소구리가 「소년조선일보」와 「소년중앙」의 어린이 기자로 활동하며 멘토들과 만나고 기사를 썼던 체험은 인생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열 권의 책보다 값진 만남」중에서

대치동 엄마는 대치동의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그녀의 전쟁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전쟁은 아니다. 내 아이들의 전쟁이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한 세대 전에 치러진 전쟁만으로도 나의 영혼은 충분히 참혹해졌기 때문이다. 전문직을 갖고 중산층으로 살고 있는 나와 남편은 아마도 그 전쟁의 생존자라고 불려도 무방하리라.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았던 십수 년의 기억은 오래도록 우리를 따라다녔다. 상대방의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살아남아 마침내 반전 운동가가 된 2차 대전의 생존자처럼. 나는 대를 이어 벌어지고 있는 대치동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가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다.
---「경시대회의 속사정」중에서

학교의 범생이는 왜 사회에서 실패하는가. 내가 보기에 그것은 범생이라는 존재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범생이는 부모 세대, 선생 세대의 교육관에 딱 맞춰 만들어진다. 최소한 한 세대, 그러니까 적어도 30년은 사회에 뒤떨어진 마인드로 세팅됐다는 뜻이다. 그런 존재들은 당장의 칭찬이나 인정에 눈이 멀어, 정작 자신이 살아갈 시대의 정신에는 둔하다. 그들은 자기 세대의 평범한 절대다수가 살아가고 세상을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 교육의 목표는 ‘가을 야구’ 같은 것」중에서

“엄마, 나 서른 문제 중에 24개 맞았어.” (볼?) 장단을 맞춰줬어야 했는데, 나는 실수했다. 왕년의 범생이 버릇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뭐야? 30개 중에 24개면 80점 아냐. 80점이면 우야 우, 이 녀석아!” (스트라이크?) 엄마의 판정에 소구리 선수는 격렬하게 항의했다. “공부 안 한 것 치고 이만하면 잘한 거 아냐?” (투 볼?) 40년 가까이 묵은 엄마가 또 받아쳤다. “자꾸 그렇게 공부 안 하고 시험 볼 거야? 그러다 습관 된다, 습관. 결국 습관이 실력이 되는 거야.”(투 스트라이크?) 우리의 소구리 선수, 어떻게든 기사회생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우리 반에는 스무 개 맞은 애도 있단 말이야!” (스리 볼?) “어떻게 만날 아래를 보니? 위를 봐야 발전할 거 아니야, 발전!” (스리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아이가 아니라 엄마가 아웃이다, 아웃. 아뿔싸, 발전이라니. 이 무슨 선사시대 용어란 말인가.
---「내 교육의 목표는 ‘가을 야구’ 같은 것」중에서

지나가 보니 알겠더라. 반짝거리는 머리도 한때지만, 빛나는 젊음도 한때란 것을. 다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학점과 스펙과 무엇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아니라 연애와 여행과 모험과 열정에 청춘을 바치겠다. 좋은 친구들을 불러 모아 차고든 지하실이든 빌려 무엇이든 하겠다. 주머니에는 다트를 넣고, 치마는 두 단 정도 줄여 입을 것이다. 입시? 거 좀 실패하면 어때. 남들의 눈, 타인의 기대에서 벗어나 진짜 내가 될 텐데, 평생을 오롯이 나로 살 수 있을 텐데. 파리에 간 꽃할배가 그랬다. “죽을 때 이 장면이 생각날 것 같다.”고. 나와 내 새끼들도 이곳 제주에서 그렇게 살 것이다. 순간순간 후회 없이 삶의 마지막 파노라마에 끼어들 추억들을 만들어가면서.

---「페스티벌의 꼬마 장사꾼」중에서

출판사 리뷰

영재가 스펙이고, 영재교육이 트렌드가 되어버린 시대,
최선의 영재 교육 좌표를 찾아 나선 엄마의 발자취
지능지수 상위 0.1%의 고도영재 큰아들, 소구리(애칭)를 둔 부부는 아이의 교육 방향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아이의 ‘남다름’을 제도권 교육 안에서 어찌 해야 할지 몰랐기에 닥치는 대로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그러다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수백, 수천의 학생들을 과학영재로 만들었다는 한 전문학원장은 말했다. “어머니, 이제 영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겁니다. 요즘 어머니들은요, 지능검사 결과가 상위 10퍼센트만 나와도 영재교육에 목숨을 겁니다. 그 애들이 영재교육을 몇 살 때부터 시작하는지 아십니까?” 그건 아이가 만 여섯 살이 되도록 방치한 엄마를 나무라는 말이었다. 이제 영재는 특목고와 명문대로 가는 길을 단축시키는 하나의 스펙이 되었고 영재교육은 사교육시장의 거대한 트렌드가 된 지 오래였다.
-p21 「영재라는 스펙, 영재교육이라는 트렌드」

주부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영재교육’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재들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또 영재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아가 아이를 영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와 조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등 떠밀려 영재로 자란 아이들은 과연 자라서도 행복할까?
종종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많은 영재들이 성인이 된 후 불행했음을 고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재발굴’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천재소년 송유근 군은 "내가 11살 나이로 돌아간다면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보다 높은 IQ를 가진 신한대학교 김웅용 교수 역시 유년시절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모든 걸 잘할 것이다’라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했고 한국의 미흡한 영재 육성 체계가 그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 판단의 끝에서, 저자는 아이에게 ‘행복한 유년’을 선물하기로 했다. 선행학습 경쟁에 쫓기는 것이 아닌 전인교육을 하는 것, 그것이 저자가 찾은 영재교육의 좌표였다. 결국 공부란 모든 기능의 총합이다. 좌절을 겪었을 때 딛고 일어서는 힘을 기르는 것도 공부고,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것도 공부다. 그 모든 합이 온전해졌을 때, 영재는 ‘진짜’ 영재의 삶을 살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식 교육시스템에서 그런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한 문제만 틀려도 반 석차가 20등씩 떨어지고, 0.1점 차이로 대학 입시에 실패하는 시스템 속에서는 진짜 영재교육도 행복한 유년도 모두 꿈같은 얘기였다.



영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것을 탐구하는 힘이다!

‘행복한 영재’로 자라기 위해 필요한 재능은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식 영재교육의 사례를 수집하던 중 스물여덟 살 청년 S군의 이메일을 받았다. 조금만 견디면 미국에서 치과의사가 될, 세속의 기준으로는 무척이나 전도 유망한 청년이었다. S군은 이렇게 썼다.

“요즘 제 문제는 목표를 잃었다는 겁니다. 이제까지 저는 내신 1퍼센트, 특목고, 명문대, 전문직 등 철학이 없는 목표만 추구해왔습니다. 부모님께서 그런 삶이 행복한 거라 하시니 그런가 보다 하고 따라왔는데, 막상 여기 오니 ‘이제 뭘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만큼 고생했는데 보상받지 못하면 억울하겠다.’ 이런 감정들도 몰려오고요. 풀어야 할 인생의 숙제는 끊임없이 생겨나는데, 다른 누군가가 제시하는, 이론적으로 옳고 안전한 길만 골라 살아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서야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이거였나, 치대에 정말 오고 싶었나 하는 고민이 드는 거죠.”
-p29 「만들어진 영재의 고백」

혹자는 영재를 판별하는 가장 결정적인 기준을 ‘과제 집착력’으로 삼는다. 이는 누가 강요하거나 이끌어서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어떤 일에 얼마나 집중하고 열정을 보이는가를 말한다. 많은 영재아가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깨달아야 할 어린 시절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부모가 그려주는 선행학습의 궤적을 따라 살아온 아이들은 성년이 된 후 뒤늦게 자아 혼란을 겪는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분명히 아는 것이야말로, 영재가 갖춰야 할 자질이자 해야 할 공부인 셈이다. 미숙아를 역사상 최고의 영재로 키워낸 칼 비테의 교육법 역시 ‘호기심’을 잃지 않게 해, 아이 스스로 공부를 파고들도록 한 것이었다.
‘행복한 영재’의 조건을 찾은 저자는 엄마들의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철저히 자신의 속도와 아이의 속도에 따라 교육을 진행했다. 훗날의 공부 뒷심은 체력이 결정한다 생각해 아이의 얼굴이 꺼매지도록 마음껏 뛰어 노는 것을 허했다. 주변 엄마들은 영어학원도, 논술학원도, 사고력수학도 다니지 않는 대신 생활체육에만 힘을 쏟는 저자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것이야말로 훗날을 기약하는 한방이라고 믿는다. 숙제는 무조건 스스로 하게 하고, 연극이든 신문사 활동이든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묵묵히 지원한다.
학업에는 ‘방임’이지만, 호기심을 키워주는 것에는 그 누구보다 ‘열혈’이다. 사업가의 꿈을 품은 아이를 위해 직접 파티용품을 떼어다 페스티벌에서 장사 체험을 시켜주고, 로봇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공학캠프를 누비며 멘토들과의 만남을 이어줬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세계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는 저자의 교육법을 두고 “큰 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했다. 아들에 대한 그의 평소 교육 방침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자는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의 태를 완전히 벗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는 서울대학교 졸업 후 중앙일보 기자로 활약하며 시대의 최전선에 섰던 알파맘이다. 치열했던 삶의 관성이 아직도 작용하는 탓인지, 성적이 떨어졌을 땐 아직도 생각할 겨를 없이 아이를 야단치게 된다. 아이의 의견도 묻지 않고 욕심껏 추가 수업을 신청했다가 외국인 선생님에게 낯이 뜨거운 상황을 겪기도 했다. 아이를 교육하는 매 순간이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한 자기반성이자, 다짐의 연속이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국식 영재교육의 좌표를 찾는 한 교육가의 좌충우돌 도전기이자, 엄마로서의 성장기록이기도 한 셈이다. 실수하고, 반성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육아기이기에, 많은 엄마들이 함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국제학교 및 제주 이주 환경,
여자와 엄마로서 일구어가는 삶에 대한 진솔한 육성

제주에 처음 내려왔을 때 서울 학교에서 만났던 멘토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여기도 교육열 장난 아니에요. 학원도 다 있어요. KAGE 영재원도 있고, 대치동 소마 수학도 있고….” 그 양반은 말했다. “소구리 엄마, 내가 아들 셋을 키워보니, 남자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중요합디다. 큰애와 둘째 때는 내 새끼 똑똑한 것만 생각하고 더 특별한 교육만 추구했는데, 정말 후회돼요. 내가 소구리 엄마라면 이렇게 하겠어요. 좁은 학원가 빙빙 돌리지 말고, 데리고 나가서 바다도 보여주고 말도 태워줘요. 사내의 그릇을 넓히는 일을 해주세요. 왜 제주에 갔는지, 그 첫 마음을 잊지 말아요.”
-p50 「아이와 나의 새로운 시작」

제주의 교육환경은 저자가 겪은 강남 마마토모들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컨대 제주는 다양한 욕망과 배경을 가진 학부형들의 전국구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제주행을 택했다. 서울에서 누렸던 모든 것을 버리고, 얼마간의 부담을 감당하고라도 아이를 ‘제주국제학교’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뛰어놀아야 할 때 뛰어놀며, 훗날 멋있는 동문들과 합을 겨뤄보는, 인생의 봄날을 만끽하게 해주고 싶었다.
큰아이가 다니는 ‘제주국제학교’(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 NLCS)의 교육 방법은 눈여겨 볼 만하다. 제주국제학교는 교육부 산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한 재량교육을 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자유’다. 아이들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고, 연극을 한다. 입시 같은 것은 잊고 일생에 한 번뿐인 현재를 산다. 등수의 개념도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따돌림이나 경쟁 없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저자는 “일부에서 들리는 ‘귀족학교’라는 비난에도, ‘있는 사람들의 돈 지랄’이라는 막말에도 평범한 중산층 엄마들이 못 입고 못 쓰면서 꿋꿋이 학교를 보내는 이유 중 한 가지가 바로 여기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만약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모두 이런 자유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시험 문제는 다 맞히고도 머릿속에 아무런 지식과 지혜가 남지 않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그 외, 이 책의 4부인 ‘제주 생활 적응기’에서는 제주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참고할 만한 내용도 다루었다. 제주만의 ‘연세(일 년 단위의 월세)’ 문화를 비롯해, 육지와 비교해 한 없이 어렵고 비싼 인테리어, 오일장의 생생한 현장, 아름다운 정취 등에 대한 이야기를 구성지고 맛깔난 문체로 풀어냈다. 친구와 수다를 떨 듯 살갑다가도, 무릎을 탁 칠 만큼 날카로운 통찰이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워킹맘이었던 저자는 제주에 유배되듯 내려왔다. 모든 것이 아이를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왕성하게 일하던 사람으로서는 답답한 점이 많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인생에 다시없을 황홀경을 맛보는 참이라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자, 엄마, 그리고 아내로 사는 여자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내가 다섯 살 난 아들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같이 장난치고, 뛰어 놀고, 하염없이 계속되는 “왜?”라는 질문에 답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아이의 호기심을 키워주는 것에는 부모의 태도와 교육방법이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왜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무조건 공식을 외우라는 주입식 교육으로는 영재가 재능을 발휘할 수 없다. 영재는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면서도 그 이유는 모르는 똑똑한 젊은이들을 볼 때면 너무나 안타깝다. 이 책을 쓴 이진주 작가는 영재인 아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기보단, 즐겁게 놀면서 꿈을 발견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려 했다. “아이가 어린 시절을 온전히 누리며 스스로 헤매고, 실수하고, 놀라고,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시간을 보내길 원했다.”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다. 남다른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생각한다. ‘실패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에서는 절대 창의성이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진주 작가와 아이의 빛나는 앞날을 기대해본다.


데니스 홍(로봇공학자·미국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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