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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인들의 독서모임
2. 언젠가의 편지 3. 답장은 필요 없어 4. 사랑은 좋은 거지 5. 냉국수 속 빨간 것 6. 한순간, 어렴풋이 7. 어이, 어이 |
Kasumi Asakura,あさくら かすみ,朝倉 かす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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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다. 무려 전원 참석이다. 정기모임이 시작되기 한 시간도 전에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의 회원 전원이 모였다.
---p.16 아내는 독서가였거든요. 책을 한 짐 남겨줬지요. 문득 생각나서 한 권 읽어보고는 멈출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그어놓은 밑줄이나 본인만 읽을 수 있게 써놓은 메모가 깜짝 선물처럼 튀어나오는 겁니다. 다 읽고 나서 책장에 꽂아놓을 때의 손동작이라든가, 고민고민하며 읽은 끝에 감상을 말하는 입모양라든가, 저기 이거 읽어볼래요? 하고 책을 내밀 때의 울고 난 눈이 떠올라서, 저는 병상에 누운 아내에게 책을 읽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책을 읽어주고 이것저것 생각난 얘기를 그냥 생각난 대로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p.35 야스다에게도 어떤 감정이 크게 일어났다. 무언가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감각이 전신에 들었다. 나는 지금, 이 이야기를 경험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가, 바로 정정했다. 우리는 지금, 이 이야기를 저마다 경험하고 있다. ---p.69 독서모임에서는 무언가 하나 의견이 나오면 거기에 모두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참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한다. 동조 압력을 넣는 기색은 없지만 제각각 열심히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는 듯한 느낌이다. 그 부분이 야스다에게는 조금 이상했다. 어쩌면 그렇게 타인과 가까이 서서 보조를 맞춰줄 수 있을까. ---p.116 ‘최고의 동료들과 보내는 최고의 시간이 매달 첫 번째 금요일에 기다리고 있다.’ 이토록 밝은 소망이 있을까요. 게다가 그 소망은 매달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20년간, 계속해서 이루어져 왔지요. 카페 시트론에 가기만 하면. 여섯 명의 동료들과 만나기만 하면. 모두 모두 건강하기만 하면 반드시……. ---p.282 '재밌겠다, 재밌겠어 나 아흔 두 살 두근두근, 콩닥콩닥 셀 수 없이 많지, 고를 수 없지.' ---p.294 회장이 읊은 건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의 서문이었다. 야스다는 그 시집을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읽었다. 저녁 노을빛에 물든 도서실이 떠올랐다. 커튼, 책장, 책등, 책상, 전부에 노을빛이 내려앉아 있었다. “천 리의 구두를 빌리지도 못하고 그가 뒤축으로 밟아온 여정을 무엇으로 짐작할까. 또 그 세월을 무엇으로 짐작할까.” ---p.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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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함께 읽는 기쁨을,
관계에 지친 독자에게는 느슨하지만 오래가는 연대의 가능성을.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의 독서 방식은 조금 특별하다. 한 권의 책을 정해 회원들이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고, 낭독이 끝날 때마다 감상을 나눈다. 그 감상은 작품 해설에 머물지 않고, 먼저 떠난 가족, 오래된 친구, 젊은 날의 선택과 연결된다. 이야기는 번번이 옆길로 새고, 누군가는 울다가 웃으며, 또 엉뚱한 해석을 내놓는다. 그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삶이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 모임에 들어온 야스다는 이들의 대화를 뒤죽박죽인 소음처럼 여긴다. 그러나 모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들이 책을 읽는 일이 단순한 취미가 아님을 깨닫는다. 자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감정이 타인의 낭독을 통해 모습을 얻고, 혼자서는 외면했던 기억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되돌아온다.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된 야스다 역시 이 작은 모임 안에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 법과 자기 이야기를 말하는 법을 다시 배운다. 저자는 나이 든 어머니가 매달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가족 안에서 익숙한 역할을 맡고 있던 어머니가 모임에 가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눈을 빛내고 웃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엄마나 딸, 누구의 아내 같은 역할을 벗어던진 새로운 사람”으로 존재하는 노인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탄생한 이 작품은 노년의 삶을 감상적으로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이 끝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작은 공동체의 힘을 섬세하게 그린다. 책을 읽고, 자신의 기억을 말하고, 다음 달에도 같은 자리에 앉는 것. 그 단순한 반복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가는 이유가 된다. 책이라는 것, 연대라는 것은 이토록 소박하고도 근사할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함께 읽는 기쁨을, 관계에 지친 독자에게는 느슨하지만 오래가는 연대의 가능성을 건네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