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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변방의 핏줄, 거친 바다를 품다. 22
2장. 예성강의 용, 칼 대신 법을 쥐다. 44 3장. 대이동의 서막. 80 4장. 동해의 거상, 제국의 싹을 벼리다. 124 5장. 아무르를 향한 돛, 대륙의 문을 열다. 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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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대륙에 축조된 강철과 율령의 설계도? 유승주 대하소설 《검은 물의 뿌리 ? 제1권》을 읽고
한국 문학사상 단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웅장한 ‘Histecture(역사건축학) 문명 서사’의 탄생 이집트의 태동부터 시작해 서로마와 동로마의 붕괴에 이르기까지, 인류사 전체를 관통하는 100권 분량의 《인류 문명사 대시리즈》를 집필하던 거장이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외도(外道)’를 선언했다. 그러나 문명사 집필의 지독한 압박에서 벗어나 잠시 바람을 피우는 수준으로 써 내려간 이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국내 역사학계의 게으름과 빈약함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대작이 되었다. 역사와 문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독창적인 ‘Histecture사관’을 구축해 온 유승주 작가의 신작 대하소설, 《검은 물의 뿌리》가 드디어 그 장엄한 첫 권을 선보인다. 본작이 다루는 무대는 정사 《금사(金史)》와 《고려사(高麗史)》, 그리고 당대 북방의 날것 그대로의 기록인 《송막기문(松漠紀聞)》에 희미한 흔적만을 남겼던 인물, 훗날 대륙을 호령할 금나라의 신라계 시조 ‘김함보’의 실존 설화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 소설은 한반도라는 좁은 반도의 틀 안에 갇혀,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서사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유승주 작가는 후대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왜곡되고 가공된 정사 《금사(金史)》와 《고려사(高麗史)》의 모순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고 있다. 작가는 당대 북방의 생생한 기억을 오롯이 담아낸 가장 신뢰할 만한 1차 사료인 《송막기문(松漠紀聞)》의 역사논리학을 철저히 추적했다. 사료마다 ‘김함보, 금행, 김행, 김극로’ 등 어지럽게 갈라지는 이름의 흔적들을 단순한 기록의 오류가 아닌, 격변의 난세 속에서 가문이 살아남기 위해 단행했던 치밀한 '신분 세탁과 전략적 변신의 역사적 암호'로 해독해 낸 것이다. 그리하여 나말여초 김씨 대멸족의 핏빛 밤을 뚫고, 예순의 노구로 아무르강의 검은 물줄기에 제국의 뼈대를 심은 신라의 정통 핏줄 김함보의 위대한 망명사를 마침내 완벽한 문명사적 진실로 복원해 냈다. 놀라운 점은 이 책이 소설의 옷을 입고 있으나, 기존 강단 역사학이 수십 년간 풀어내지 못한 거대한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내는 ‘역사논리학(Historical Logic)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 역사학에서는 사료의 기록에 따라 함보가 ‘60세의 나이에 북방 복간수(僕幹水)에 도착했다’고만 건조하게 기술할 뿐이다. 그들은 정작 중요한 질문, 즉 “천년 사직의 핏줄을 지닌 고귀한 인물이 왜 하필 환갑이라는 노구의 나이에 삼한 반도를 떠나야만 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한다. 또한, 문헌의 자구에 갇혀 함보가 바랑 하나 메고 혼자 육로를 걸어 북방 여진 부락으로 들어갔다는 안이하고 나태한 설화적 발상만 반복해 왔다. 맹수와 말 탄 전사들이 득실거리는 야만의 황무지에 예순의 노인이 혼자 걸어 들어가 추장이 되었다는 것을 어느 누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단 말인가. 유승주 작가는 거장 특유의 인과적 구조학을 통해 역사학이 침묵한 그 이면의 필연성을 완벽하게 복원해 낸다. 나말여초의 피비린내 나는 격랑 속에서 후백제 견훤에 의해 가문이 몰살당하는 ‘멸족의 밤’을 겪었기에 함보는 반도를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부족을 장악하고 야만의 습속을 바꾸기 위해서는 혼자 갈 수 없었다. 울산항을 지배하던 해상 엘리트 거상으로서 가문이 수십 년간 밀실에 축적해 온 다섯 개의 문명 바퀴?대당률령(법치), 고탄소강 야철술(기술), 조선술(물류), 인삼 인공재배와 소금(재화)?를 발휘할 숙련된 장인과 문사, 호위 군대와 삼천 유민을 거대한 선단에 싣고 아무르강(흑룡강)의 검은 물줄기로 치고 올라가는 해상 대망명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역사적 진실이었음을 구조적으로 증명해 낸다. 소설 《검은 물의 뿌리》는 칼을 휘두르는 기성 영웅 서사의 유치한 문법을 철저히 배격한다. 글자도 법도 없이 피의 보복만 일삼던 여진족에게 가죽 서책을 펼치며 법치를 심고, 신라·발해·여진의 피를 섞는 ‘민족 대융합 통혼책’을 단행하는 과정은 짜릿한 지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삼형제(아고내, 함보, 보활리)의 이름 형태에 숨겨진 가문의 생존 포지셔닝 전략을 해부하는 작가의 논리적 칼날은 문학 평론가와 역사학자들을 동시에 전율케 하기에 충분하다. 《삼국지》가 사실과 허구의 정묘한 결합(사실 3, 허구 7)을 통해 인류 불멸의 고전이 되었듯, 이 작품 역시 유승주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숨 막히는 재미와 드라마를 선사한다. 훗날 작가가 100권의 문명사 시리즈를 완성하고 금사(金史) 파트를 정식 역사서로 등재하기 전, 오직 서사의 본능으로 휘두른 이 문학적 칼춤은 가히 압도적이다. 1권을 덮는 순간, 독자는 대륙의 패권을 쥐고 중원을 집어삼킬 강철 제국의 뿌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목격하며, 곧바로 제2권의 서막을 미치도록 기다리게 될 것이다. |