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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PART 1 거울을 통과하는 네 가지 방식 : 미야자키의 이야기 구조에 영감을 준 네 명의 위대한 작가 문으로 들어서기 치유의 장소 낯선 땅의 집 도달하기 PART 2 우리가 영웅이 될 수도 있다 : 젊은 여성의 독립성을 보여준 네 명의 작가 근면한 여주인공들 창조적 위험 초인적인 힘 철학적 소설 PART 3 온 세상이 무대 : 미야자키의 사실적 판타지에 영감을 준 실제 장소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온천장 숲속으로 유럽을 꿈꾸며 실용적 개념 PART 4 국보 : 영적인 것에서 음식 문화까지, 일본의 유산이 미야자키에게 준 영향 세계 속의 세계 인위적 재난 도약하는 칸 움직이는 연회 PART 5 순수와 경험의 노래 : 미야자키의 영화들을 괴롭히는 그리고 즐겁게 하는 개인적인 기억 미야자키의 어머니 파괴하려는 욕구 젊음과 불안 직장의 세계 PART 6 미래의 비전 : 미야자키가 그리고 미래 세계들, 그것을 묘사하는 방법과 이유 떠다니는 도시 다시 찾아온 종말 미야자키의 생태학 미래는 과거 PART 7 삶에서 길어 올리다 :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 동작 표현의 원천과 모범 움직임의 스승 도움닫기 동물적 본능 목소리의 깊이 PART 8 이끌림 : 미야자키에게 영감을 준 애니메이션 영화들 첫사랑 궁전의 음모 순수한 마음 애니메이션계의 동지 PART 9 실사 영화 : 미야자키가 영화사를 사유하는 방식 리얼리즘의 원칙 대중 영화를 향하여 액션의 행방 말년의 양식에 대한 주석 PART 10 큰 그림 : 미야자키를 이해하는 네 가지 방식 꿈의 논리 세계관 정전으로의 초대 개인의 성장 미주 작품 목록 |
Nicolas Rap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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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아마도 미야자키의 어린 시절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품일 것이다. 여기서는 소년이었던 미야자키가 두려워했을 일이 작품 속 어머니의 죽음으로 실현되면서 일종의 정화 작용을 한다. 그의 개인사는 미야자키가 결코 온전히 치유되지 않는 감정적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고, 탐구하고 고심하면서 그 상처를 중심으로 전체 세계를 직조하는 예술가의 범주에 어느 정도는 속한다는 뜻이다. 같은 유형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로 1950년대에 『나니아 연대기』를 집필한 C. S. 루이스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아홉 살 때 어머니가 이른 죽음을 맞으면서 경험한 느낌을 마치 아틀란티스처럼 땅이 가라앉고 바다와 섬들만 남은 것으로 묘사했다.
---p.14 베른의 모험 정신은 미야자키의 손을 거치면서 무질서하고 자유분방한 재미까지 어렵지 않게 끌어안는다. 특히 파멸을 예고하는 극단적 방향을 보여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뒤를 잇는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하며 이런 면모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름으로 개봉된 첫 장편 영화인 이 작품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1726)에 묘사된 자기력으로 떠다니는 섬 라퓨타에서 이름을 따왔다. 『걸리버 여행기』는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베른의 혁신을 예견했지만, 과학소설이라기보다는 풍자를 목 적으로 한 작품이었다. 스위프트의 라퓨타에는 음악과 수학에 정신이 팔려 집의 허술한 구조나 만연한 간통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기 생각에만 몰두한 철학자들이 가득하다. 공교롭게도 일본은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방문한 마지막 장소 중 하나이자 유일하게 실재하는 장소로, 당시는 막부 정치 하에 쇄국 정책이 시행되던 시기였다. ---p.22 미야자키의 작품 상당수가 그렇듯, 이 온천장에 영향을 미친 요소를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종이를 바른 미닫이문이 있는가 하면 엘리베이터도 있는, 동서양의 영향이 뒤섞인 곳이기 때문이다. 신들을 위한 휴양지라는 구상은 미야자키가 가면을 쓴 마을 사람들이 신들을 초대해 목욕시키는 의식인 나가노현의 시모츠키 축제에 매력을 느끼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외에도 상부 장식이 육중하고 화려한 닛코 도쇼구(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위패가 있는 신사-옮긴이)와 3천 년 역사를 자랑하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소개되곤 하는 시코쿠섬의 도고 온천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도고 온천은 스튜디오 지브리 직원들에게 회사 휴양지로 친숙한 장소기도 했다. (일본 관객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장소지만, 미국판 더빙에서는 이 건물을 설명하기 위해 ‘목욕탕이야It’s a bathhouse’라는 대사가 추가되었다.) ---p.54 〈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거대한 사슴신은 원래 다이타법사라고 알려진 거대 요괴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영화 속에 무수히 등장하는 고다마는 숲이 때에 따라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하는 일종의 비밀스런 생명을 지니고 있다는 미야자키의 일반적인 감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토토로에 관한 질문에는 귀여운 일본 너구리와의 비교를 유쾌하면서도 모호하게 피해 간다.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토토로가 뭐냐고 묻는다면, 저도 모릅니다.” ---p.80 여느 영화감독처럼 미야자키도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두어 번 정도는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의외의 답을 한 적이 있다. 1987년에 공개된 덴마크 영화인 이 작품은 덴마크에 온 파리 출신 난민 이 제목처럼 프랑스식 만찬을 차리는 이야기로 오스카상을 받았다. 미야자키가 이 영화를 떠올린 이유는 아마도 작품을 맛깔스럽게 이끄는 호화로운 코스 요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야자키의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감성적인 순간 가운데는 음식 장면도 포함된다. 이 장면들은 애정을 담아 섬세하게 연출되어 관객들에게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음식의 세부 묘사를 대강 얼버무리거나 인간적 유대 관계에서 중추적인 요소로 포함하는 것을 잊어버릴 때, 미야자키는 가장 소박한 식사에도 따뜻함과 배려의 정신을 불어넣는다. 그는 아버지가 아픈 어머니에게 정성스럽게 해주던 말린 고등어나 쿠사야(염장해 삭힌 생선), 다다미이와시(뱅어포와 비슷한 정어리치어포) 같은 요리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p.90 〈마녀 배달부 키키〉는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어린 마녀의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키키가 빵집 여주 인과 통나무집에 사는 느긋한 화가 우르슬라, 노부인들과 같은 다양한 여성 롤모델을 만나면서 겪는 상호 부조와 지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웃집 토토로〉는 인간이 카미를 비롯한 다른 영적 존재들과 공존하는 일종의 애니미즘적 유토피아를 제안하는 반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그러한 세계와 단절되었을 때의 결과를 보여준다. 아우디를 모는 치히로의 부모가 자신만만하게 음식을 먹어 치우다가 돼지로 변하는 모습은, 통제되지 않은 소비의 위험성을 환기한다. 또한 온천장을 떠돌며 치히로 주변을 맴도는 말 없는 유령 가오나시(얼굴이 없다는 의미-옮긴이)는 물질주의의 파도에 떠밀려 가는 현대 사회에 깃든 공허함을 구현한 존재로 해석할 수 있다. ---p.128 미야자키는 애니메이터들에게 창밖으로 걸어가거나 뛰어가는 아이들을 관찰하여 영감을 얻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또한 스튜디오 지브리 밖에 벤치를 놓아두고 그곳에 앉는 행인들을 마치 실사 참고서처럼 관찰하기도 한다. 심지어 움직임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동료들에게 특정 순간이나 장면을 연기하라고 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모노노케 히메〉 제작 당시에는 두 조감독 아리토미 코지와 이토 히로유키에게 아시타카가 부상당한 남자를 업고 가는 장면을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야자키는 스톱워치로 동작마다 시간을 재며 아리토미가 이토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했다. 아리토미에게 이러한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웃집 토토로〉 제작 당시에도 미야자키를 위해 똑같은 일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참여했던 동료들은 미야자키가 주차장을 뛰어다니며 장면을 시연하던 모습을 기억한다고 하니, 아마도 이런 일은 미야자키의 오랜 습관이었던 듯하다. ---p.141 미야자키는 성우들의 연기를 감정적으로 정밀하게 연출한다. 〈모노노케 히메〉의 들개 신과 멧돼지 신을 예로 들어보자. 늑대 신 모로는 미야자키와 동시대인이자 나가사키 원폭 생존자인 가수 겸 드래그 공연자 미와 아키히로가 연기했다. 미야자키는 미와에게 화면에서 진정으로 불안감을 주는 존재인 모로의 내면에 있는 잔혹함과 모성애적 기질을 모두 끌어내도록 독려했고, 미와가 해석한 모로의 웃음소리는 의외의 음색을 띠며 몹시 생생하게 살아났다. 연출 과정에서 미야자키는 연기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관계나 배경 이야기를 짚어주며 공감할 수 있는 감정적 유대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모로가 멧돼지 신 옷코토누시와 만나는 장면에서, 그는 두 신이 실은 100년 전에 연인 사이였다는 설정을 제시하며 특정 대사에 묘하게 친숙한 떨림을 부여했다. 반면 모로가 아시타카와 대면할 때처럼 감정을 절제하도록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옷코토누시 역 역시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캐스팅 사례다. 이 역을 맡은 NHK 아나운서이자 배우 모리시게 히사야는 미야자키가 평소 즐겨 듣던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모리시게에게 『리어왕』을 언급하며 늙은 멧돼지 신의 장중하고 비극적인 투쟁을 떠올리게 했다. ---p.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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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50년의 시간과
20편의 작품들을 세밀하게 조망한 환상적인 안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영화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다. 지브리의 원형을 세운 〈이웃집 토토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만년의 판타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한 세기를 마무리한 걸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이 그렇다. 이 이야기들에 담긴 호기심의 감각은 아동문학의 모험담과 닮아 있으며,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을 비롯한 많은 작품이 그 상상력의 자양분이 되었다. 하지만 상상력은 아동문학에서 멈추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세계』는 그 영감의 원천을 폭넓게 추적하며, 매혹적인 공간을 구축해 온 방식과, 사회·환경 문제가 남긴 흔적,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작품 속에 켜켜이 반영된 층위를 분석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 전쟁, 실사 영화, 애니미즘이 그 세계에 어떤 무늬를 남겼는지도 함께 짚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온천장을 채우는 다양한 신과 요괴들, 〈이웃집 토토로〉의 녹나무 정령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의 재앙신과 거대한 사슴 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등장하는 앵무새 부족과 〈천공의 성 라퓨타〉의 거대 로봇이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를 영감의 원천들과 비교하며 의미를 해석한다. 이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창작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 그리고 그의 영화를 오래 사랑해 온 관객 모두에게 새로운 감상의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오랜 팬이거나, 그의 작품이 ‘인생 영화’라면 반드시 살펴봐야 할 필수 아카이브 이 책의 묘미는 영화 속 장면 스틸과 영감의 원천이 된 이미지가 나란히 배치되어 보는 맛과 읽는 맛을 함께 준다는 점이다. 호쿠사이의 판화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벼랑 위의 포뇨〉의 한 장면과, 마쓰야마의 도고 온천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온천장과, 무로마치 시대의 〈사슴 만다라〉는 〈모노노케 히메〉의 사슴신 시시가미와,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사진은 〈붉은 돼지〉 속 하늘을 나는 돼지 비행사 포르코 로소와 나란히 놓인다. 그의 작품에 목소리로 참여한 성우진, 히사이시 조의 음악, 스튜디오 지브리와 그 직원들, 애니메이션계의 동지 다카하타 이사오가 남긴 영향까지 담겨 있어,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알고 싶은 독자에게 소장 가치 있는 필수 아카이브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