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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삶의 무게와 인간의 조건
5 ◦ 시인의 말/화가의 말 13 ◦ 2025년 김 씨의 겨울아침 15 ◦ SOLD OUT 17 ◦ 개미와 베짱이 18 ◦ 커피를 엎지르다 19 ◦ 내빈 소개 20 ◦ 믿을 게 없는 세상 22 ◦ 질주 본능 24 ◦ 쭉정이 전성시대 26 ◦ 커다란 가방을 구합니다 28 ◦ 액셀 밟기 30 ◦ 텃 밭 32 ◦ 세상의 이치를 깨닫다 34 ◦ 익명의 도시 36 ◦ 저물어 가는 풍경 38 ◦ 내일 아침 맑음 2부 존재와 경계, 철학적 사유 41 ◦ Pharmakon*의 경계 43 ◦ 선線은넘어야한다1 45 ◦ 선線은넘어야한다2 47 ◦ 정의正義는정의定意되지않는다 49 ◦ 시간의 역설 51 ◦ 신께 묻자오니 53 ◦ 신의 저울에 파리가 앉았다 55 ◦ 죽음의 메타포 57 ◦ 사실과 진실 사이 58 ◦ 삭힌 것과 상한 것의 경계 59 ◦ 분기기分岐器를지나다 61 ◦ 소리는 귀에 담고 울음은 몸으로 듣는다 63 ◦ 먹감나무의 비밀 65 ◦ 명궁을 기다리며 66 ◦ 여지餘地 3부 우주적 감각 69 ◦ 겨울 강가에서 71 ◦ 계절의 경계에 너를 심는다 73 ◦ 고래가 사는 골목 75 ◦ 고래고래 77 ◦ 그 바다에 고래가 산다 79 ◦ 기다리는 것들의 그림자를 본다 80 ◦ 동류의식 82 ◦ 사라지는 것들이 더 아름답다 84 ◦ 새를 베끼다 86 ◦ 우주의 오후 88 ◦ 쓸모없음에 대하여 90 ◦ 흐르는 강물처럼 91 ◦ 홍시처럼 붉어질 수 있다면 92 ◦ 돌의 기다림 94 ◦ 칠갑산에는 콩밭 매는 남정네도 있다 4부 내면의 서정 99 ◦ 가을에는 시인이 되자 101 ◦ 고삐를 넘겨주다 102 ◦ 내 탓이요 라는 말 104 ◦ 똥 푸는 날 106 ◦ 벙어리 새 108 ◦ 부끄러움을 훔치다 109 ◦ 분홍 운동화 111 ◦ 밤나무가 저지른 위리안치 112 ◦ 동창회 114 ◦ 스승은 먼 곳에 계시지 않았다 116 ◦ 심장은 사랑을 사랑한다 118 ◦ 이제 사랑을 해야겠다 121 ◦ 정혜사*를 쓰다 123 ◦ 제3의 눈 125 ◦ 이제 신발을 신어도 되겠습니까? 127 ◦ ┃해설┃ 149 ◦ ┃부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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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들이부은 소주로도
다 삭이지 못한 응어리 시름 같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화톳불 주위로 우물쭈물 모여드는 작업복들 하루살이의 호명 쪽으로 목이 길다 아득한 시절부터 나는 변함없는 “어이김씨”다 내가 쌓은 벽돌집이 수백 채도 넘을 것 같은데 내 집에는 벽돌 한 장 얹어본 적 없다 화톳불도 시나브로 사그라들고 오늘도 팔리지 못한 하루를 툭툭 턴다 해장술 한잔 청하는 낯익은 노숙자에게 소주 한 병 비상약으로 건네주고 휘적휘적 돌아서는 길 겨울 햇살만 서슬 퍼렇다 ---「2025년 김 씨의 겨울아침」중에서 소는 코뚜레가 꿰이는 순간 말은 재갈이 물리는 순간 먹고 자는 원초적 고난의 짐을 벗지만 소의 목에 멍에가 얹히는 순간 재갈이 물린 말의 잔등에 안장이 얹히는 순간 방향과 속도를 포기한 채 굴종의 짐을 진다 애비란, 지애비란 멍에를 핑계로 반란의 꿈조차 꾸지 못한 시간들 뒤에서 명예롭지 못한 명예를 받아들였다 올해는 병오년 붉은말의 해 나는 갑오년 푸른 말띠다 무거웠던 멍에 훌훌 벗어던지고 푸른 말갈기 휘날리며 성난 폭풍처럼 질주한다 샛별 반짝이는 몽골 초원에 말발굽 소리 요란하다 ---「질주 본능」중에서 고래를 잡으러 바다로 떠난 후 돌아오지 않는 사내를 아메리카 김 씨라고 부르기로 한다 뭍의 기억을 지우고 바다로 돌아갔지만 끝내 물고기가 되지 못하고 바다의 짐승으로 살아간다는 사내 네발을 포기한 포유류 동물 산란 대신 출산의 산고를 허락받았지만 본향 쪽을 향한 허기는 떠난 자들의 숙명이어서 쉴 새 없이 허덕이는 바다에서 아무리 뒤돌아보아도 고향은 멀다 태평양 서쪽을 향해 내뱉는 긴 날숨에 분수를 뿜어내며 뭍을 향하던 고래가 잠깐 물 위로 솟구친다 저 찰나의 햇볕으로 연명하는 아메리카 김 씨가 가뭄 든 세상을 건너간다 ---「고래가 사는 골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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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흐르는 것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을 살면서 배웠습니다 붙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흐르는 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돌을 만나면 돌아가고 길이 막히면 물처럼 스며들며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시집은 내가 흘러온 자리의 기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