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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진 아이에게
다정한 얼굴로 마중 온 자연 비 오는 날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조금 특별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우산을 쓰고 걷는 날이 되기도 하고, 창문 너머 빗소리를 들으며 쉬어 가는 날이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예고 없이 찾아온 비가 때때로 상처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나둘 펼쳐지는 우산들 사이에서 끝내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아이 마음에는 먹구름이 드리웁니다. 〈비 마중 온 날〉은 그렇게 홀로 비를 맞으며 집에 가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걷습니다. 빗물이 눈에 들어가는 게 싫어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친구들이 알아볼까 봐 걱정되었는지도 몰라요. 빗줄기는 굵어지고, 축축하게 젖은 옷만큼 아이의 발걸음도 점점 무거워집니다.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냄새가 납니다. 시원하고 향긋한 풀냄새였어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보니 눈앞에 초록 숲이 펼쳐졌습니다. 우연히 밟은 물웅덩이에서 물방울이 튀어 오르면서 기분 좋은 소리가 나고, 비에 젖은 땅에서는 깨끗한 흙냄새가 올라왔습니다. 또 빗방울을 머금은 꽃이 들판 가득 피어 있었어요. 아이에게 웃어 주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제 아이에게는 우산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바탕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니 어느새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습니다. 학교에 혼자 남겨졌을 때 아이는 마음 한구석이 휑하게 비었을 거예요. 집에 가는 길도 평소보다 멀고 고되게 느껴졌겠지요. 그 순간 자연이 가만히 다가와 곁에 섭니다. 요란스럽게 말을 걸지도, 기분을 풀어 주려고 애쓰지도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입니다. 아이는 자연의 품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마음에 진 그늘을 걷어 내지요. 그림책은 아이가 자연을 만나는 순간을 과장하거나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 장면, 한 장면 천천히 이어 가며 독자가 아이의 감정을 느끼도록 이끕니다. 물웅덩이를 첨벙 밟는 발걸음, 빗물을 머금은 꽃망울, 촉촉하게 젖은 들판과 숲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비추는 풍경으로 그려지지요. 잿빛으로 보였던 세상이 점차 선명한 색을 되찾는 과정은 아이의 감정이 회복되는 흐름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풍부한 감각을 품고 있는 그림 덕분에 독자는 비가 내리는 소리와 흙냄새, 풀잎을 스치는 바람까지 상상하며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감정을 홀로 감당합니다. 친구와의 관계,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 비교와 경쟁 속에서 때로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기도 하지요. 〈비 마중 온 날〉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충고하지 않습니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앞세우기보다, 슬픔도 하나의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인정하고 그 시간을 충분히 지나도록 기다려 줍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볼 용기를,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침묵 속에 담긴 마음을 헤아리는 시선을 선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